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李총리, 조국 해임 건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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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조국 사태 방치 어려운 임계점
家長과 長官 역할 구분도 못해
탄핵 추진으로 정상 업무 난망

출구 전략은 사퇴 또는 해임뿐
이낙연, 국민 보며 책임 다하고
노영민·서훈 直言 회피 말아야

‘조국 사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자택을 압수수색 중이던 검사와 직접 통화한 사실이 26일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중대한 범죄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조 장관 답변을 들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법무장관으로서의 책임조차 구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몸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머리에 맞지 않는 모자를 쓰고 있다. 공직자가 되기에는 준법의식과 자기절제가 결여돼 있다. 또 법무부 장관이라는 중책을 맡기에는 경륜과 지혜가 부족하다. 야당은 조 장관 탄핵까지 추진키로 했다. 더 이상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한 달 반 뒤인 11월 9일 반환점을 돌게 된다. 무엇을 이뤘는가. 안보도, 경제도, 사회 통합도, 교육도 내세울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의 공과를 따질 분위기조차 안 되는 것이 더 문제다. 모든 국정 현안이 조 장관과 그 일가의 그림자에 가려 있다. 문 정권의 불행이고, 나라의 불행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방어에 주력해왔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진영 싸움이 되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까지는 시간도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갈수록 답답해지는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다. 총선 뒤에는 정국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전에 임기 전반을 정리하고, 후반을 대비하려면 조국 문제부터 마무리해야 한다.

출구 전략이 시급하다. 지난달 9일 후보자 지명 이후 조국 일가를 둘러싼 각종 도덕성·위법 논란이 일자 여권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국 사태를 덮거나 물타기를 해보려 했다. 모두 실패했다. 반일(反日), 남북 관계, 아프리카돼지열병, 화성 살인사건 용의자 특정 같은 이벤트나 뉴스가 조국 뉴스를 덮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국 일가 의혹이 너무 심각하고, 국민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진짜 출구 전략이 뭔지는 모두가 안다. 조 장관 스스로 사퇴하거나, 문 대통령이 해임하는 것이다. 법무장관직에 집착하는 듯한 조국은 가족이 구속돼도 사퇴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해임해야 하는데, 입장이 난처할 것이다. ‘본인 위법’이란 방어 논리가 무너진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서야 한다. 이 총리는 임기 초에는 바른말을 잘했는데, 어느 순간 방향을 잃은 것 같았다.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처음 1위를 기록했을 때쯤부터라고 본다. ‘친문’ 세력을 의식한 것 같다. 26일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가 ‘본래의 모습’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조 장관 면전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 사이에 싹텄다”고 했다. 이 총리는 조 장관 임명 과정에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는 헌법 제87조는 해임 건의권이지만, 필요할 때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의 성격도 강하다. 지금이 그럴 때다. 당내에서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다. 정치적 고민도 클 것이다. 그러나 멀리 보면서 가야 한다. 국민 편인가, 조국 편인가. 친문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것이 ‘대한민국 국무총리’의 당연한 책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나서야 한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기 때문에 정권의 공동책임자라고도 할 수 있다. 노 실장은 경험이 많아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 조 장관 사퇴 혹은 해임을 건의하고, 정국 수습 방안을 보고하길 바란다. 노 실장이 청와대와 여당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문 대통령이 신임하는 서훈 국정원장도 ‘보이지 않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 정권 들어 국정원장은 역할이 더 어려워졌다.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은 없애고, 대공 수사는 아예 경찰로 넘기려 한다. 국정원은 대북 협상 전문 기관으로 바뀐 듯하다. 그러나 정세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국정원만큼 축적된 역량과 노하우를 가진 기관은 아직 없다.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라 현장의 정확한 민심을 파악해 전달하길 바란다. 이전 정권에서 ‘천하의 성군’으로 착각하는 대통령에게 “구름에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간청한 정보 수장도 있었다. 이 총리와 노 실장, 서 원장이 직언한다면 문 대통령도 귀를 열 것이다. 그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