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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17일(木)
위상 높아졌지만 갈등해결능력 낮아진 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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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6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인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국회의원들을 규탄하며 장애인 인권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北 인권’ 외면하고 ‘장애인 비하’ 진정은 10개월째 묵묵부답
정권 입맛 맞춘 ‘정치기관’ 전락… 내부 “핵심과제 해결 미흡”

性소수자 차별 시정권고 관련
기독교계 “동성애 옹호” 비판

北 인권침해에도 고개 돌리자
“盧정부때보다 논의 더 금기시”

최영애 위원장 1주년 설문선
‘위원장 리더십 부족’ 등 꼽아
시민단체 “노력 많이 하지만
내부 소통 부족 등은 아쉬워”


최근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선 하루가 멀다고 집회·시위가 벌어진다. ‘인권’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지난 11일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장애인 권익 단체가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XX 같은 게”란 욕설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그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1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권위 측의 답변이나 권고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단체 측은 집회에서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차별 시정기구지만, 명백하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시정조치도 하고 있지 않다”며 “대한민국의 인권 수준을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락시키지 않아야 하고, 그들의 행위를 인권위가 정치적인 이유로 방관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건물 앞만 시끄러운 것이 아니다. 인권위 내부에서도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 직원 63% 핵심과제 해결 미흡 평가 = 지난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는 최영애 위원장 취임 1년을 맞아 직원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70명이 지난 1년 동안 차별금지법과 인권기본법 제정 등 핵심과제를 해결한 정도에 대해 ‘매우 미흡’(33명)과 ‘미흡’(37명)이라고 답했다. 단 12명만이 ‘우수’하다고 답했고, ‘매우 우수’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핵심 과제 성과가 미흡한 이유에 대해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은 ‘위원장의 역량 등 리더십 부족’을 꼽았다. 인권위가 바람직한 국가인권기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36명이 ‘미흡’, 52명이 ‘보통’이라고 답했다. 노조는 설문조사 총평에서 “응답자들이 인권위의 역할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내부 인적역량 미흡, 특히 위원장 등 간부들의 역량 부족을 꼽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인권위의 위상은 강화됐지만, 인권위가 그에 상응하는 갈등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권위 위상 강화를 지시했고, 인권위원장의 대통령 특별보고도 정례화했다. 지난해 7월 차별시정국·군인권조사과 등이 신설됐고, 인원도 2009년 축소 이전 수준으로 다시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특별보고에서 “우리 정부 들어 인권위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최 위원장 부임 이후 인권위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독립기구로서의 위상과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독교와 보수 시민사회는 “인권위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반발하고, 북한 인권 활동가들은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 실상에 무관심하다”고 지적한다. 반대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진보 진영에선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기독교계, “동성애 옹호한다” 비판 = 인권위 비판에 가장 적극적인 진영은 동성애 반대 운동을 벌이는 기독교·보수 시민사회다. 이들은 “인권위가 동성애·동성혼을 강력히 옹호하고 제3의 성을 인정하려 하며, 양심과 신앙에 따라 동성애를 비판하는 것을 처벌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인권위가 추진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동성애자를 사회적 소수자로 분류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행위를 혐오라고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려 한다”며 “동성애에 대해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독재적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최근 기독교계와 인권위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계기는 기독교 사학인 한동대와 숭실대를 상대로 인권위가 ‘성소수자 차별을 시정하라’고 권고한 사건이다. 지난 2017년 12월 미등록 학생자치단체가 한동대에서 페미니즘·동성애를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하려 하자 학교 당국은 건학 이념을 이유로 불허했고, 강연회를 강행한 학생들에겐 무기정학·특별지도 등 징계를 내렸다. 숭실대 역시 성소수자 모임 회원들이 지난 2015년 10월 인권 영화제를 열려 했지만 설립 이념에 맞지 않는다며 허락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를 열어 이들 학교가 성소수자 관련 행사를 불허하고 학생을 징계한 것은 차별 행위라며 처분 취소 및 재발 방지 대책의 수립·시행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한동대는 답변서에서 “대학이 추구하는 건학이념과 기독교 정신·도덕적 윤리에 어긋나 본교 학생으로서 교육 및 지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숭실대도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동성혼을 옹호하고 홍보하는 장으로 학교를 활용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기초해 허락할 수 없다”며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길원평 동성애·동성혼 개헌반대 국민연합(동반연) 운영위원장은 “인권은 모두가 동의하는 가치이지만, 인권위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활동을 하면서 미래 세대인 청소년 사이에서 동성애 관련 문화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길 위원장은 또 “인권위가 동성애자들이 겪는 부당한 차별을 구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성애 자체가 정상적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북한 인권 활동가들, “북한 인권 외면” 지적 = 인권위가 ‘세계 최악’으로 손꼽히는 북한의 인권 침해 현실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제사회 및 국내외 인권 단체들과 함께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고 규탄하는 등 목소리를 낼 방법이 있는데도 애써 고개를 돌리며 외면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지난 정권에선 북한 인권 관련 콘퍼런스·세미나를 여러 차례 여는 등 협력적 관계에 있었지만, 이번 정부 들어선 북한 인권과 관련한 유의미한 활동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노무현 정부 때보다도 북한 정권과 관련한 논의가 더 금기시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인권위는 과거 이라크 파병에 대해선 논평을 냈지만, 북한 인권 문제는 자국민 보호의 문제인데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법적 독립기구로 지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입장을 내는 등 대통령에게 복종하는 정치적 기관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인권위가 북한 인권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은 여론에서도 확인된다. 여론조사 기관 ‘여론조사공정’이 동반연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30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권위가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잘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응답자의 53.1%가 ‘잘 내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잘 내고 있다’는 응답은 22.7%에 불과했다. 지성호 나우(NAUH) 대표는 “북한 인권과 관련한 언급은 한두 번씩 있었지만, 피부로 느낄 만한 활동은 없었다”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 “차별금지법 조속 제정” 요구 = 반대로 진보 시민사회에선 인권위가 차별금지법·인권기본법 제정 등 핵심과제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은 지난달 17일 국회 도서관에서 ‘국가인권위원장 교체 1년 혁신의 현재와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명숙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은 현 정부가 출범 이전부터 꺼렸던 대표적인 인권법안”이라며 “인권위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과거 인권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한 매체는 인권위 내부 관계자의 입을 빌려 “차별금지법에 대한 내부 논의조차 못 하게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이 (인권기본법 논의를) 총선 전까지는 하지 말자는 주의”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에 대해 논평을 내고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계획을 마련해 실질적인 법 제정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영선 사무총장이 지난달 10일 사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인권위 측은 “개인적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핵심과제 추진에 관해 이견이 있어 그만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보도 하루 전에도 최 위원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차별금지법을 거론했다”며 “지속적으로 대내외에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고, 차질 없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내부 불만에 대해선 “항상 직원 및 시민단체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고, 조직개선 간담회 등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최 위원장이 인권위에 대한 애정이 많고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부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등 정책에 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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