‘예술창고’ 레지던시 국내 200여곳 확산…미술계 중추가 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의 작업 공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픈 스튜디오. 곳곳에 조각과 설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기업·공기관서 창작공간 제공
예술가 창작의 산실로 재탄생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10주년
기념전 ‘오버드라이브’ 개최
연30회 300여명 작가 거쳐가
국제시장 네트워크 연결 목표

레지던시(Residency)는 보통 공공기관이나 미술관, 기업 등이 유휴공간을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전후 독일은 삭막한 산업국가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레지던시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채널로 작업공간을 배려하고 복지혜택과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의 예술가들을 유치했다. 그렇게 해서 국제 문화예술계를 주도하는 나라로 국가 이미지를 개선했다.

국내에서도 레지던시가 우리 미술계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창동스튜디오’가 국립현대미술관 주도로 개관하면서 전국의 공공기관들이 앞다투어 설립한 결과, 지금까지 국내에 200여 곳의 크고 작은 레지던시가 설립돼 가히 ‘레지던시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2009년 9월 개관해 국내외 300여 팀의 예술가가 거쳐 가며 한국을 대표하는 레지던시 기관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관 10주년 기념전 ‘오버드라이브(Overdrive) 2009-2019’를 개최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항만 창고를 개조해 재탄생한 인천아트플랫폼 전경.

전시는 레지던시 입주작가들이 중심이 돼 5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된다. 섹션 1 ‘광장에서’는 입주작가 15명이 새로운 미학적 가치에 주목해 체제와 관습에 대한 비판, 창조적 행위 등 역동성을 표현한다. 섹션 2 ‘제안하기’는 다양한 매체의 확장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살핀다. 섹션 3 ‘확장하기’는 입주했던 작가 중 소그룹 활동을 벌이는 작가를 조명하는 전시로 인천의 장소성을 부각한다. 섹션 4 ‘기록하기’는 레지던시 관련 아카이브 전시를, 섹션 5 ‘장소의 경험’은 인천아트플랫폼의 건축적 의의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레지던시는 어떤 효과가 있기에 지방자치단체나 기관들이 이를 설립하고 유지하는 것일까. 우선 레지던시라는 공간이 대체로 구도심 재생사업의 한 일환으로 많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낡은 창고, 역사, 학교, 상가, 공장 등을 리모델링함으로써 예술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20세기 후반 전통적인 갤러리나 미술관이 아닌 대안공간의 붐이 자연스럽게 아티스트 레지던시로도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역시 슬럼화된 개항장(해안동, 신포동) 일대의 재생 사업을 통해 2009년 탄생했다. 대지면적 8만4503㎡, 건축 연면적 5593㎡의 복합예술 공간으로 국내외 작가 30여 명이 입주해 활동하는 레지던시와 3개 전시실, 공연장, 생활문화센터 등의 용도로 구성돼 있으며, 인근의 차이나타운과 함께 연계해 문화관광 측면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에 위탁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특히 미술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메인전시장, 창고갤러리, 윈도갤러리 등이 있어서 자체 기획전시, 입주작가 창작 발표, 기타 지역작가 등의 전시가 연중 30회 이상 열린다. 인천에 없는 시립미술관 역할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레지던시 비중이 크다. 한 해 평균 30여 명가량의 작가들이 입주해 활동하는데, 아마도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다. 대부분의 레지던시가 외딴곳에 주로 위치해 있는 데 비해 인천아트플랫폼은 도심 속에 있으며, 대중교통 또한 양호하고 접근성이 뛰어나 생활 편의 등에서 비교 우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이재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은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는 국내 여타 레지던시들의 ‘벤치마킹’ 장소로 꼽힐 만큼 운영이 잘 돼 왔다”며 “대한민국의 관문 도시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호주 멜버른대의 레지던시인 ‘아시아 링크’를 능가할 정도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가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레지던시 공간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들을 시장과 연결해 주는 프로모션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