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제조업 해외투자 1년새 233% 급증…‘뿌리’ 흔들리는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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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1년새 130%나 늘어
주52시간제·최저임금 등 영향

車 부품사 잇단 공장이전 검토
추가고용·투자 없인 운영 안돼

국내 기업들의 ‘탈(脫) 한국’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글로벌 경영 차원의 해외 투자도 있지만,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생산 기지 이전도 한몫하고 있다. 시장이 아닌 노동 친화적인 정부 정책에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규제의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기업의 투자를 해외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직접투자는 산업의 기반인 제조업에서 가장 크게 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지난 1분기 제조업 해외직접투자를 상세 분석한 결과, 대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30.1% 증가한 38억 달러, 중소기업 해외직접투자는 233% 증가한 19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연구원은 이런 증가원인으로 제조업 대기업의 경우 주 52시간 근로제,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일부 중소 자동차부품사는 인건비 부담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은 근로시간 단축 특례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대기업인 완성차업체는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으로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 부품업체는 원청업체의 주문물량이 많을 경우 납기를 못 맞추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시설투자와 추가 고용 여력이 없으면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인건비 때문에 원가압박을 크게 받는 회사들은 베트남 등 해외공장으로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 23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 유연근로시간제 확대법안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시기 연장법안 등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중소기업계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당장 내년으로 닥친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태까지 기업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적이 없어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을 어렵게 하는 각종 정책과 규제, 그리고 내수경기 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편, 국내에서는 당장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과 함께 ‘인사 태풍’이 불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실적 부진 속에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한상범 부회장이 지난 16일 사퇴하고, 정호영 LG화학 사장이 새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23일 한화시스템 등 7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했다. 경기침체와 제조업 실적 부진 등을 고려, 조직 쇄신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 창출에 초점을 뒀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을 분석한 파이터치연구원의 김재현 박사는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의 가파른 증가세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 시행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경제정책을 전환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김성훈·김윤림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