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트럼프가 요구조건 다 받아주자 ‘5일간 시리아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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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 민병대 안전지대 밖 철수
터키, 해당지역 관리 맡기로 합의
트럼프 “수백만명 구해” 말하자
터키 “작전 중단일 뿐” 선 긋기

러시아 대응 여부가 최대 변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을 겨냥해 군사작전에 나선 터키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철수를 조건으로 앞으로 5일간 군사행동을 중단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적 승리라고 자평했지만 터키 측 요구조건을 전면 수용한 데다 시리아 및 러시아의 향후 대응, 미 의회 반발 등 남은 변수가 많아 최종 휴전에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17일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터키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90분간 일대일 회담을 가진 뒤 5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쿠르드 민병대원들이 안전지대에서 철군하고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PG가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군사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며 “YPG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 중이며 그들도 철수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휴전조건은 YPG가 터키가 설정한 폭 30㎞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하는 것으로 안전지대 관리는 터키군이 맡게 된다. 마즐룸 코바니 압디 SDF 사령관도 현지 로나히TV 인터뷰에서 SDF가 군사작전 중단을 수락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휴전 발표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터키, 쿠르드에 대단한 날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굉장한 지도자다. 그는 옳은 일을 했다”고 환영했다. 그는 휴전 발표 직전에도 트위터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고맙다. 수백만의 목숨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가 인류의 최대 적인 테러리즘을 물리치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미국과 터키가 일시적 군사작전 중단에 합의했지만 쿠르드족을 겨냥한 공세가 완전히 중단될지는 불확실하다. 펜스 부통령이 휴전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터키 측은 “휴전이 아닌 일시적 작전중단”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터키가 시리아 접경지역에서 30㎞ 폭의 안전지대를 통제하기로 합의했는데 안전지대의 동서 길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하다. 터키는 480㎞에 달하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 전체를 안전지대화한다는 계획인 반면, SDF 측은 탈아비아드와 라스 알아인 사이 지역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시리아 정부와 배후인 러시아의 향후 대응 여부가 최대 변수로 꼽힌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쿠르드족의 요청에 따라 북서부 요충지 만비즈는 물론 유프라테스강 동쪽 국경 인근 코바니까지 정부군을 투입한 상태다. 러시아군 역시 함께 투입돼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간 충돌을 억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 논의를 위해 오는 22일 러시아 소치에서 만나기로 한 만큼 두 정상 간 담판에서 향후 휴전이냐, 확전이냐가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내에서도 일시적 휴전을 대가로 터키가 원하는 요구조건을 미국이 모두 받아들였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 상원은 이날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의원이 주도한 터키 제재 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했다. 밋 롬니(공화·유타) 상원의원은 “쿠르드족을 버린 결정은 미국 역사상 핏자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