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업체 제작 영화, 매년 베트남 시장 석권… 배급도 65% 점유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업체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컬처웍스 호찌민 법인사무실 전경.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롯데시네마 남사이공관 로비에 한국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 포스터가 설치돼 있다.

■ 현지 영화시장 활력 이끄는 국내 영화사들

롯데시네마 2008년에 첫 진출
43개 상영관에 193개 스크린
현지 제작 ‘하이픙’ 역대 1위에

CGV, 현지업체 인수뒤 급성장
올 5월에 누적 관객 1000만명
CJ는 문화교류 폭 넓히기 전략

“한국업체 덕에 영화시장 발전”
현지서 ‘롯데 서포터즈’ 출범도

베트남 영화시장이 한국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2008년 롯데시네마가 베트남 호찌민에 영화상영관을 처음 연 후 CJ CGV와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영화업체가 베트남에서 극장업과 투자, 배급 사업을 펼치며 영화시장을 이끌고 있다. 베트남 인구는 현재 9600만 명으로, 출산율이 높아 10년 후엔 1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평균 연령이 30대로, 15∼34세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해 영화 소비층이 두껍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6%가 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011년 이후 최고치인 7%대를 기록해 현재 한 해 5000만 명에 가까운 극장 총 관객 수의 빠른 증가가 기대된다. 한국영화업체가 베트남에서 이룬 성과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봤다.

한국 영화업체가 베트남 영화배급의 65%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문화부 내 영화국에서 영화정책을 관장하지만 아직 한국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같은 집계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영화 관련 통계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롯데컬처웍스와 CGV, CJ ENM 등 각 업체의 자체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수치를 추정할 수 있지만, 베트남 현지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업체가 80% 이상을 점유한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있는 영화 ‘하이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악마 같은 우리 형’의 한 장면.

이는 한국 영화업체에서 만든 영화가 매년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1위 흥행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며 하노이, 호찌민 등 주요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 도시에까지 한국 극장 체인이 빠르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 가장 먼저 진출한 롯데컬처웍스는 후발 업체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내실 있게 사업을 키우고 있다. 호찌민 다이아몬드플라자에 3개 스크린을 갖춘 롯데시네마 베트남 1호점을 연후 2015년 22개, 2016년 29개, 2017년 33개, 2018년 41개 등 극장 수를 늘려왔다. 올해 8월 현재 43개 상영관에 193개 스크린을 보유한 롯데시네마는 연말까지 상영관 수를 51개로 늘리고, 2022년에는 14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시네마는 2012년 배급업에도 뛰어들어 매년 20여 편의 한국 영화와 현지 작품을 배급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배급한 소지섭, 손예진 주연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4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베트남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법인을 설립해 현지 영화를 만들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현지 제작사와 합작해 내놓은 첫 영화 ‘혼 파파 자 꼰가이’는 92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 성공을 거뒀다. 한국 영화 ‘아빠는 딸’을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현지 정서를 잘 녹여 넣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또 올해 2월 내놓은 액션 영화 ‘하이？’은 24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매출액 기준 베트남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는 또 베트남 영화 최초로 넷플릭스에 팔렸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할리우드 영화 ‘버드케이지’(1996)의 리메이크작을 비롯해 2편의 현지 영화를 더 개봉할 예정이며 내년에는 6편을 만들기 위해 계약을 완료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 문화가 발달한 베트남 정서를 겨냥해 지난해 국내에서 관객 500만 명을 동원한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을 현지 제작사와 공동 제작한다.

롯데컬처웍스에 이어 2011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CGV는 현지 멀티플렉스 체인 메가스타를 인수해 업계 1위 사업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CGV는 3년간 메가스타 이름을 유지하다가 경쟁력을 갖춘 후 2014년 자사 브랜드로 전환했다. 2015년 베트남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CGV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상반기에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5월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하며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

CGV는 또 아이맥스, 4DX 등 특별관으로 차별화를 꾀하며 현지 영화 관람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월트디즈니, 워너브러더스, UIP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작품을 배급하며 베트남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CJ ENM도 2011년 한국 영화 ‘퀵’을 배급하며 베트남 사업을 시작해 연간 8∼10편의 한국 영화를 현지에 소개했다. 2014년 최초의 한·베트남 합작영화 ‘마이가 결정할게2’를 만든 후 2015년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내가 니 할매다’를 제작했다. 두 영화는 개봉 당시 베트남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CJ ENM은 이후 ‘오싹한 연애’ ‘선생 김봉두’ 등의 리메이크작을 현지에서 내놓았으며, 올해 베트남에서 투자·제작한 영화 ‘악마 같은 우리 형’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CJ ENM은 한국 영화의 단순 수출이나 리메이크 판권 판매 방식보다는 합작영화를 통해 양국 문화 교류의 폭을 넓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 9월 27일 호찌민 세종학당에서 롯데시네마 베트남 서포터즈 발대식이 열렸다. 이날 서포터즈로 참여한 20명의 현지 대학생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싶다는 응우옌 티 탄마이(22)는 “한국 영화는 베트남 영화와는 달리 사회문제를 재미있게 녹여내며 감동을 안겨준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한국 업체가 베트남에서 영화를 만들며 베트남 영화가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국 업체가 베트남 영화시장의 많은 부분을 점유한 것에 대한 반감이 없냐”는 질문에 보어 티 튀늉(20)은 “한국과 베트남이 문화를 교류하며 베트남 영화인들의 기회가 더 많아졌다”며 “우리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환영한다”고 답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롯데시네마 베트남 서포터즈 발대식에 참석한 현지 대학생들.

“한국문화 심겠다는 생각은 경계심 불러…현지인들과 함께 좋은 작품 만들기 전략”

이진성 롯데 베트남 법인장

“베트남에 한국문화를 심기보다는 현지 영화 제작자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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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법인장은 베트남 영화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현지 영화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초 베트남에 온 이 법인장은 “처음에는 이곳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 인프라를 자신들에게 밀어 넣으려 하는 줄 알고 경계했다”며 “하지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방향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려 한다는 걸 안 후 만나자는 연락이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이 법인장은 베트남 영화시장의 특징에 대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젊은층으로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할리우드 등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뛰어난 영화인이 많고, 베트남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어 정부에서 영화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앞으로 동남아시아 영화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법인장은 베트남의 장점을 살려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손재주가 좋고 성실하다. 또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과 애니메이션을 이곳에서 진행하면 유리하다”며 “영화아카데미도 생각 중이고,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유튜브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튜브 스타가 영화에도 출연한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 영화인들이 이 법인장을 자주 찾아온다. 이에 대해 그는 “베트남에서는 코미디와 호러 장르가 잘된다. 한국에서 잘 안 된 작품도 이곳에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국영화의 베트남 판권을 사서 이곳에서 배급하려는 수입사와 미국, 중국 등 대형 영화사의 문의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호찌민=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