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의 음악동네>入場을 노래한 ‘사랑 하나’… 立場을 존중하자는 ‘사랑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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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 ‘사랑 하나’ ‘사랑 둘’

청춘의 회로는 다소 복잡하다. ‘처음엔 그냥 친군 줄만 알았어/ 아무 색깔 없이 언제나 영원하길’(윤도현 ‘사랑 투’ 중). 그러나 가슴에 불이 붙으면 경로는 돌변한다. ‘뜨거운 마음속 불꽃을 피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윤시내 ‘열애’ 중). 피워본 사람은 몰라도 태워본 사람은 안다. 소망은 욕망 앞에 무기력하다. 연애의 빛깔은 불빛에서 잿빛까지다.

노래방에서 ‘사랑 투’를 선곡할 때 망설이게 된다. ‘널 만나면 말없이 있어도/ 또 하나의 나처럼 편안했던 거야’. 가사는 ‘편안했다’인데 솔직히 부를 때마다 불안하다. 끝부분이 워낙 고음인 데다 반복이 수차례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의적 해석이긴 한데 사랑이 편안함에 이르려면 가파른 산맥을 넘고 또 넘어야 한다는 걸 내용 반, 형식 반으로 깨우쳐주는 듯하다.

10월에 ‘사랑 투’와 유사한 제목의 가요가 나왔다. 김필(사진)의 ‘사랑 둘’이다. ‘응 잘 지내는 거 같아 난/ 네게서 아주 조금씩 나를 비워내고 있으니’. 딱 봐도 둘은 이미 갈라선 모양새인데 귀로 들을 때와 눈으로 볼 때의 느낌이 다르다. ‘내게서 아주 조금씩 너를 비워내고 있으니’로 들렸는데 가사를 보니 ‘네게서 아주 조금씩 나를 비워내고 있으니’다. 너를 비우면 빈자리가 남을 텐데 나를 비우면 그 자리에 뭐가 남을까.

김필은 이미 ‘사랑 하나’를 발표한 이력이 있다. ‘아무렇지 않은 하루를 살아도/ 돌아가는 길엔 네가 떠올라/ 모진 말로 너를 밀어냈어도/ 여전히 매일 난 네가 걱정돼’. 대충 봐도 ‘밀당’의 연기가 자욱하다. 이때부터 내심은 자존심과 자주 충돌한다. ‘좋은 사랑을 만나길 바라도/ 행여 그럴까 봐 사실 두려워/ 거짓말처럼 기억을 지우고/ 널 내 품에 다시 안길 원해 난’. 급기야 ‘사랑 하나’가 ‘사랑 둘’로 바뀌는 여정에서 감정은 격랑에 휩싸인다. ‘사랑/ 참 못 참았던 사랑/ 참 바보 같던 사랑/ 네가 아니어도 될 줄 알았던 사랑’.

사랑의 첫 문단엔 설명이 필요 없다. ‘가슴속에 맺힌 그 말을/ 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둘만의 약속과 둘만의 비밀들/ 둘만의 아침과 둘만의 밤들은/ 사랑이란 많은 모양은/ 뭐로도 설명할 수 없어’(김필 ‘사랑 하나’ 중). 하지만 사랑의 둘째 문단에 이르면 내면의 풍경도 달라진다. ‘늘 다퉜었고/ 늘 욕심내던/ 그런 아픈 일들만 생각나다가’(김필 ‘사랑 둘’ 중).

연애의 폭풍우를 헤치고 결혼의 섬에 이른 자들이 청첩장을 들고 나타난다. 청첩 이전에 청혼이 있었을 거다. ‘말할 거예요/ 이제 우리 결혼해요/ 그럼 늦은 저녁 헤어지며 아쉬워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이소라 ‘청혼’ 중). ‘나와 결혼을 하자/ 나와 사랑을 하자/ 인생의 파도란 놈이 무섭게 몰아쳐도/ 내가 너를 지켜줄 테니’(애쉬그레이 ‘결혼’ 중). 말하자면 청혼은 연애와 결혼의 접속사다.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해준다면/ 나는 그대의 노예가 되어도 좋아’(박진영 ‘청혼가’ 중). 정말 노예가 돼도 좋을 심정이라면 청혼 전에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해보길 권한다. 만에 하나라도 이혼을 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이유로 헤어지게 될까. 상상으로 부족하다면 자료는 충분하다. 법원 사례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 ‘사랑과 전쟁’은 10년 치가 수북이 쌓여 있다.

지난 주말에도 결혼식이 있었다. 축가가 울려 퍼졌다. ‘우리들의 생이 다 끝날 때까지/ 손에 물을 묻혀도 눈에 눈물 절대 안 묻혀’(이승기 ‘나랑 결혼해줄래’ 중). 그러다 문득 결혼식순에 빠질 수 없는 말, 신랑 입장, 신부 입장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만약 ‘사랑 하나’가 입장(入場)이라면 ‘사랑 둘’은 서로의 입장(立場) 존중이 아닐까. 입장을 바꿔야 진실이 보인다. 연애가 사실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다. 사실이나 현실보다 중요한 진실, 그것이 마지막 ‘사랑 셋’의 주제어 아닐까.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