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원조 보류는 민주당 수사 압박 목적”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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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시인
줄곧 부인하던 트럼프에 타격
민주당, 탄핵 관련 조사도 속도

믹 멀베이니(사진)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보류가 민주당 관련 수사를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었다고 밝혀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원조를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대가)로 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온 상황에서 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자백했다”며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과 관련한 탄핵 조사 속도를 높일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멀베이니 대행은 17일 백악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과거에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서버 관련 의혹을 언급했었느냐고? 물론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그것이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보류한 이유”라고 말했다.

DNC 서버 관련 의혹은 ‘2016년 미 대선 개입 주체는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이며 해킹된 DNC 컴퓨터 서버가 우크라이나에 숨겨져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가리킨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당시 자신의 대선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연계 의혹을 부인하기 위해 2016년 대선에 우크라이나가 개입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멀베이니 대행은 특히 한 기자가 “방금 얘기한 것은 ‘퀴드 프로 쿼’ 아니냐”라고 묻자 “우리는 외교정책에 있어 늘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핵심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외압 당시 군사원조 카드 사용 여부를 시인한 발언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에 대한 조사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군사원조 등 대가를 제시한 적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멀베이니 대행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당혹스러워하는 기류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는 “어떤 전략이 있는 게 아니라면 엄청난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미 하원 탄핵조사를 지휘하고 있는 애덤 시프(민주·캘리포니아) 정보위원장은 “이 시점에 내가 말할 것은 한 가지”라며 “멀베이니 대행의 시인은 상황이 ‘아주아주 나쁨’에서 ‘훨씬 훨씬 나쁨’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의 성명 내용도 트럼프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우크라이나 정책에 참여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이날 하원 비공개청문회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부자 관련) 반부패 문제 조사를 약속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성명을 원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