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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07일(月)
사랑의 숨통을 끊겠다고? 멈춰라, 사랑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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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킬 디스 러브’

죽은 후에야 사람들은 이해한다. ‘이젠 알겠어요(Now I understand)/ 당신이 내게 뭘 말하려 했는지(What you tried to say to me).’ 돈 매클레인의 노래로 빈센트 반 고흐의 생애를 들려주던 선생님은 일일이 눈을 맞추면서 강조하셨다. “극단적 선택은 자기를 죽이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했던 모든 사람을 죽이는 거다.” 극단을 피해야 하는 건 누구나 알아도 일상의 뉴스엔 ‘극단’이 차고 넘친다. ‘극단적 대립’에 이어 ‘극단적 지지’라는 용어마저 등장했다.

극단적으로 사랑하는 건 좋은 일일까. 그래도 정신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넋이 빠지면 사랑도 잃게 된다. 프레디 머큐리는 ‘투 머치 러브 윌 킬 유’에서 ‘지나친 사랑은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삶조차 거짓으로 만들 거예요(Too much love will kill you/ It’ll make your life a lie)’라고 충고했다. 지금 타오르는 자들에겐 하나마나한 조언이지만.

극단적 사랑은 음악동네의 유구한 전통이다. ‘이러면 안 되지만/ 죽을 만큼 보고 싶다.’ 김범수의 ‘보고 싶다’는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 중 압권이다. 행복해지려고 사랑도 하는 건데 죽을 만큼 보고 싶다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감정일까. 극단으로 치닫던 그 사랑도 결국 ‘죽을 만큼 잊고 싶다’로 마무리된다. 타오르던 불은 언젠가 꺼지고 물에 빠졌던 사람은 물기를 털어내며 중얼거린다. ‘미칠 듯 사랑했던 기억이/ 추억들이 너를 찾고 있지만/ 더 이상 사랑이란 변명에/ 너를 가둘 수 없어.’(김범수 ‘보고 싶다’ 중)

사랑의 열병엔 연령제한도 없다. ‘어려도 아픈 건 똑같아/ 세상을 잘 모른다고/ 아픈 걸 모르진 않아.’(2AM ‘죽어도 못 보내’ 중) 새벽 2시에 시작된 사랑은 정오의 이별조차 예감 못한다. 이별이 죽음을 막을 수 없듯이 죽음도 이별을 막지 못하는 걸까. ‘죽어도 못 보내/ 내가 어떻게 널 보내/ 가려거든 떠나려거든 내 가슴 고쳐내.’

드디어 이젠 사랑을 죽여 버리겠다는 노래까지 나왔다. ‘나 어떡해/ 나약한 날 견딜 수 없어/ 애써 두 눈을 가린 채/ 사랑의 숨통을 끊어야겠어.’(블랙핑크 ‘킬 디스 러브’ 중) 짐을 싸본 자는 안다. 사랑의 여정엔 달콤함만 있지 않다. ‘천사 같은 Hi/ 끝엔 악마 같은 Bye/ 매번 미칠 듯한 High/ 뒤엔 뱉어야 하는 Price/ 이건 답이 없는 Test/ 매번 속더라도 Yes/ 딱한 감정의 노예/ 얼어 죽을 사랑해.’ 영어와 한글이 뒤섞인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9월 말로 이미 유튜브 6억 뷰를 돌파했다. 만남은 행운처럼 시작되지만 그것이 행복으로 연결되려면 진실과 인내가 필요하다. ‘Lucky me Lucky you/ 결국엔 거짓말 we lie/ So what so what.’(블랙핑크 ‘킬 디스 러브’ 중)

지혜롭다면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혜민 스님이 말할 때 처음엔 무엇을 멈추라는 건지 의아했다. 걸음을 멈추고, 싸움을 멈춘 후에야 최종적으로 숨을 멈추는 데까지 이르렀다. 죽으면 뭐가 보일까. 서른 전에 숨을 멈춘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다짐했는데 이 시를 ‘사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바꿔보자. 끝부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로도 바꿔보자. 무엇이 다른가.

결론적으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언제나 삶과 하나라는 거다. 그래도 언제 어떻게 멈춰야 할지 헛갈린다면 여성 트리오 ‘다이애나 로스 앤드 더 슈프림스’의 노랫말에 귀 기울이자. ‘멈춰라! 사랑의 이름으로. 네가 내 마음을 부수기 전에(Stop! In the name of love Before you break my heart).’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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