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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18일(金)
민갑룡 “화성8차 ‘수사논란’ 받아들일 준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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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 언급 주목
“구제 노력도 하는 게 맞아”
누명 씌운 ‘과오’ 인정 시사

경찰 “진실규명 전제 발언”
“지휘한 檢도 책임” 반발도


민갑룡(사진) 경찰청장이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된 이춘재(56·수감 중)의 자백으로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과 관련, 최근 경찰청 간부들에게 “나는 억셉트(accept·받아들이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방범죄로 규정됐던 8차 사건도 이춘재가 진범이었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한 윤모(52) 씨가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민 청장이 경찰의 책임자로서 ‘과오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복수의 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민 청장은 최근 몇몇 간부가 모인 자리에서 이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민 청장이 회의 중 해당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 업무의 중요한 본질 중 하나가 국민을 위해 올바른 법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경찰이 윤 씨의 재심 재판에도 참여하고 심리적·물질적 차원에서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맞는다”라고도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민 청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민 청장이 재임 기간 다른 논란들에 대해 취했던 자세로 볼 때 경찰의 잘못을 인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결과적으로 윤 씨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셈이고 경찰이 잘못 수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 청장의 발언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경찰 잘못으로 억울한 일이 생겼으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경찰청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 청장은 지난 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춘재의 자백에 대해)면밀하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이춘재의 진술만으로 윤 씨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검찰 책임론’도 나온다. 한 핵심 관계자는 “민 청장의 발언은 사실관계를 명백히 가리자는 취지의 상징적인 발언”이라며 “진실이 드러나기 전에 경찰이 뭐라 말하긴 어색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수사 지휘는 검찰이 해놓고 인제 와서 경찰 탓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경찰 탓을 하더라도 우리한테 책임까지 질 수 있는 권한(1차 수사종결권)을 준 다음에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및 법조계 등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폭력·회유로 자백 유도’ ‘그럴듯한 그림 만들어내기’ 등 과거 경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992년 당시 현직 경찰관이 애인을 살해했다는 누명으로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뒤늦게 진범이 잡혀 무죄가 확정된 ‘김모 순경 살인누명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손찌검’ 등의 가혹 행위 정황이 폭로됐고, 경찰이 “성관계를 거부하자 화가 나 죽였다”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1999년 전북 완주 삼례읍에서 발생한 ‘삼례 나라슈퍼 사건’에서도 경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은 반복됐다. 경찰은 첫 조사에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을 “청년 3명이 담장을 넘어 일가족 3명을 결박하는 과정에서 70대 여성을 숨지게 한 강도치사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냈고 최종 판결에서 3~6년의 징역형이 확정됐다. 하지만 2016년 이 사건의 진범이 붙잡혔고, 진범은 “담장이 아닌 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화성 8차 사건 변론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이 청구되는 사건들을 보면 검거된 사람들의 자백이 수사기관에 의해 객관적인 상황에 맞게끔 왜곡·조작되는 게 공통된 특징”이라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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