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10.18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정치일반
[정치] Leadership 클래스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08일(火)
정치인의 옷은 메시지 ‘유권자를 위해 입어라’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9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부론’ 발간 국민보고대회에서 평소와 다른 캐주얼 차림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서 물러난 뒤 머리 염색을 하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은 채 네팔 트래킹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 페이스북 캡처

■ 패션의 정치학

- ‘백팩&운동화’ 서민 친화형
황교안 정장 벗고 젊은 셔츠
안철수 운동화 싣고 선거운동
강경화 등 백팩메고 친근하게

- ‘삭발 or 수염’ 고뇌와 결단
한국당 조국반대 삭발 ‘투쟁’
문재인·손학규 덥수룩한 수염
정계복귀전 성찰·반성 상징


때때로 지도자의 반짝이는 구두보다 낡은 운동화가 더 강한 권력을 내뿜을 때가 있다. 권력자가 격식을 깰 때 비로소 권력이 생겨나는 효과다. 대중의 지지와 관심을 먹고 사는 정치인들에게 정치 역량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미지로 얻는 호감도다. 그 때문에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이나 머리를 빗는 방향을 정하는 단순한 행동까지 정치적 행위로 여겨진다. 실제로 ‘정치인이 말하는 것’만큼 ‘정치인이 입는 것’에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 ‘패션 폴리틱스’라는 말도 생겨났다. 정치인에게 패션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조언하기도 했다. “나를 위해 먹고, 남을 위해 입어라.(Eat what you like, but dress for the people)”

◇백팩과 운동화 … 권력 내려놓고 서민 행보 = 지난달 2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한국당의 경제 대전환 비전을 담은 민부론(民富論)을 소개하는 단상에 운동화와 면바지 차림으로 올랐다. 황 대표는 하늘색 줄무늬 셔츠의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무대를 자유롭게 누볐다. 그간 다소 보수적이고 권위적으로 비쳤던 황 대표의 ‘공무원 이미지’를 감안하면 눈에 띌만한 변신이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의 이미지 변신 방안을 놓고) 다양한 조언이 쏟아진다”며 “천천히, 계속해서 변신을 시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황 대표의 옷차림이 본격적으로 달라진 건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문제로 여야가 정면충돌하면서다. ‘민생 투쟁 대장정’을 선언한 황 대표는 부산, 대구 등 지역 순회를 시작하면서 딱딱한 구두부터 벗었다. 빳빳한 양복 재킷은 구김이 가도 상관없는 점퍼로 바꿔 입고 검정 백팩을 짊어졌다.

백팩과 운동화는 많은 정치인이 국민과 만날 때 활용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그 자체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행원이 들어주는 서류 가방 대신 직접 짊어진 가방으로 친근한 이미지, 민첩하게 일한다는 느낌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화 끈을 질끈 묶는 모습도 그에 못지않은 정치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최근 다시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여론이 돌아서자 운동화를 신고 백팩을 멨다. 안 전 대표는 대구에서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캠페인을 시작하며 시민들과 함께 걸었고 이따금 자신의 가방 속에서 물티슈와 생수병을 꺼내 보였다. 당시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된 안철수식 도보 유세를 200만 명이 넘게 지켜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적지 않은 정치인, 공직자들이 백팩을 메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그렇고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도 백팩을 메고 출퇴근하곤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의 박주민·박찬대·표창원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항상 백팩을 걸친 모습으로 국회 의원회관에 나타난다.

리더의 가방이 전혀 상반된 두 갈래의 메시지를 만들어 낸 적도 있다. 이른바 ‘김상조(청와대 정책실장) 가방’이다. 김 실장은 2017년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 당시 손잡이 부분이 닳아 원래의 모습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의 서류 가방을 들고 나왔다. 김 실장은 “대학원생 시절부터 써 온 것”이라고 가방을 소개했다. 이를 놓고 ‘청렴함이 돋보인다’는 호평이 나왔지만 동시에 ‘계산된 이미지’란 비판도 뒤따랐다.

◇수염, 깎거나 기르거나 = 민생 탐방, 정치 투쟁에 나서는 정치인들에게서 또 다른 공통점을 찾자면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수염이란 중견 정치인의 고뇌, 결단의 상징물처럼 여겨진다. 최근 사례로는 ‘조국 정국’에서 “정치를 잘할 때까지 길러보겠다”며 수염을 기른 김영우 한국당 의원이 있다. 김 의원은 수염이 자란 얼굴로 청와대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비판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까칠해 보이도록 기른 수염이 투쟁하는 야당 정치인의 이미지를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130일간 사고 현장에 머무르며 수염을 깎지 않았다. 당시 그의 수염은 참회의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반성과 성찰을 다짐하며 정치권을 떠난 지도자들이 복귀를 앞두고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모습을 공개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야인이 됐을 당시 흰 수염을 길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100일 민심 대장정’을 하면서 광부·용접공·지게차 운전사 등 93개 직업을 체험했는데, 그 당시 얼굴이 온통 수염으로 덮인 모습이었다.

머리카락의 경우 잘라내는 것으로 강한 메시지가 된다. 삭발은 지지층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당내 입지를 다지는 데 활용돼 왔다. 짧은 시간에 단식만큼이나 강한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들어 여의도를 휩쓴 릴레이 삭발이 그 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한국당 소속 윤영석·이장우·김태흠·성일종 의원이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했고,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직접 거울 앞에 선 채 머리를 밀어 전후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조국 정국에서는 황교안 대표가 야당 대표로서는 처음으로 청와대 앞에서 삭발하면서 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후 삭발한 황 대표의 모습은 유명 연예인 사진과 합성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패러디되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긴 여성 정치인의 삭발은 남성 정치인들의 삭발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내기도 한다. 지난달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박인숙 한국당 의원의 삭발은 단시간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의 상위권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염색으로 정체성을 보여주는 정치인들도 있다. 최근에는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그랬다. 민주당 세대교체를 전면에 걸고 나선 이 원내대표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검게 염색하고 나타나 “‘진보는 꼰대’라는 낡은 이미지에서 먼저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  강경화 외교부 장관
◇패션, 여성 정치인의 숙명 =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는 회고록 ‘비커밍(Becoming)’에 특정한 방식으로 옷을 입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대해 적었다. 그녀는 책에서 자신의 모든 옷차림이 대중에게 노출돼 즉각 평가받곤 했던 것에 불만을 표했다. 남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 동안 같은 턱시도를 입었는데도 아무도 그 사실에 주목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신은 신발은 늘 사진에 찍혔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여성 정치인은 남성 정치인보다 옷차림에 더 크게 신경 쓰는 경향을 보인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기성복보다는 자신의 체형과 분위기에 맞는 맞춤 정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위주의 정치판에서 강단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지 정장을 즐겨 입는다. 하이힐은 피하고, 적당한 높이의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 활동적인 면모를 더한다. 나 원내대표 역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이어진 장외투쟁 국면에는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누볐다.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도 패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강인한 이미지인 추 전 대표 역시 치마보다는 바지 정장 차림을 선호한다. 당 대표 시절 파랑, 분홍, 노랑 등 선명한 색의 정장을 한 벌로 입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면서도 당의 행사가 있을 때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의 옷을 챙겨 입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이던 2007년과 2012년에 머리 스타일로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했다.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올림머리를 고수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었다. 강인함과 활동성을 강조하고자 할 땐 웨이브가 있는 단발 스타일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남성 정치인의 경우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정치입문 이후 늘 빨간 넥타이를 맨다. 홍 전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붉은색은 정의와 순수를 상징한다”면서 “그래서 정치판에서 정치를 마칠 때까지 바르게 정치하고 순수하게 정치하고 열정을 가지고 정치를 하자는 의미에서 빨간 넥타이를 맨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mail 김유진 기자 / 정치부  김유진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하늘에선 8년차 女승무원, 땅에선 ‘몸짱’ 스타
▶ 문재인 하산 길, 박근혜보다 험난하다
▶ 정경심이 제출한 입원확인서엔 ‘뇌수막염’ 기재
▶ 분노의 표창장…복직한 조국에 날린 청년들의 ‘신랄한 풍..
▶ 경찰관이 심야 귀가여성 집까지 따라가 성폭행 시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머슬마니아 챔피언십 미즈비키니 부문 우승 장여진일주일에 3일 해외 머물지만 하루 5시간 넘게 체력훈련 식단조절하고 폴댄스도 병행..
mark분노의 표창장…복직한 조국에 날린 청년들의 ‘신랄한 풍자’
mark경찰관이 심야 귀가여성 집까지 따라가 성폭행 시도
문재인 하산 길, 박근혜보다 험난하다
최순실, 박근혜에 옥중편지…“생이 끝날때까지 사..
정경심이 제출한 입원확인서엔 ‘뇌수막염’ 기재
line
special news 가수 김준수 “호텔 매매 300억 사기 피해”…경찰..
2017년 1월 토스카나 가족호텔 매매 관련 300억 규모 사기 고소…“처분 과정 속임수” 상대방은 의혹 부인..

line
‘인사-경제難’에 곤두박질친 文 지지율… 조기 레임..
민갑룡 “화성8차 ‘수사논란’ 받아들일 준비됐다”
文대통령, 李총리 통해 아베에 친서 보낸다
photo_news
에이전트가 퍼거슨 승부조작 주장…“고급시계..
photo_news
“제가 소설 펴냈다니까 앨범에 딸린 ‘굿즈’로 오..
line
[Review]
illust
‘여권 쇄신론’ 불 지핀 정성호… ‘빌보드 200’ 1위 슈퍼엠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 나 같아”… 중년의 가슴을 흠뻑 적시..
topnew_title
number 서울시 남북협력기금 年 140만원 → 41억 폭..
김수연 “책 좋아하던 아들 가슴에 묻고… 전..
野, 서울교육청 ‘조국딸 감싸기’ 질타
“탈세 제보로 7조원 추징했는데 포상금은 0..
hot_photo
“새 아파트 욕실에 버섯이 자라다..
hot_photo
‘몸짱소방관’ 달력 사세요…전액..
hot_photo
김정은, 백마 타고 백두산행…“미..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