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병상 규모 싱가포르 최대
방마다 용도 달라 복잡한 작업
지진 때도 장비 작동 유지되고
지하에는 전쟁 대비 의료 벙커
100개 넘는 시설 모형 만들고
VR까지 동원해 정확하게 시공
싱가포르 정부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물은 ‘마리나베이샌즈(MBS)’다. MBS는 싱가포르 최고의 랜드마크이며 세계 건축사에 남을 역작으로 쌍용건설의 열정과 혼이 담겨 있다. MBS는 한국 해외 건설사의 획을 긋는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건설·건축업계에서 쌍용건설의 위상을 당당히 드러내는 ‘작품’으로 꼽힐 정도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에서 MBS뿐만 아니라 도로와 토목, 병원 등 다양한 공사를 수주, 건설 한류를 선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들어서는 최첨단 미래형 종합병원을 한국 건설사가 시공한다. 2018년 3월 싱가포르 보건부(MOH)가 발주한 첨단 미래형 병원인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WHC·Woodland Health Campus) 건설공사’다.
7일 쌍용건설에 따르면 WHC는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드 지역 약 7만6600㎡ 부지에 지하 4층∼지상 7층, 종합의료시설과 커뮤니티병원, 요양시설인 너싱홈(Nursing Home), 호스피스 등 4개의 별도 의료기관 등 8개 동으로 들어서는 1800병상 규모(연면적 24만6000㎡)의 프로젝트로 총 8000억 원이 투입된다. 규모(1800병상)로만 보면 싱가포르 최대 규모의 종합병원이다.
WHC 같은 최첨단 종합병원은 건축공사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그만큼 복잡한 공법이 들어가고, 공사 수행력 및 기술력이 뛰어나야 한다. 실제 아파트는 방이나 거실 등에 들어가는 시설물이 전기, 난방, 배관 등으로 일률적이면서 단순한 반면, 병원은 방마다 들어가는 시설이 훨씬 복잡하다.
특히 수술실, 응급실, 일반 진료실 등 방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시설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다.
WHC는 지진 발생 시에도 첨단 의료시설의 작동이 멈춘다거나 오작동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강력한 내진 설계로 시공된다.
또 지하 2, 3층은 전쟁 등 위험 상황을 대비한 대규모 벙커(Civil Shelter)를 설치하는데 이는 스위스 방위 규정을 적용해 전시(戰時)에도 핵심 의료행위가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최대 두께 1.6m의 벽체와 최대 22t의 방폭 문까지 설치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싱가포르 최고·최대의 종합병원으로 거듭날 ‘우드랜드 헬스 캠퍼스(WHC)’ 건축공사도 수주해 시공하고 있다. 기초 공사가 한창인 WHC 건축 현장 최근 모습. 사진 위는 WHC 조감도. 쌍용건설 제공
싱가포르 정부는 WHC를 미래형 병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으로, 최첨단 의료장비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병원 전체에 들어갈 설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콘센트 위치 하나도 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물량의 설계 변경이 예정돼 있는 셈이다. 새로운 장비가 정해질 때마다 이를 반영해 설계를 바꿀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 정부 관계자가 농반진반으로 ‘악몽(nightmare)이 될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병원 건축물 대부분을 사전 제작한 뒤 공사 현장에서는 레고 블록을 맞추듯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공사 현장 별도 공간에 40억 원을 들여 100개가 넘는 병원 전체 시설의 각 부분을 실물 크기로 만든 모형(Mock-up)을 설치했다. 모형을 만들기 어려운 부분은 가상현실(VR)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
쌍용건설 현장 관계자는 “WHC 병원장 내정자와 병원 관계자 등이 방문해 각 방의 디자인과 자재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여기에 기존보다 더 좋은 장비나 새로운 제품이 나올 것에도 대비하는 등 어느 건축물보다 고난도 공사”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은 WHC 건설공사 입찰 당시 국내 2개 조인트컨소시엄과 일본 최고 건설사인 시미즈(Shimizu), 오바야시(Obayashi) 컨소시엄을 제치고 수주했다. 1년여 동안 총 4차례에 걸쳐 각 컨소시엄이 지은 국내외 병원 시공현장 실사와 2차에 걸친 기술 평가, 최종 공사 및 대안 설계 관련 인터뷰, 안전관리능력 점검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 과정에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중 유일하게 CEO로서 모든 평가미팅에 참석해 발주처의 기대치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쌍용건설에 대한 신뢰와 탁월한 시공실적 등이 반영되면서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5건의 대형 병원공사를 독식, 시공하고 있는 일본 업체를 따돌렸다.
쌍용건설은 WHC 건설공사를 마무리하면 전 세계에서 약 1만2000병상에 달하는 첨단 의료시설 시공실적을 보유한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1998년 준공 당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병원이자 전시에도 핵심 의료행위가 가능한 첨단 종합의료시설인 탄톡생병원(1211병상)과 싱가포르 인구의 35%가 태어나 싱가포르인의 요람으로 불리는 K.K.병원의 신축 공사인 New K.K.병원(825병상)에 이어 3개의 싱가포르 첨단 종합병원을 시공하는 진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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