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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경일기자의 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04일(金)
김유정·정지용이 부르네… 文香따라 걷는 가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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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춘천시 김유정 생가의 중정 툇마루에서 문화해설사가 관람객들에게 김유정의 생애와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 문화해설사의 해설은 하루 일곱 번 진행된다.

- 10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

춘천으로 가면 ‘김유정문학촌’
생가 툇마루서 작품·삶 들려줘

송광사 竹林 끝 위치한 불일암
법정스님 기거하며 글 쓴 곳

안동엔 권정생 선생의 흔적이
옥천엔 시인 정지용 테마공간


▲  사진 위부터 충북 옥천의 정지용 문학관 앞에 서 있는 정지용 동상. 정지용 생가 앞의 ‘향수’ 시비(詩碑). 법정스님이 말년이 기거한 전남 순천 송광사의 암자 불일암.
한국관광공사가 여행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학의 향기가 스며든 전국의 명소를 골라 ‘10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로 추천했다. 모두 문향(文香)과 가을의 서정이 듬뿍 느껴지는 곳들이다. 문학작품 속의 잘 익은 문장을 꺼내 되새기면서 가을의 사색을 즐겨보면 어떨까.

# 정감 어린 고향의 서정…춘천 김유정문학촌

강원 춘천의 김유정문학촌은 ‘봄,봄’ ‘동백꽃’ 등을 쓴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에 조성된 문학 마을. 김유정 생가를 중심으로 그의 삶과 문학을 살펴볼 수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 다양한 멀티미디어 시설을 갖춘 김유정이야기집 등이 들어섰다. 김유정문학촌은 접근성이 좋다. 수도권 전철 경춘선을 타고 갈 수 있으니 도로가 막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김유정의 많은 작품이 문학마을이 조성된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쓰였다. 덕분에 김유정문학촌 곳곳에는 ‘점순이가 나를 꼬시던 동백숲길’ ‘복만이가 계약서 쓰고 아내 팔아먹던 고갯길’ ‘근식이가 자기 집 솥 훔치던 한숨길’ 등 재미있는 이름의 실레이야기길 열여섯 마당이 조성돼 있다.

김유정문학촌 인근에는 또 다른 볼거리도 있다. 경춘선 신남역이 이름을 바꾼 옛 김유정역은 빈티지 느낌 가득한 SNS의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명소다. 푸른 강물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양강 스카이워크, 춘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구봉산전망대카페거리도 놓치기 아까운 곳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실내외에 조성된 키즈파크인 ‘춘천꿈자람어린이공원’을 빼먹지 말 것. 춘천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이라 이용요금도 저렴하다.


# 청빈한 삶·동심…안동 권정생동화나라

경북 안동의 ‘권정생동화나라’는 ‘강아지 똥’ ‘몽실 언니’ 등으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 감동을 준 고 권정생 선생의 문학과 삶을 담아놓은 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선생이 생전에 머무른 일직면 망호리의 한 폐교를 꾸며 만들었다. 망호리는 ‘몽실언니’의 배경이 된 마을이다. 2007년 세상을 떠난 권정생 선생이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는 평소 신념을 이곳에 고스란히 남겼다.

문학관에는 선생이 남긴 작품과 유품이 있다. 단편 동화 ‘강아지 똥’ 초판본, 일기장과 유언장 외에 선생이 살던 오두막집을 실물 그대로 재현했다. 선생이 쓴 일기장과 유언장, 가난을 견뎌내며 살아온 발자취가 시기별로 전시된다. 선생의 일대기와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단편동화 ‘해룡이’의 장면을 담은 김세현 화가의 그림 50여 점도 전시 중이다. 건물 2층에 단체 관람객을 위한 숙박 시설과 강당이 있으며, 놀이터 옆에 숲속도서관도 문을 열었다.

문학관 인근의 조탑마을에는 선생이 종지기로 일한 일직교회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은 집이 생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안동에 간 길이라면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에 포함된 병산서원과 도산서원을 둘러보자. 이 밖에도 가을에 운치가 더해지는 고산정, 농암종택 등도 빼놓지 말자. 권정생동화나라 054-858-0808


# 문학의 향기가 스미다… 순천의 산사와 습지, 해변

순천은 문학적 향기가 그득한 여행지다. 우선 순천 조계산 기슭의 이름난 대찰 선암사. 선암사는 정호승의 시집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에 실린 시 ‘선암사’에 등장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선암사 해우소에서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줄 것이니 “실컷 울어라”고 썼다. 조계산 반대편 쪽의 절집 송광사의 불일암은 법정 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기거하며 글을 쓴 곳이다. ‘무소유’는 법정 스님이 불일암에 머문 이듬해인 1976년 작품이다. 불일암은 송광사에서 편백과 대나무 숲을 지나 부드러운 길 끝에 있다.

순천만습지는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배경이 되는 ‘무진’이다. 소설 속의 무진은 일상과 이상, 현실과 동경의 경계가 어우러진 곳이다. 순천만습지 한쪽의 순천문학관은 2010년 10월 문을 열었으며 순천 출신 작가 김승옥과 함께 정채봉의 문학 세계를 기리고 있다. 문학관에는 두 작가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육필원고, 저서, 생활유품 등 관련 자료를 총제적이고 입체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순천만습지에서 와온해변이 멀지 않다. 박완서 작가가 ‘봄꽃보다 아름답다’고 쓴 개펄이 있다. 순천만의 최고 일몰 풍경을 보여주는 용산전망대 못지않은 일몰을 볼 수 있는 명소다. 선암사 061-754-5247, 송광사 061-755-0107~9, 순천만습지 061-749-6052


# 고향의 서정을 느끼다…옥천 정지용문학관

정지용의 시 ‘향수’는 지금은 잊힌 서정적인 시골 마을의 고향 풍경을 회화적으로 그려낸 절창이지만, 시보다는 노래가 더 유명했다. 월북했다는 이유로 한때 우리 문학사에서 지워졌던 정지용이 ‘국민 시인’ 반열에 올라섰던 건, 이 시를 가사로 써서 이동원, 박인수가 부른 노래 덕분이다.

정지용의 고향은 충북 옥천의 구읍. 예전에는 옥천의 중심이었지만, 경부선 철도가 놓이고 옥천역이 금구리에 들어서면서 쇠락한 곳이라 ‘옛 구(舊)’ 자를 써서 구읍이라 부른다. 구읍을 가로지를 개천 옆에 정지용 생가가 있다. 생가 앞에는 ‘향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생가 안방에는 동시 ‘호수’가 걸려 있다. 생가 옆에는 정지용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은 전시실과 문화체험공간으로 나눠 꾸며졌다.

구읍에는 정지용의 시 한 구절씩을 적은 가게 간판들이 이채롭다. 정지용의 시를 테마로 꾸민 장계국민관광지도 빼놓을 수 없다. 정지용의 시 세계를 공간에 옮겨놓은 공공예술프로젝트 ‘멋진 신세계’로 꾸며진 곳인데, 감각적인 건축과 고즈넉한 자연이 잘 어우러졌다. 금강이 급하게 굽이쳐 흐르는 곳에서 병풍처럼 서 있는 기암절벽 ‘부소담악’이나, 일출 때 발밑으로 운해가 자주 펼쳐지는 절집 용암사도 함께 들러보자. 정지용 문학관 043-730-3408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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