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한국형전투기(KF-X) 설계완료… 더 분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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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경남 사천에서 우리나라의 항공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 개발 상세설계 검토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으로써 KF-X 개발은 그 과정의 매우 중요한 관문을 통과했다. 이는 오는 2026년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인 KF-X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제기(試製機) 제작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번 회의는 전문 분과별로 기체와 엔진, 레이더, 센서를 비롯한 첨단 장비의 유기적인 결합과 성능을 확인했다. 공군,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학계, 연구소에서 국내 최고의 항공 전문가 40여 명이 참여해 모든 요구 조건이 반영됐음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인 시제기 제작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결론 내렸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KF-X 사업은 공군의 장기 운영 전투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추진 중인 사업이다.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첨단 전투기인 만큼 미래 전장(戰場)의 적합성은 물론이고 주어진 작전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목표로 KF-X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구나 인도네시아와 추진하는 국제 공동 사업이기에 더욱 완벽한 사업 진행이 요구된다.

일반적으로 항공기를 개발할 때 성공 가능성을 키우고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 전체 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고, 단계마다 진행 결과를 점검해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에 충분한지 면밀하게 검토한다. KF-X의 개발 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요구 성능, 설계, 시제기 제작, 비행시험 등 각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꼼꼼하게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음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KF-X의 설계도면을 확인하고 시제기 생산에 진입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016년 1월에 시작된 KF-X 개발은 그해 3월에 체계 요구 조건 검토, 12월에 체계 기능 검토를 끝냈다. 이후 설계 단계에 들어갔고, 2018년 6월에 기본설계 검토를 거쳐 항공기의 기본설계를 마무리한 다음 이번 9월까지 상세설계를 진행했다. 2016년 이후 3년 9개월 만에 완성된 상세설계는 항공기를 생산할 수 있는 도면이 완료됐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약 1년 8개월 동안 시제기 제작이 진행되며, 2021년에는 시제 1호기가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KF-X는 2022년부터 본격적인 비행시험을 시작하며 2026년 6월까지 개발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사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공군이 보유한 항공기는 모두 외국에서 도입한 것이었다. 그러나 KT-1 기본훈련기를 시작으로 T-50 고등훈련기, FA-50 경전투공격기, 수리온 기동헬기 등 국산 항공기의 개발을 통해 축적된 국내 개발 인력과 기술 능력은 현재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 특히, 한·미 공동으로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 사업은 오늘의 KF-X 개발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 KF-X 사업은 첨단 항공 기술이 집약된 초대형 국책 연구·개발(R&D) 사업이다. 지금까지의 항공기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학계 및 업체, 곧 산·학·연이 합심해 공군이 필요로 하는 성능을 갖춘 전투기를 실전에 배치하게 될 때까지 다시 분발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공학자로서 지난 30년을 항공우주 분야에 몸담아 왔다. 우리나라 항공 역사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도전 과제인 KF-X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핵심 전력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나아가 국내 항공우주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 그날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