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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운(1924∼2018)
지난해 개풍군민회에 부임한 지 3개월도 안 돼 상임고문님의 부음을 접하고 얼마나 황망했는지요. 빈소에서 살핀 고문님의 행장(行狀)이 떠오릅니다. 고문님! 그간 여일하신지요. 당신은 6·25전쟁 중 혈혈단신으로 월남해 아산레미콘 등 기업을 일구면서 자수성가한 개성상인의 표상이셨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지역사회를 돕는 일에는 또 얼마나 앞장섰는지요.
특히 불교문화 창달을 위한 행원문화재단 설립은 고문님의 혜안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1961년 고향 잃은 개풍인들을 규합해 군민회 운영을 주도하고, 이를 계기로 실향민들은 애향과 친목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군민회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수시로 재정과 장학금을 지원해 실향민들을 위로했습니다. 회고해보면 고문님은 평생 사회발전과 통일운동에 전념한 실향민의 영웅입니다.
분단과 전쟁 후 70여 년 세월이 흐르며 많은 실향민이 고향을 등진 채 돌아가셨습니다. 이산가족의 한은 여전하지만 2세 등 후계세대가 부족해 실향민들의 정체성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고문님의 통찰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개풍인들의 애향정신과 단결력은 새로운 도약과 통일의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전의 고문님 말씀이 생생합니다. “자나 깨나 통일되면 고향 가서 부모님과 조상님 묘를 찾아 성묘하는 게 소원입니다.” 이런 염원은 이제 남은 후손들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엔 기쁜 소식이 들렸습니다. 재단에서 개풍인 자녀 등 후손들에게 애향장학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전갈이었습니다. 고문님의 유지가 되살아나면서 군민회 활동도 전기(轉機)를 맞고 있습니다. 고문님, 부디 통일과 귀향을 기대해주세요.
경기도 개풍군민회 사무국장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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