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지도자 또 피습… 분노 치솟는 시민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병원 긴급이송 홍콩 반정부 시위 지도자인 지미 샴(가운데) 민간인권전선(CHRF) 의장이 16일 오후 괴한에게 쇠망치 습격을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4~5명이 망치·스패너 등 공격
람 장관 “주택공급 확대”에도
시민들 “투기만 우려돼”비난

홍콩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 대표가 또 습격당했다. 연이어 백색테러가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분노도 치솟고 있다. 오는 19~20일 예상되는 20주차 주말시위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지난 8월에는 사틴 지역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게 구타당했고, 지난달에는 데모시스토당 부주석이 귀갓길에 폭행당한 바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홍콩01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8시쯤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CHRF)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가 몽콕에서 열리는 총회에 참석하러 가던 도중 괴한 4∼5명에게 공격당해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괴한들은 망치나 스패너 등으로 샴 대표를 마구 공격했다. 주위에서 이를 막으려 하자 괴한들은 칼로 위협하며 접근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은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샴 대표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경찰은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 집회를 시작으로 그달 16일 200만 명 규모 도심 시위와 8월 170만 명이 모인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다. 오는 20일 ‘복면금지법’ 시행에 대한 대규모 반대 집회를 조직하고 있다.

홍콩 자치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불만도 높아지는 기류다. 람 장관이 전날 시정연설을 통해 “모든 홍콩인이 자기 집을 갖도록 하겠다”며 주택공급 확대 계획을 밝혔지만 시민들은 “서민의 집 마련보다는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거나 “임대료를 손대지 않고 공공 임대주택만 늘리는 것은 저소득층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반발했다. 부동산 정책만 언급한 람 장관의 시정연설을 두고 “가장 시급한 정치적 문제를 회피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학 교수는 “민생 대책으로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한다고 느낄 수 있어 이는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온유 기자 kimon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