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엄정한 ‘조국 수사’와 법치주의 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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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윤 성균관대 명예교수·법학

최근 2개월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대규모 민중에 의한 국론분열이라고 하는 미증유의 시련을 겪었다. 국론분열이 일어난 원인은 온갖 불법적인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씨 가족의, 드러나거나 의심받고 있는 불공정한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 개혁을 부르짖으며 조국 수호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법무부 장관이란 어떤 자리인가? 법무장관은 헌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을 최고의 위치에서 지고 있는 대통령을 보좌해 민주국가의 필수 요소인 법치주의를 집행하는 대통령 다음가는 실질적 담당자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므로 법무부 장관은 공평한 법 집행의 총책임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반칙과 특혜로 얼룩진 가족의 행태에도 불구하고 그 배후로 지목되는 사람을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한 것은 공평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돼 국민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갈등은 검찰의 수사를 둘러싸고 더욱 고조돼 한편에서는 검찰 개혁을 외쳤지만, 그 초점은 인권 개선에 있으므로 법 앞의 평등과 같은 법치주의의 본질보다는 법치의 개선이라는 2차적인 문제인 만큼 애초부터 공평의 파괴를 상징하는 ‘조국 수사’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또, 재판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항변은 ‘법 앞의 평등’에서의 ‘법’을 법실증주의적으로만 해석한 것으로, 2차대전 전 독일이 자연법을 파괴하고 법실증주의로 흐르면서 급기야 민족주의적 법폭력주의로 나갔던 데 비춰보면 상당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연합국이 정의와 자유를 위해 투쟁해 재건한 것은 불멸하는 자연법의 기치 아래였다. 이번 사태에도 국민은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법실증주의적인 평등이 아니라, 자신들의 처지에 낙담·분개해 공평하지 않다고 하는 자연법적인 법 앞의 평등 파괴에 분노한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를 분열시켰던 당사자가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했다. 그러면 이것으로 수습 단계에 들어가는 것인가? 거기에다 가족의 건강 문제, 언론 보도들에 의한 인격 침해 문제 등이 거론되며 동정론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동정론에 의해, 또 다른 한편의 정치적 공세에 의해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거나 이에 동조한 그 많은 국민의 뜻이 허무하게 무시될 수 있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대규모 민중에 의한 의사표명 끝에 늦게나마 법무부 장관이 사퇴할 수 있었던 것은 광화문 집회뿐만 아니라, 소신을 가지고 수사에 임해온 검찰의 역할이 강력한 수단이 됐다.

법치국가에서 검찰은 징계받을 수는 있으나 부패를 방지하고 사회를 건전하게 하기 위해 대통령을 포함, 누구든 조사하고 구속할 수도 있다. 이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이 부여한 권한이다. 국민의 주권 행사는 선거로 위임할 수도 있고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바로 부여할 수도 있다. 검찰권 행사는 국민이 자유와 평등을 수호하기 위한 주권 행사의 수단이 된다.

따라서 검찰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조국 수사에 더 소신껏 매진해 명쾌한 결과를 국민 앞에 내놔야 한다. 그것이 광화문 집회에서 표출된 국민의 여망에 보답하는 길이다. 또, 조국 가족들로 봐서도 명확한 수사 결과를 통해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여론의 짐을 더는 방법이 될 것이다. 검찰의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통해 대한민국이 투명한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