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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종(1941∼2013)
처음에는 슬픔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인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지나가듯이 아버지 얘기가 나왔다. 나 스스로도 당황스럽게 목이 메어서 말이 잘 안 나왔다. 시간도 지났고, 마음도 잘 추슬러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 같다. 남들 앞에서 무덤덤하게 아버지 얘기를 꺼내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슬픔이 지나가자 찾아온 건 그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나는 늦둥이라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학생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에 대학원을 졸업하고 원하던 곳에 취직하게 됐다. 면접 최종 합격 연락이 왔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정신없이 어머니께 연락드리고 나니 아버지 생각이 났다. 내 취업 소식을 들으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셨을까.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함에 안타까움과 처음 느껴보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그 후로도 명절이나 가족모임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걸 먹거나, 좋은 곳에 가거나 할 때 아버지가 그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최근에 결혼하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옆의 빈자리를 보면서, 그리고 며느리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막걸리 한잔하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든다. 옆에 계셨으면 술 한 잔 따라 드리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정말 많은데…. 취업도 하고 결혼도 했다고, 맘껏 어리광부리면서 얘기하고 싶다. 보고 싶어요 아빠.
아들 서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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