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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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동해안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7번 국도는 아름답다. 부산에서 함흥까지인데, 분단으로 강원도 고성에서 멈췄지만, ‘죽기 전에 꼭 달려봐야 할 아름다운 해안 도로’로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해안의 1번 국도에 비견될 만한 낭만 가도이다. 한편으로는, 한반도의 등뼈처럼 남북을 잇는 ‘전략 도로’여서 6·25전쟁 때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이었다. 이 길이 차단되면 군대의 이동도 어려워지고 군수물자 보급도 끊기기 때문이다.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기습 남침 후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와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승률이 500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는 인천상륙작전을 결행해 전세를 바꿨다. 그런데 당시 미군 당국은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북한군 교란용 양공작전을 비밀리에 준비했는데 이것이 바로 경북 영덕 지역의 장사상륙작전이다. 북한군 주력부대를 동해안으로 유인하기 위한 ‘조커 작전’으로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날 동해 상륙 작전을 벌인 것이다. 9월 14일 새벽, 10대 학도병 등 총 772명의 유격대원은 폭우를 뚫고 필사의 상륙작전을 벌여 영덕 일대의 7번 국도 차단에 성공했다. 곧바로 진행된 인천상륙작전도 대성공을 거뒀다.

장사상륙작전으로 7번 국도가 차단돼 북한군은 보급로가 끊겨 대혼란에 빠졌고 국군은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희생이 너무 컸다. 772명 대원 중에서 학도병은 600여 명이었는데 대부분 희생됐다. 당시 학도병들은 고교 교복 차림에 학생모도 그대로 썼고 군번조차 없었다고 한다. 맥아더 장군은 “헌신적인 전우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지만, 장사상륙작전은 이후 거의 잊어졌다.

최근 개봉된 곽경택 감독의 ‘장사리-잊혀진 영웅들’은 그 작전을 다룬 영화다. 장사리로 향하는 배 안에서 “조국을 위해 총을 들었다”고 하는 학도병들에게선 절절한 애국심이 느껴진다. 전투 후 주인 잃은 검은색 학생모들이 바다에 떠내려가는 장면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평화 환상에 젖은 문재인 정부는 6·25를 기리는 일에 야박한데, 어떻게 상업 영화사가 이 같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내년은 6·25남침 70주년이다. 장사리의 영웅들, 자유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린 모든 용사에게 감사를 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