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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편식주의자의 미식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04일(金)
씹을수록 다디달고 고소해 입안 가득 퍼지는 ‘가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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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 남당항에는 제철 전어회를 파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전어회는 지느러미 부분의 잔가시만 잔잔히 씹히는 맛을 느낄 수있도록 두툼하게 잘라냈다. 게티이미지 뱅크

■ 계절따라 깊어지는 ‘홍성의 맛’

- 전어 회·구이
탄력 넘치는 살·지방도 풍부
굽는 냄새는 없던 식욕도 자극

- 대하 소금구이
태풍 뒤끝이라 대부분 양식
자연산 못지 않게 육질 단단

- 홍성 한우
마블링 돋보이는 등심 매력적
육사시미 신선도 특히 탁월


지난 몇 주 동안의 주말은 온통 비, 혹은 태풍 영향권에 있었다. 조금 멀리 남해안으로 전어를 찾아 가려 했던 주말 여행 계획들은 “비가 오면 해산물이 비려 맛이 덜하다”는 내 맛 철학에 따라 계속 취소됐다. 벼르고 기다리던, 날 좋았던 지난 주말, 최고로 치는 충남 한우와 탱탱하게 살이 오른 대하, 그리고 깊어가는 가을에 더욱 맛이 깊어지는 전어를 맛보기 위해 홍성으로 향했다.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충청지역 평야를 지나니 노란 벼 물결이 아름다웠다. 곧 눈부시게 화려해질 황금 물결 평야를 상상하며, 이 가을에 더욱 아름다울 바다의 모습도 기대가 됐다.

우선 제철 대하와 전어를 먹기 위해 남당항으로 출발했다. 홍성 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공유 자동차를 빌려 오랜만에 운전을 즐겼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두둥실, 산들바람마저 부니 지난 몇 주 동안의 태풍 영향이 너무 아쉬웠다. 아름다운 계절, 이 짧은 가을은 이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더욱이 아름다운 주말 날씨는 진정 축복이었다. 남당항에 가까워지자 대하축제 현수막과 안내문이 자주 나타났다. 많은 자동차가 남당항을 향해 줄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가까운 항구 앞 대형 주차장은 이미 만원이어서 남당항 중심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겨우 대형 회센터 앞에 차를 세운 후 바닷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멀리 안면도가 보였다. 바닷가 근처에서 먼바다를 쳐다보고 있자니 햇볕은 따스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깊어가는 가을이라기보다는 아직 늦여름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남당항 바다에 가장 가까이 있는, 횟집들이 즐비한 건물로 이동했다. 우선 그곳 횟집들의 어항을 살펴봤다. 정작 이곳 남당항에서 유명한 대하를 파는 곳은 드물었다. 자연산 대하 역시 파는 곳이 없었고 흰다리새우만 잔뜩 있었다. “대하는 없어요?”라고 물으니 “대하 파는 곳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  홍성 남당항에는 전어구이를 파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전어 굽는 고소한 냄새는 식욕을 상승시킨다.

바다에서 조금 더 떨어져 있으며 횟집들이 1㎞ 이상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남당항로로 이동했다. 식당 거리로 유명한 이곳에는, 비록 양식이지만 어항에 제철 대하와 가을 전어가 날쌔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지역 사람들에게 명성이 높은 ‘토박이 어부의 딸’을 방문했다. 이곳의 황순자 사장은 바로 옆 건물 2층에서 장사를 시작한 후 사업을 확장해 현재 건물 1층으로 이전했다. 이곳 남당항에서만 40년 넘게 장사해 오고 있는 서부면 토박이다.

“자연산 대하는 없나요?”라고 물으니 황 사장은 “지금 남당항에서는 자연산 대하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태풍이 방금 지나간 터라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재 양식 대하와 꽃게는 크기도 크고 살이 올라 탱탱하며 맛도 달아 가장 먹기 좋은 때”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식당 내부에 꽃게탕을 즐기는 테이블이 특히 많았다. 황 사장은 “지금은 전어와 대하, 꽃게가 제철이지만 곧 새조개와 주꾸미, 바지락 등이 순서대로 잡힌다”고 설명했다. 대하와 전어를 주문했다. 몇 가지 안 되는 찬이 나왔는데 특히 멍게 맛이 싱싱했다. 보기에 특별할 것 없는 파김치는 적당히 발효된 고소함이 좋았다. 대하가 가장 먼저 나왔다. 커다란 팬 냄비에 소금을 두툼하게 깔고 대하를 올린 다음 뚜껑을 덮어 익혀냈다. 대하의 색이 희미한 분홍에서 진한 분홍으로 변할 때 대하 머리를 가위로 자르기 시작해야 한다. 나이가 지긋이 든 여성 직원은 대하 머리를 가위로 분리한 후 껍질 표면이 더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계속 앞뒤로 구워내며 “이제 속살을 발라서 드세요”라고 말했다. 자연산 대하가 없어 아쉬웠지만, 대하 육질은 단단했고 맛은 달콤했으며 재료를 직접 골라 바로 즐기니 신선함은 더없이 훌륭했다.

크고 탱탱한 대하 몸통을 다 먹었을 때쯤, 이제 팬에는 대하 머리만 남았다. 머리를 어찌 먹을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대하 머리 버터구이 돼요?”라고 물으니 황 사장은 “좀 더 바삭하게 구워 그냥 먹으면 훨씬 맛이 좋다”고 권했다. 소금에 계속 구워봤다. 대하 머리 껍질 색은 훨씬 붉게 변했다. 머리와 함께 잘려 나온 대하 속살은 이제 수분 없는 단단한 육질로 변했고, 머리에 달린 보들보들한 수염은 좀 더 발갛게 구워내니 바삭해졌다. 수분 빠진 속살을 부드러운 내장, 바삭한 수염과 함께 씹으니 고소하고 명확한 갑각류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졌다. 버터구이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진한 바다 맛과 소금의 짠맛, 그리고 더욱 강조된 바삭함과 고소함이 계속 코끝으로 몰려 왔다.

▲  냄비에 소금을 두툼하게 펼쳐 올려 구운 대하소금구이

이제 전어를 즐길 차례다. 이곳 전어회는 뼈를 중심으로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가지런히 일렬로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포를 뜬 다음 길게 자르는 방식으로, 생선 중심부의 뼈는 발라내고 지느러미 부분의 잔가시만 잔잔히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두툼하게 잘라냈다. 생선살은 지방이 풍부해 씹을수록 부드럽고 고소했을 뿐만 아니라 탄력도 신선함을 증명했다. 한 달 전쯤 집 근처 횟집에서 즐겼던 것보다 크기도 훨씬 컸고 생선살의 탄력도 훨씬 좋았다. 다만, 가시 씹는 맛이 잔잔히 느껴지다가도 가끔 굵은 가시가 있어 의식적으로 꼭꼭 씹게 됐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해짐은 말할 것도 없다. 전어회 맛은 바로 이 맛이다. 가을 전어구이에 전설적인 ‘며느리 컴백홈’ 설화가 있듯이 전어 굽는 고소한 향은 식당 가득 퍼져 자극적이었으며 식욕을 상승시켰다. 황 사장에게 전어구이 맛있게 먹는 방법을 물어봤다. “손으로 들고 머리째 먹어봐요. 머리와 내장 부분을 한 번에 씹어야 고소한 맛이 더할 겁니다.” 하지만 역시 간혹 씹히는 거친 가시와 뼈 맛은 꼭꼭 씹어 고소함으로 더욱 승화시켜야 했다. “꼭꼭 씹자, 요즘 전어.”

햇볕 가득, 바람 시원하고 따뜻한 주말을 맞이한 남당항 방문객들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두 박자 ‘쿵짝’ 장단에 몸을 맡기며 흥겨워했다. 노래방 기기 주변에는 사람들이 몰려 있고 넓은 바다를 친구삼아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른다. 이 특별할 것 없는 무심한 콘크리트 직선의 남당항에서 주말을 즐기는 소박한 사람들의 행복에 공감했다. 대하와 전어 모두 11월 말까지는 맛이 좋단다. 대하든 전어든, 가을의 바다 맛을 즐기자. 지난 9월 15일 끝마친 대하축제 때보다 요즘 대하가 더 맛있다고 하니.

남당항에서 멋진 바다와 전어, 대하를 즐긴 후 충남지역 최고의 한우 ‘홍성 한우’를 즐기기 위해 홍성 시내로 이동했다. 홍성은 예로부터 ‘우견현’ ‘목우현’등 소와 관련된 지명이 있기로 유명한 도시다. 홍성 시내 홍주읍성 인근의, 유명하다는 ‘내당한우’를 방문했다. 식당 바로 앞에 같은 이름의 정육점이 있어 물어보니 같은 집에서 운영한다고 한다. 한옥을 개조한 집 입구에 있는, 조그맣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도 예쁘고 널찍한 식당 내부도 깔끔했다. 이곳에서는 홍성 한우, 특히 암소 특수부위를 ‘오늘은 뭐 먹지’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날마다 다르지만 내가 방문한 날에는 안창·토시살·살치살·제비추리 등 4가지로 구성해 1인분 150g 기준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반찬들도 깔끔했는데 간, 천엽, 달걀옷을 입혀 지져낸 소간 전, 양념게장, 명이나물, 물김치, 단호박·양배추 샐러드, 도라지무침 등이 찬으로 나왔다. 하지만 ‘특별히 한우의 맛과 어울리는 찬’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보다는 구색을 맞췄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다만 주문하는 고기의 종류에 따라 달리 제공되는 ‘육사시미’의 신선도가 특히 탁월했다. 이 집의 특별메뉴인 특수부위보다는 씹는 맛이 있는 꽃등심을 주문했다. 떡심이 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고 마치 스페이드 A 카드 문양처럼 생긴 마블링이 돋보이는 등심 덩어리가 선명한 분홍빛을 띠었다. 팬에 준비된 기름 덩어리와 버섯조각을 활용해 조금씩 태우지 않게 한 점 한 점 천천히 구워 가며 즐기다 보니 홍성 한우의 부드러운 매력에 빠지게 됐다.

특히 차별화된 서비스를 칭찬해 주고 싶다. 직원들이 서비스할 때 찬그릇 내려놓는 소리를 전혀 내지 않는 세심함이 좋았다. 손님들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여유 있는 모습이 훌륭했다. 식당 건물 내부보다는 식당 마당과 연결된 한옥 방이 외부 바람을 함께 즐기며 식사하기에 좋겠다. 이 집의 오랜 내공처럼 식당 내에 배어 있는 기름 냄새도 쉽게 빠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강태안 미식여행가



새조개 삼합 ‘색다른 맛’… 한우 특수부위 ‘녹는 듯한 맛’

살 오른 대하와 전어, 꽃게 등 신선한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토박이 어부의 딸’(041-632-5982)은 서부면 남당항로213번길 16에 있다. 2019년 10월 1일 기준 양식 대하 1㎏ 3만9000원, 전어 1㎏ 4만 원.

본문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남당항에서 가볼 만한 식당을 소개한다. 판매하는 메뉴들은 모두 비슷하다.

특히 새조개 삼합이 유명한 ‘내포횟집’(041-633-9480)은 남당항로 210-1에 있다.

전국 횟집에 납품하기로 유명한 ‘대명회센터’(041-633-0033)는 남당항로 190에 있다. 홍성종합터미널에서 남당항까지 자동차로 40분 이내면 도착한다.

홍성 한우, 특히 암소 특수부위를 전문으로 파는 ‘내당한우’(041-632-0156)는 홍성읍 오관리 393-2에 있다. 특수부위 모둠 ‘오늘은 뭐 먹지’ 150g 4만5000원, 꽃등심 150g 4만 원, 육사시미 180g 3만 원, 얼갈이해장국 7000원.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 한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오늘은 뭐 먹지’를 추천한다.

오후 3시∼5시는 준비시간으로 문을 열지 않는다. 식사 전후 홍주읍성 내부를 구경하기 좋다.

오는 11월 1일부터 3일까지 홍주읍성 일원에서 ‘제1회 홍성한우축제’가 개최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본문에는 없으나 광천불고기로 유명한 ‘한밭식당’(041-641-2311)은 홍성군 광천읍 광천로299번길 6-1에 있다. 60년 전통의 식당으로, 지역에서는 한우구이보다 한우불고기로 훨씬 유명하다. 한우불고기 250g 1인분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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