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브렉시트 인준’ DUP 손에 달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새 브렉시트案 합의 보리스 존슨(왼쪽) 영국 총리와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로 악수를 하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 초안 마련을 자축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정원 650명 중 639명 표결
보수당 287명으론 과반 난항
聯政 DUP 표에 의존하지만
반대입장 커 합의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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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브렉시트’의 새 합의안 초안이 마련되고 EU 정상들의 만장일치 승인까지 이뤄지면서, 공은 이를 비준해야 하는 영국 하원으로 넘어왔다. 브렉시트를 통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북아일랜드 지역의 집권 연정파트너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합의안 통과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반대 입장이다.

영국 의회는 오는 19일 임시 회의를 통해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 투표를 한다. 이날 투표는 지난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이후 37년 만에 열리는 토요일 회의다. 앞서 영국과 EU는 북아일랜드를 법적으론 영국 관세영역에 남기되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의 브렉시트 협상안을 타결했고 EU 상임위원회는 이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 분석 결과 영국 하원에서 이 협정안에 대해 321명의 의원이 비준에 반대를, 318명은 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650명이 정원인 영국 하원에서 실제 표결에 참석하는 의원은 639명으로 과반을 위해선 최소 320석을 얻어야 한다. 현재로서 노동당을 비롯한 다른 모든 당이 새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보인 만큼 통과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노동당 측에서 예상되는 약 3∼10표 정도의 반란표를 포함하더라도 318표 이상이 나오기 어렵다는 게 FT의 예상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등 다른 정당들은 모두 브렉시트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FT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투표권이 있는 보수당 의원 287명은 대부분 이 협정을 지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FT는 무소속 35명 중 보수 성향의 의원 23명은 대부분 합의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보수당 중진이었다 보리스 존슨에게 반대표를 던져 출당 조치됐던 니콜라스 솜즈 의원은 23명 중 강한 반브렉시트 성향을 띠는 3명을 제외한 대부분이 합의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봤고, 마크 스펜서 보수당 제1원내총무(Chief Whip)는 최소 15명의 의원이 합의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당 출신으로 지난 9월 보수당에서 반란표를 던져 출당 조치됐던 이들은 이번 투표로 복당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DUP 설득이 존슨 행정부의 최대 과제다. DUP는 보수당의 연정파트너인데도 새 합의안에 반대 입장이다. 앨런 포스터 DUP 대표와 니겔 도즈 부대표는 성명을 통해 “현재로선 세관과 동의 문제에 대해 제시되고 있는 것을 지지할 수 없고 부가가치세에 대해서도 명확성이 부족하다”며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존슨 총리는 이번 합의안을 연정파트너였던 DUP와의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EU와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DUP 입장에선 이번 합의안의 핵심 쟁점이었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국경 및 관세장벽 문제가 직접적으로 걸려있는 북아일랜드를 연고로 하는 만큼, 쉽게 존슨 총리 등이 제시한 합의안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국민투표 후 3년 반 동안 영국은 고통스럽고 분열된 시간을 겪었다”며, “이제는 하나의 나라로 단결해야 한다”고 하원의 합의안 비준을 호소했다.

협상안이 영국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벤 액트’ 법안에 따라 존슨 총리는 EU에 오는 2020년 1월 31일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한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더이상 브렉시트를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