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친위 쿠데타’ 행태, 國基 파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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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보편 가치 짓밟는‘조국 死守’
公正 강조하며 불공정한 주문
수사도 ‘檢·야당 야합’ 매도

‘官製 집회’ 선동한 법치 농단
“검란을 이긴 민란” 운운까지
국가기관의 역할 뒤엎는 처사

본인과 그의 일가가 전방위 불법 혐의를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수(死守)’에 나선 문재인 정권이 인류 보편의 가치까지 짓밟고 전복(顚覆)하며 국가를 더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파렴치한 부도덕을 합리화하고, 불의를 정의로 둔갑시키며, 인권 보호를 특정 개인의 불법을 감싸는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불구속기소된 ‘사문서위조’ 말고도 심각한 불법 혐의가 적잖게 드러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검찰이 3일 ‘비공개’ 소환하기에 이른 것이 가까운 예다. “검찰 청사 1층 출입문으로 들어오는 것이 원칙”이라던 공언을 빈말로 돌린 검찰은 “언론의 높아지는 관심과 정 씨의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을 감안했다”고 둘러대지만, 앞뒤부터 맞지 않는 변명이다. 문 대통령의 ‘경고’ 외엔 이유가 달리 있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4일 후인 지난 9월 27일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했다. 이어서 30일엔 조 장관을 앞에 앉히고 “검찰총장에게 지시한다. 검찰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전해지게 했다. 당연히 윤 총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비쳤다. 국민 관심이 큰 것은 되레 공개 소환의 요인이다. 건강 상태가 심각한 기업인들도, 전직 대통령들도 소환되며 포토라인에 서 왔다. 그랬던 검찰이 정 교수를 특별 배려한 이유는 문 대통령 경고 외에 있을 리 없다. 인권과 반(反)인권, 공정(公正)과 불공정도 문 정권의 ‘내 편, 네 편’에 따라 갈라지는 셈이다.

윤 총장에게 지난 7월 25일 임명장을 주면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권력형 비리를 아주 공정하게 처리해 국민들의 희망을 받았다. 살아 있는 권력에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공정한 사회 만드는 것을 검찰의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달라.” 하지만 조 장관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 당부에 충실하도록 검찰을 이끄는 윤 총장을 문 정권은 몰아낼 방법을 궁리하는 것으로까지 보인다. ‘조국 사수’를 위해 국가의 기본 가치들을 뒤집으며, 법치를 무력화하는 ‘친위 쿠데타’ 행태도 적나라하다. 집권 세력의 국기(國基) 파괴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노골적으로 지지세력을 선동하면서 참가자들에게 당명을 적은 깃발과 피켓 등은 사용하지 않도록 한, 헌정 사상 초유의 지난 9월 28일 대검찰청 앞 대규모 ‘관제(官製) 집회’는 대표적이다. 검찰의 당연한 책무 이행을 ‘인민재판’ 대상으로 삼아, ‘조국 수사 중단’ ‘윤 총장 사퇴’ 등을 외치며 법치를 농단(壟斷)했다. 그러고도 민주당은 “검란(檢亂)을 이긴 민란(民亂)” 운운했다. 검찰의 ‘사실무근’ 확인에 아랑곳없이 조 장관 일가 수사 검사들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한 민주당의 적반하장인 검찰 공격도, ‘미쳐 날뛰는 늑대’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아 온 청와대의 직·간접적 검찰 겁박도, 이낙연 총리가 ‘조국 수사는 검찰과 야당이 야합한 의심이 든다’며 거듭한 가짜뉴스 유포 등도 마찬가지다.

친여(親與) 정의당 당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최근 “윤리적으로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됐다”며 “제가 신뢰했던 사람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존경했던 분들을 존경할 수 없게 되고, 의지했던 정당도 의지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문 정권은 보편적 가치도, 국가기관 본연의 역할도 뒤엎겠다는 식의 시대착오적 ‘조국 사수 친위 쿠데타’ 행태를 당장 접어야 한다. 원로 지성인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국 사태와 관련한 어느 언론 기고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것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옳고 그른 것을 완전히 혼동하지 않는, 도덕적·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문 정권이 대한민국 역사에 더 큰 오명(汚名)을 남기지 않으려면, 이런 고언(苦言)이나마 귀담아들어야 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장진영 검사가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란 제목 아래 ‘임명권자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총장님 덕분에 후배 검사들은 살아 있는 정권 관련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배웠다’고 한 반어법의 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