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트랜스폼’ 과잉해석 논란… 美극적변화 없을듯

靑, 美서 ‘전환’ 표현에 동의
기존 ‘향상’보다 강한 뜻 해석
일각선 종전선언 재추진 관측

전문가들은 회의적 시각 많아
“단어 하나로 기조 안 바뀌어”

한·미 정상이 지난 23일 회담에서 의견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진 대북관계의 ‘근본적 변화(transform)’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가 구조적 변화를 의미하는 이 표현 사용에 동의한 만큼, 향후 종전선언이나 미·북 수교 등에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과거에도 같은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극적인 입장 변화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으며, 아직 가시적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단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이 단어 사용에 동의한 것은 미국의 대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준다고 풀이하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한·미 정상회담 후 발표문에 같은 의미의 ‘전환’이라는 단어를 넣는 데 미국이 동의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 기존에 선호했던 ‘향상(improve)’보다 더 강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특히 고 대변인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한 적대관계를 종식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히면서 한·미가 지난해 6월 미·북 정상회담에서 시도했던 종전선언 등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그동안 요구해온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차원에서 대북 불가침 선언이나 미·북 연락사무소 상호 개설, 미·북 수교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과 같은 대북 체제 및 안전보장이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근본적 변화는 단순한 변화(change)를 넘어 관계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때 쓰는 단어로, 미국이 종전선언과 미·북 수교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일단 정부 발표와 달리 미국 백악관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근본적 변화’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지 않다. 한·미 간 간극이 여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의 협상 실무진에서는 이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1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미·북 관계의 근본적 전환(Fundamen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도 6월 “미국 정부는 미·북 관계 변화(transformation)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어 하나 고친다고 북한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며, 단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서 “현재까지 미국의 정책 기조가 변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영주·김현아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