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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World Now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10일(木)
美 ‘지역→ 지구적 통합 대응’ 대전환… 한국만 ‘北올인’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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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에는 외교 안보 정책 기조에서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미국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23일 뉴욕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9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美 안보전략 변화와 한국

핵·미사일·사이버공격으로 지역적 문제가 범지역 분쟁化 우려… 美 11개 사령부 분할 대응서 탈피

中 일대일로 맞서 인도·태평양 전략도 추진… 韓은 지소미아 종료 등 ‘공조’ 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좌충우돌식 외교에 가려져 있지만 미국 정치권과 관료, 군 등 주류세력은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고 외교 안보 전략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 지역에서 전쟁 등 비상상황 발생 시 미국 전체 11개 전투사령부가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지구적 통합’(Global Integration) 대응,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미국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 중국의 진출을 차단하는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등이 그것이다. 반면 한국은 외교 안보 정책 기조뿐 아니라 국정 우선순위에 유일무이하다시피 북한과의 관계개선만을 설정해 놓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전략 간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 등 여러 사안을 둘러싼 한·미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하는 배경이다. 또 북한에 우선순위를 놓은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은 한·미 간 대북 정책에 좁힐 수 없는 차이를 만들고 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미·북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한·미 간 인식차는 재확인됐다. 단계적 해법을 고집하는 북한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는 흔들림 없이 포괄적 합의-동시병행 원칙을 견지하는 와중에도 한국 정부는 근거가 약한 낙관론을 펴는 데 주력했다. 특히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후 청와대 발표문에만 들어갔던 ‘전환’(transform)이라는 단어를 띄우며 장밋빛 청사진에 매달리는 모습이다.

◇지구적 통합 대응으로 변화하는 미국 vs 북한에 집중하는 한국 = 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미군은 각 전투사령부가 각 담당 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모든 전투사령부가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지구적 통합 대응으로 국가 방어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미 합참은 이러한 방어 전략 변화를 지난 1986년 합참 기능을 강화한 골드워터-니콜스 법 이래 3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변화라고 설명한다. 미군이 이러한 전략 변화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최근 분쟁 여파가 역내를 넘어 범지역적으로 미치고, 육·해·공뿐 아니라 사이버 등 모든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미 합참은 “사이버 능력과 미사일 위험 확산, 핵 기술 등은 지역적 문제를 지구적 위협으로 전환시킨다”며 “어떠한 분쟁도 즉각적으로 범지역적 분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략 변화를 주도해온 조지프 던퍼드 전 합참의장은 지구적 통합 대응에 있어 핵심을 △계획 △의사결정 △병력 관리 △병력 설계 등 4가지로 제시했다. 합참이 11개 사령부가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을 짜고, 병력 관리와 설계를 해놓으며 상황 발생 시 이를 빠르게 실행하는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던퍼드 전 의장은 4월 미 국방부 소식지를 통해 “(합참은) 지금까지도 통합 전략을 세워왔지만 전쟁 속도와 전쟁 양상의 변화로 인해 지구적 통합을 훨씬 더 공격적인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던퍼드 전 의장은 미 장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구적 통합 대응을 설명할 때 자주 한국을 예로 들어왔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던퍼드 전 의장은 퇴임을 앞둔 9월 26일 임기 동안 주력한 정책과 방향을 설명하는 소식지를 통해 “20년 전이라면 한국에 대한 북한의 공격은 역내로 국한된 문제였지만 지금은 한반도 차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북한 도발 시 전략사령부는 위협의 정체를 파악하고 북부 사령부는 북미 대륙과 미 본토 방어 준비 태세를 갖추며,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킨다는 역할 분담 매뉴얼을 세세하게 짜놓았다. 또 사이버 사령부는 적의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하는 동시에 미국 컴퓨터 시스템을 보호하고, 우주 사령부는 우주궤도에서 전투태세를 갖추는 지구적 통합 대응을 강조했다.

던퍼드 전 의장은 과거 인터뷰에서도 “한국에 대한 계획을 짤 때, 모든 다른 전투 사령부와 관련된 지원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며 “한반도 지역을 빠르게 주공(主攻·main effort)으로 변환시키면서, 동시에 나머지 지역도 빠르게 변환시켜야 한다. 전투를 지원하는 재원 우선권과 분배를 즉시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한국을 예로 지구적 통합 대응 필요성과 방법을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 변화에 상당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11개 전투 사령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작전계획이나 훈련은 과거 1개 전투 사령부가 단독으로 할 때와 비교해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미 합참도 ‘예산’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변수로 꼽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방위비 분담금 3대 항목(인건비·군수비용·군사건설비) 외에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 간접적 비용을 요구하는 배경 중 하나다.

최근 한·미 사이에 물밑에서 벌어지는 전작권 전환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미군은 다른 국가 지휘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퍼싱 원칙’과 함께 이러한 전략변화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공인 한국 지역에서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11개 전투 사령부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지구적 통합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은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지만, 미국은 최근 유엔군사령부(유엔사)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군이 사령관을 맡는 유엔사를 통해 실질적인 전작권을 유지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하는 미국 vs 미·중 사이에서 무게 재는 한국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한국의 신남방 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정책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처음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호응하는 입장을 보였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밀어붙이는 미국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한국이 여전히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꺼린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 한 달여 뒤인 8월 초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몽골 등 5개국을 방문했을 당시 발표문을 보면 이러한 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당시 미 국방부는 발표문에서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 심지어 내륙국가인 몽골과도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를 명시했다. 에스퍼 장관의 한국 방문 발표문에서만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단어가 빠졌다.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한국이 대중 경제 의존도 외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면서 미국과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 사이에서 무게를 재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한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 아킬레스건이라는 시각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지난달 4일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은 일본과는 크게 다른 역사적·지정학적 위치를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갈 가장 큰 후보로 보고 있다”며 “한국은 다른 동맹국이나 파트너와 달리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참여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고, 중국은 거기에서 기회를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야의 한국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8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올해 발간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목표 달성 방안으로 △미군의 준비 태세 강화 △동맹국 및 우호국과의 파트너십 강화 △지역 네트워크 강화 등 3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한국, 일본, 미국 간 3자 공조는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에 핵심”이라며 네트워크 강화 방안 중 가장 첫 번째로 한·미·일 3자 공조를 적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3자 공조를 흔드는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한국에 대해 불신의 시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 의회도 한·일 갈등 악화에 따른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하원은 9월 25일 통과시킨 한·미·일 연대 결의안에서 “미국의 외교·경제·안보 이익과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건설에 일본과 한국 간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고 3자 공조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필수적임을 명시했다.


■ ‘지구적 통합 대응’ 배경

미 합참에 따르면 과거 러시아에 대한 대응 전략 마련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공조하는 유럽 사령부가 전담해왔는데 이제는 중동을 맡은 중부 사령부,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물론 중남미를 담당하는 남부 사령부, 본토 방어를 맡은 북부 사령부 등까지 함께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미사일 사정거리 연장과 사이버 기술 발전, 복잡하게 얽힌 국제정치 지형까지 감안할 때 옛날처럼 분쟁을 지역적 문제로 국한해 대비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 인도·태평양 전략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시아 지역 동맹국 및 우호국들과 연계해 ‘중궈멍(中國夢·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워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중국을 억누르려는 전략이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창설 71년이 된 태평양 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변경하는 것으로 이 같은 전략 추진을 천명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강행하고 있는 자유의 항행작전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 등 패권 추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는 행보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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