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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6일(木)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 특정’ 통해 본 DNA분석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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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후 22만4574명분 정보 DB화…‘미제’ 5679건 수사재개
시약 발전해 수십년된 표본도 분석…DNA통한 몽타주 작성 연구중

1991년 DNA수사기술 도입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거치며
분석 기술 선진국 수준 발전
드들강 살인 진범 검거 성과

‘채취때 인권침해’ 발생 이유로
작년 DNA법 헌법불합치 판정
강력범제한·진술절차 개선 등
채취 절차 개선 방안 검토 중


국내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특정하며 경찰이 진상 규명의 실마리를 찾은 계기는 DNA 분석 기술로부터 나왔다. 사건이 발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피해자 물건에 남아 있던 DNA를 검출해 냈으며, 그동안 쌓아 왔던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한 끝에 용의자 이춘재(56)를 특정할 수 있었다.

애초에 DNA 수사 기법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된 계기가 바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한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1991년부터 DNA 수사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관련 기술과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이후에도 삼풍백화점 붕괴와 각종 강력범죄 등 DNA 분석이 필요한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역설적으로 DNA 분석 기법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아주 적은 표본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보존만 된다면 수십 년이 흘러도 얼마든지 DNA 분석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력이 갖춰진 상태다.

강필원 국과수 법유전자과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의 DNA 분석 기술은 각각의 DNA에서 특성이 다른 부분을 골라 20군데 이상 비교한다”며 기술 발전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장비 개발, 시약 품질 발전, 국과수 DNA 감정관 노하우 축적 등으로 보다 정확한 DNA 분석이 가능해졌다”고도 했다.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은 각종 사건의 수사 재개로 이어졌다. 2010년 DNA 신원확인정보 DB가 구축된 이후 DNA 정보 일치로 수사를 재개한 사례가 5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경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DNA 일치 판정으로 수사를 재개한 건수는 모두 5679건이었다. 이 가운데 이번 화성 연쇄살인 사건처럼 수형인 등의 DNA 시료와 범죄 증거물에서 추출한 DNA가 일치 판정을 받은 건수는 2177건, 구속 피의자 등의 시료와 일치 판정을 받은 건수가 3502건이었다.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에 따라 수록된 DNA 감식 시료는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22만4574명분에 달한다. 수형인 DNA는 15만6402명분, 구속 피의자 DNA는 6만2586명분이다. 또 범죄 유형으로 따져보면 폭력행위자 7만6550명분이 가장 많았고, 강도·절도 범죄 관련자 3만9505명분, 강간추행 범죄 관련자 3만645명분, 살인 혐의자 8321명분이 뒤를 이었다. 범죄 현장 등에서는 모두 8만6085명분의 DNA가 수집돼 수록됐으며 이 중 강도·절도 관련이 4만1673명분, 강간추행·성폭력 관련이 1만1059명분이었다.

실제 수사당국은 이 같은 DNA DB를 바탕으로 한 수사 재개로 ‘나주 드들강 살인 사건’ ‘무학산 살인 사건’ ‘광주 연쇄 강도강간범 사건’ 등의 진범을 검거할 수 있었다. 박 의원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DNA 채취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를 이유로 DNA법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며 “국회와 사법당국은 관련 법 효력이 사실상 상실되는 올 연말까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살인, 성폭행 등 강력범죄 혐의자 등으로 채취 대상을 제한하거나 채취 대상자 의견진술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해외의 경우 198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DNA를 증거로 하는 첫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미국, 네덜란드 등에서 DNA 수사 기법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중동지역에서 오사마 빈 라덴 추적을 위한 DNA 샘플 수집 차원의 가짜 예방접종 사업을 실시했다는 설도 있다. 한국 경찰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진행되던 당시인 1990년 9차 사건 피해자의 물건에서 나온 DNA와 주요 용의자 DNA를 일본에 보내 대조 감정을 의뢰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DNA 검사 기술도 ‘걸음마’ 수준이었으나, 한국에는 아예 제대로 된 장비조차 없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DNA를 통해 범인의 몽타주를 그릴 수 있도록 하는 수준까지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범인의 눈동자와 피부 색, 머리카락 색이나 형태를 알아낼 수 있는 수준까지 연구가 진행된 상태다. 이른바 ‘DNA 이용 범인 몽타주 작성(Forensic DNA Phenotyping)’ 기법이다. 앞서 지난 2017년 방한했던 해당 분야의 전문가 만프레트 카이저 교수는 “유전적 형질이 다양하지 않은 한국에서도 탈모 상태나 곱슬머리 등 머리카락 형태를 분석해 범인을 색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꾸준한 연구가 이어진다면 얼굴 외에 신체 여러 곳의 외모적 특징을 결정짓는 DNA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몽타주 작성’ 기법을 연구 중이다. 물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몽타주’ 형태로까지 DNA를 통해 정보를 확인하기는 아직 어려운 수준이다. 법의학계 관계자는 “한국도 몽타주 시도를 많이 했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며 “아주 초기 단계이고 일부 윤리적 문제들도 극복해야 하지만,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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