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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09월 27일(金)
‘10초 뒤집기’로 숯불향 제대로 품은 닭갈비의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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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를 대표하는 호반의 도시, 춘천의 음식들. 왼쪽부터 원조숯불닭불고기, 감자옹심이 칼국수, 육림닭강정.

■ 당일치기 ‘맛있는 춘천’

- 닭갈비
매운양념 숙성후 석쇠에 구워
야채 넣지 않은 전통의맛 일품

- 닭강정
매콤하게 튀겨내 검정깨 솔솔
식혀서 먹기전 따뜻할때 한입

- 감자뇨끼
옹심이같은 이탈리아식 ‘뇨끼’
트러플 소스·치즈 비스킷 얹어

- 감자옹심이 칼국수
들깨 국물에 부드러운 식감
반투명 옹심이 입안에서 녹아


춘천을 가장 맛있고 즐겁게 여행하는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은 분명 닭갈비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닭갈비 외에도 춘천에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좋은 음식이 많다. 공지천을 중심으로 경치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다. 가족과 연인에게 인기가 좋은 호반의 도시 춘천을 태풍 영향권에 있던 지난 주말에 방문했다.

▲  강원도 감자 뇨끼.

▲  라모스 버거.

◇ 원조숯불닭불고기

1961년 개점한 춘천 닭갈비의 성지로, 춘천 닭갈비 문화가 시작된 곳이다. 외관상 오래된 식당과 새로 늘린 식당이 나란히 있는데 오래된 식당은 현재 주방으로 사용되며, 직원들이 재료를 다듬고 양념을 재우며 숯불을 피우고 관리하는 장소로도 쓰인다. 식당이 시작된 장소를 그대로 보전해 놓아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보기 좋았다.

뼈가 있는 닭갈비와 없는 닭갈비를 판매하는데, ‘뼈 있는 닭갈비’를 주문하니 없다고 했다. 준비가 안 됐는지, 뼈 없는 닭갈비의 판매 촉진을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닭고기는 뼈가 있어야 맛있다고 믿는 나에게는 마땅히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냥 뼈 없는 닭갈비를 주문했다. 고추장 양념에 재워 쟁반에 낸, 굽기 전 닭갈비 색은 빨갛기보다는 밝은 주황빛으로 이미 식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굽기는 쉽지 않았다. 매운 고기 양념이 석쇠에 달라붙어 쉽게 타버렸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계속 “10초만 굽고 바로 뒤집으셔야 해요”라고 외치며 바로 가버렸다. 조금 늦장 부렸다간 또 금세 타버렸다. 사이사이 탄 부분을 가위질로 떼어낸 후 맛을 보았다. 매운 양념은 숙성돼 매콤하면서도 산미가 많이 느껴졌다. 그건 계속 식욕을 당기는 맛이었다. 그리고 숯불의 향이 가져다준 맛의 어울림. 이 집 본연의 닭갈비 맛은 새까맣게 타버린 빨간 닭갈비 색의 대조처럼 매우 강렬했다.

현재 춘천시 전체의 닭갈비 집 수는 270여 곳이라 하는데, 그 대부분이 철판에 야채와 다른 재료를 함께 볶아 즐기는 데 비해 아직도 원래 맛을 고수하는 이곳의 숯불 닭갈비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손님들에게 ‘10초의 감’을 계속 주지시킨다 해도. 까맣게 그을린 닭갈비를 먹게 되는 손님들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배려가 아쉬웠다.

◇ 육림닭강정

해가 지고 저녁이 되니 육림고개 청년 몰에 하나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고개에는 다양한 업종·업태의 가게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명물은 바로 닭강정 집이다. 육림고개 올라가는 길에 있는 점포 중 이 집만큼 유명한 집은 없을 것이다. 닭강정 한 마리를 포장 주문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라 들었지만, 태풍이 왔던 지난 주말은 한가했다. 계산대와 주방 사이, 포장 준비로 미리 만들어 둔 포장 용기 틈으로 주방에서의 준비작업을 엿볼 수 있었다. 깨끗하고 신선한 닭의 기름기를 먼저 칼, 가위로 세심하게 잘라낸 다음 조각내 튀기고 매운 고추, 아몬드 등을 함께 넣어 매운맛을 입혔다. 닭강정 표면에 검정깨를 솔솔 뿌려내 가지런히 포장된 모습에 정성과 노력이 돋보였다. 닭강정은 일부러 식혀서 먹는다지만, 방금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닭강정을 우선 맛보기를 권한다.

◇ 수아 마노

육림고개에서 가장 높은 장소에 위치한 ‘수아 마노’를 방문했다. 이탈리아 가정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강원도의 대표 식재료 감자를 이용한 ‘감자 뇨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백동현 오너셰프는 이탈리아 풀리아 지역에서 조리 유학을 하며 오랫동안 감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처가인 춘천에 자리를 잡고 1년 8개월 전 ‘수아 마노’를 오픈하며 ‘감자 뇨끼’를 대표 메뉴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감자 전분을 빼내고 옹심이를 만들듯 뇨끼를 만든 후 오븐에 구워 바닥 면에 진한 밤색 그을음을 넣었다. 맛과 시각적인 면 두 가지를 잡아낸 것이다. 트러플 버섯으로 소스를 만들어 세 가지 이탈리아 치즈로 구워낸 치즈 비스킷으로 장식하고 맛을 냈다. 미식가들과 연인들에게 추천한다.

◇ 58전집

육림고개에서 낭만시장(구 중앙시장) 방향으로 언덕을 내려오면 왼쪽으로 보이는 시장 내 식당 골목으로 들어가면 강원도, 그중에서도 특히 영월·정선 토속 음식을 파는 58전집이 있다. 식당 이름에서 보듯 처음에는 ‘전집’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떡만둣국과 감자옹심이 칼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58년생 중년의 여사장님이 손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에서 살아있는 강원도의 인심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감자옹심이 칼국수는 들깨 국물로 맛을 내 부드럽게 넘어가는 국수도 좋았고, 끓여내면 회색 반투명 빛이 되는 옹심이는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드랍게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여름 메뉴인 잣콩국수도 인기 메뉴인데 아직 주문이 가능했다. 잣이 많이 들어갔고 콩국은 서리태 본연의 색인, 약간 연두색 기운을 띠는 뽀얀 빛이었다. 소박하고 깔끔한 강원도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 라모스 버거

현 사장인 구희석 대표의 영어 이름에서 따온 ‘라모스 버거’라는 이름으로 오픈한 지는 5년이 넘었다는 게 이곳의 설명. 이곳의 역사는 춘천 미군 부대에서 조리사로 근무했던 현 사장의 외조부로부터 시작됐다. 춘천에서 꽤 업력이 있고 맛도 좋다고 소문난 수제버거 집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이 햄버거 집을 통해 햄버거를 처음 접했다는 춘천시민이 많다. 이후 어머니가 물려받은 후 마케팅 전문가였던 현재 구희석 대표가 맡으면서 ‘라모스 버거’로 새로 브랜딩됐다. 구 대표의 성장을 위한 노력은 이태원의 수제 햄버거 전문점 근무와 일본의 햄버거 전문점에서의 견습 과정을 거쳐 유럽, 미국 등을 아우르는 수개월 간의 ‘햄버거 여행’을 통해 더욱 개발되고 발전돼 현재에 이르렀다. 대표메뉴 ‘라모스 버거’는 메뉴판 가장 아래에 적혀 있다. 빵은 잡곡을 혼합해 직접 만든다. 햄버거 빵에 상호를 그을음으로 새겨 제공한다. 칠리 소스, 로메인 상추, 체다 치즈, 피클, 토마토, 양파, 베이컨 등으로 구성됐다. 농도가 약간 묽은 칠리 소스 맛은 부드럽고 진하지 않았지만, 맛의 균형으로 본다면 함께 즐기기에 빠지지는 않는 완성도를 보였다. 예쁜 가정집처럼 생긴 건축물에 주차공간도 충분하고, 무엇보다 친절한 직원들의 서비스는 덤이다.

‘라모스 버거’에서 나온 후 인근 공원을 끼고 KT&G상상마당 춘천아트센터가 위치한 방향으로 공원과 호수를 낀 둘레에 멋지게 산책길이 조성돼 있으니 꼭 산책해볼 것을 권한다. 호수를 끼고 산책하면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을 만끽할 수 있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날 좋으면 날 좋아서 좋은 바로 그런 곳이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튀김만두·당근 케이크도 있다… 호반의 도시 ‘삼시다섯끼’도 부족하네

춘천의 닭갈비 문화가 시작된 ‘원조숯불닭불고기(033-257-5326)’는 낙원길 28-4에 있다. 대표 메뉴인 매운양념 뼈없는 닭갈비 1인분(150g) 1만1000원, 뼈있는 닭갈비 1만 원. 간장 닭갈비(1만1000원)도 인기 메뉴다.

전국 닭강정의 최강자 ‘육림닭강정(033-244-1510)’은 중앙로77번길 30에 있다. 닭강정 1만7000원. 매운맛 정도별로 주문 가능하다.

강원도 감자 뇨끼와 멋진 전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수아 마노(033-257-5532)’는 중앙로77번길 39-2에 있다. 강원도 감자 뇨끼 2만2000원. 꼭 예약해야 한다.

강원도 영월·정선 토속 음식을 즐길 수 있는 ‘58전집(010-6251-8845)’은 명동길29번길 7-1에 있다. 옹심이 들깨칼국수와 옹심이 만둣국이 유명하다. 모든 메뉴 5000원.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

본문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다음 집들도 추천한다. ‘별미당 분식(033-254-1153)’은 명동길 49에 있다. 튀김만두와 떡볶이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죽림동 성당 근처로, 춘천 주민이 강력히 추천하는 맛집이다. 반드시 문을 열었는지 전화로 확인하고 가야 한다. ‘주옥연 30년전통 메밀전(033-257-6596)’은 중앙로77번길 22에 자리 잡고 있다. 육림고개에서 30년 넘게 지져낸 주인 아주머니의 메밀전병, 메밀전, 감자전, 빈대떡 등과 팬에 천천히 구워내는 누룽지 등을 즐길 수 있다. 메밀전병 3장 5000원.

‘현대한약방 & 처방전카페(033-252-7379)’는 중앙로77번길 23-4에 있다. 20년 넘게 한의원을 운영하던 한의사 부부가 만든 카페다. 예약하면 함께 위치한 한의원에서 진맥도 받을 수 있다. 체질과 처방을 참고한 다양한 한방차는 물론 커피와 일반 음료들도 함께 판매한다. 십전대보차 6000원, 쌍화차 5000원. 예술 감각 넘치는 마카롱과 당근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구스타프 케이크(010-5260-0409)’는 춘천로151번길 21-2에 있다. 마카롱 2500원부터, 레몬 케이크 3000원, 당근 케이크 4만2000원. ‘댄싱 카페인(033-243-4727)’은 춘천시 삼천동 223-2, KT&G상상마당 1층에 있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경치 좋은 카페다. 다양한 커피와 음료가 있고 커피 맛이 꽤 좋다. 창밖으로 강을 볼 수 있는 창가는 경쟁이 치열하다. 야외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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