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공연>자유롭고 격렬한 몸짓… 韓· 체코 모던 발레 한 무대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립발레단 ‘이브닝 갈라’

무용수들의 몸짓에서 자유로움이 한껏 느껴졌다. 지난 2015년 5월 서울 국립극장에서 국립발레단의 ‘봄의 제전’을 보며 경험했던 독특한 감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봄의 제전’은 그 전해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이 부임 후 첫 모던 발레 작품으로 택한 것이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한 후 이듬해 재연한 것인데, 형식미를 중시하는 클래식 발레에 비해 역동성이 두드러져 무척 인상적이었다.

국립발레단이 ‘봄의 제전’ 이후 5년여 만에 모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현대무용의 나침반으로 불리는 체코 출신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의 작품 세 개를 담은 ‘이브닝 갈라(Evening Gala·포스터)’ 공연이다. 27∼29일 사흘간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이 공연은 체코국립발레단과 함께 하는 것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에서 킬리안의 대표작 ‘잊혀진 땅’(Forgotten Land)과 ‘여섯 개의 춤’(Sechs Tanze)을 선보인다. 땅의 소중함을 주제로 삼고 있는‘Forgotten Land’는 여섯 쌍의 커플이 각기 다른 색 옷을 입고 파드되(2인무)와 군무를 격렬하게 만들어낸다. ‘Sechs Tanze’는 13명의 무용수가 우스꽝스러운 춤과 연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찰하는 작품이다.

체코국립발레단은 ‘신들과 개들’(Gods and Dogs·2008)을 국내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작품은 ‘정상’과 ‘광기’ 사이를 가로지르는 인간 정신과 존재에 대한 메시지를 무용수의 강렬한 몸짓에 담았다. 국립발레단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발레단의 수석, 솔리스트 뿐 만 아니라 그동안 군무 역을 맡았던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까지 동등하게 어울려 무대를 빛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번 ‘Evening Gala’는 강수진 감독과 필립 바란키에비치 체코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의 인연으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시절 파트너로 활동했으며, 이후로도 인연을 지속해왔다. 강 감독은 2015년 국립발레단이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초연할 때 필립 바란키에비치를 트레이너로 초청한 바 있다. 두 사람은 발레를 포함한 세계 문화 예술 교류에 대한 대화를 꾸준히 나눠왔고, 그 결과로 이번에 한국과 체코를 대표하는 두 발레단이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합동 공연 후 양국 교류 차원에서 오는 11월 13~15일 체코를 방문한다. 역시 체코국립발레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현지 관객에게 ‘Forgotten Land’를 선보일 예정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