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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21일(月)
빌보드 정복한 BTS·슈퍼엠… 전략과 과제 ‘SWOT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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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ength · Weakness · Opportunity · Threat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시아 작은 나라의 소년들이 전 세계 음악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기준은 가장 공신력 있는 음악 차트로 평가받는 미국 빌보드 차트다. 올해 방탄소년단(BTS)이 한국 가수 최초로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의 정상을 밟은 데 이어 이달 초에는 그룹 샤이니, 엑소, NCT 등의 정예 멤버로 꾸린 슈퍼엠이 미국 데뷔 열흘 만에 또다시 빌보드 200의 맨 꼭대기에 올라섰다. 전제할 것이 있다. 기사는 BTS와 슈퍼엠을 비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둘은 아직 비교 대상이 아니다. 체급이 다르다.둘을 비교하는 것은 당사자도, 소속사도, 팬들도 원하지 않는다. 괜한 비교는 논란을 낳고 싸움만 붙일 뿐이다. 지금 중요한 건, BTS와 슈퍼엠을 기점으로 K-팝이 과연 계속 빌보드 차트를 공략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상품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그래서 빌보드 정상에 오른 두 그룹의 전략을 분석하고,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예측해 배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SWOT 분석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이를 짚어봤다.


▶▶ BTS

철학이 있다 S… 동시대 젊은층 파고드는 메시지
높은 기대감 W… 향후 모든 활동은 ‘잘해야 본전’
기회의 창출 O… 제시하는 것이 곧 글로벌 표준
과도한 관심 T… 일거수일투족 이슈화 조심


◇S(trength)-철학이 있다 = BTS는 듣기 좋은 노래를 부르고, 빼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스타의 필요조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쇼비즈니스 세상에서 수많은 보컬리스트와 퍼포머가 명멸했다. 그들 모두가 BTS처럼 되진 못했다. 그렇다면 왜 BTS인가?

BTS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각 언론사에는 BTS의 앨범은 없어도 BTS의 이야기를 다룬 각종 인문학, 철학책이 쌓여갔다. BTS가 공자, 소크라테스처럼 대단한 명제를 던진 건 아니다. 하지만 일련의 앨범을 통해 청춘의 아픔을 보듬은 BTS는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충을 나눠 짊어지고 위로했다. 메시지도 아주 이해하기 쉽게 전했다.

전 세계 팬들이 굳이 BTS가 전달하는 가사를 알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듣기 좋은 멜로디를 귀로만 즐긴 것이 아니라, 공감 가는 메시지를 가슴에 새긴 것이다. 철학의 생명은 길다. 시간이 흘러 나이 먹은 BTS가 지금 같은 퍼포먼스를 소화할 수 없어도, 그들이 전한 메시지는 남는단 의미다.

◇W(eakness)-높은 기대감 =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약점을 극복하고 이미 체급을 정리해 왕좌에 오른 챔피언에게서 굳이 약점을 찾는 격이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BTS의 가장 큰 약점은 ‘기대감’이다. 이는 챔피언에 등극한 후 방어전을 치르는 운동선수가 ‘이겨야 본전’인 것과 비슷하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날 선 비판이 뒤따른다.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온 터라 BTS가 참고할 레퍼런스 그룹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잦은 해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것도 ‘양날의 검’이다. 글로벌 투어를 돌며 방전되는 체력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속사가 지난 8월 이례적으로 한 달간 휴식을 부여한 것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려는 조치였던 셈이다.

아울러 최근 한국 가수인 BTS가 국내보다 해외 활동에 치중하는 것을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내한 스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적절히 활동 무대를 배분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O(pportunity)-기회를 창출하다 =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BTS가 밟는 모든 곳이 ‘기회의 땅’이다. 1등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그들이 제시하는 음악과 메시지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된다는 의미다.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BTS의 손을 잡는 것이 그 방증이다. 소속사는 지난 18일 “BTS가 미국 싱어송라이터 라우브와 컬래버레이션 음원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BTS는 이에 앞서 할시, 에드 시런, 니키 미나즈, 체인스모커스 등 톱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BTS가 그들의 인지도로 후광 효과를 입었다면, 이제는 그들이 BTS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팬덤을 넓히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게다가 숱한 해외 스타가 BTS와 함께 사진을 찍고 이를 그들의 SNS에 올렸다. 이제 BTS는 기회를 잡는 입장이 아니라 기회를 부여하는 입장인 셈이다.

◇T(hreat)-일거수일투족이 이슈 = 스타의 삶은 고되다.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된다. 최근 휴가차 거제도에 놀러 갔던 멤버 정국의 모습이 담긴 노래방 CCTV 화면이 유출돼 논란이 불거졌던 것이 그 예다.

트집 잡는 이들도 늘어난다. 지난해 말 일본 우익 매체들은 지민이 과거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의 흑백 사진이 담긴 광복절 기념 의상을 입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들의 주장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지만 소속사 측은 경남 합천 원폭피해자협회를 찾아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사죄하는 등 현명하게 대처했다. 지난 5월에는 지민이 입은 상의에 적힌 러시아어 문구가 영어로 ‘fuXX you’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그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어느덧 데뷔 7년 차를 맞은 BTS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도 중요하다. 내년부터 멤버들의 군 입대가 시작되기 때문에 ‘완전체’로 활동할 수 없는 기간을 메울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슈퍼엠

SM 시스템 S… K-팝 어벤저스 구성과 팬덤
세계관 빈곤 W… 음악 통한 일관된 메시지 부족
美 CMG 협업 O… 비틀스 담당 파트너의 노하우
쉽게 꽂은 깃발 T… 빌보드 1위 자격 증명해가야


◇S(trength)-탄탄한 시스템과 팬덤 = SM 소속 아티스트들로 구성된 슈퍼엠의 탄생을 두고 ‘SM다운 행보’라는 반어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좀 더 냉정히 생각해보면, ‘SM만이 할 수 있는 행보’이기도 하다. 미국의 마블코믹스가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헐크 등의 훌륭한 개별 캐릭터를 구축했기에 ‘어벤저스’를 만들 수 있었듯이 슈퍼엠이라는 그룹을 꾸릴 인지도 높은 보이그룹을 다수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강력한 팬덤 역시 슈퍼엠의 강점이다. 슈퍼엠의 구성원이 속한 샤이니, 엑소, NCT 등은 이미 엄청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각 그룹의 ‘에이스’가 속한 슈퍼엠의 잠재적 팬덤이기도 하다. 데뷔 열흘 만에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런 팬덤이 규합된 시너지 효과라 할 수 있다. SM의 긴 역사만큼이나 공고한 이 팬덤은 슈퍼엠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W(eakness)-유니버스가 없다 = 현재 슈퍼엠이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요즘 문화 콘텐츠는 그들만의 유니버스, 즉 세계관이나 철학을 제시한다. 이는 슈퍼엠의 약점인 반면 BTS의 가장 큰 장점이다. BTS가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라는 연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음악이 제시한 철학과 맞닿은 주제였기 때문이다.

슈퍼엠의 ‘M’은 MATRIX & MASTER의 약자로, K-팝 스타와 전문가들이 만든 산물이란 의미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슈퍼엠은 SM 뮤직 퍼포먼스 철학의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슈퍼엠의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일 뿐, 그들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담기는 부족하다.

한 가요 관계자는 “SM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각 그룹이 가진 유니버스와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그런 의미에서 슈퍼엠은 화제성이 높은 반면 차곡차곡 쌓아온 유니버스가 없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O(pportunity)-CMG라는 든든한 우군=SM은 미국 캐피톨뮤직그룹(CMG)과 손잡고 슈퍼엠을 준비했다. CMG는 이미 NCT의 미국 활동을 지원하며 SM과 협업해왔다. 이 과정에서 K-팝 인기와 장래성을 내다본 CMG의 스티브 바넷 회장이 이수만 프로듀서와 함께 슈퍼엠의 밑그림을 그리고 프로듀싱을 맡긴 것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는 슈퍼엠의 빌보드 정상 등극을 두고 다양한 버전의 앨범 발매 및 MD와 결합한 앨범 패키지 판매를 거론했다. 하지만 미국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새 앨범을 4가지 버전으로 내는 등 현지 가수들도 앨범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비슷한 방식을 구사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빌보드 1위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패키지 판매=빌보드 1위’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SM 측은 앨범 프로듀싱 및 아티스트 관리를 담당했고, 미국 현지 앨범 유통 및 마케팅, 홍보를 포함한 모든 프로모션은 CMG가 진행했다. 비틀스, 케이티 페리, 샘 스미스, 트로이 시반 등의 앨범을 담당했던 CMG는 이런 시장의 반응 역시 이미 예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시장을 가장 잘 아는 CMG가 SM을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것은 향후 그들에게 무한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T(hreat)-쉽게 꽂은 깃발? = 한국 가수가 빌보드 정상에 깃발을 꽂았다. 그런데 반응이 좀 묘하다. 축하 분위기와는 별개로 일부 한국 팬들이 먼저 나서서 비판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비판의 뿌리는 뉴욕타임스의 논조와 비슷하다. BTS가 장기간 공들여 닦아 놓은 신작로 위를 SM이 물량 공세로 내달렸다는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슈퍼엠으로서는 뼈아프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일침이다. ‘스타’라는 자리가 ‘이미지의 산물’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런 인식은 슈퍼엠이 타파해야 할 가장 큰 위협이다. 그런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슈퍼엠이 빌보드 1위라는 왕관의 주인으로 적합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BTS가 ‘파이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불타오르네’를, ‘피 땀 눈물~’이라는 한 줄로 전체 멜로디를 떠올리게 만들 듯, 팬덤을 넘어 전 세계 모든 이가 흥얼거릴 만한 노래를 슈퍼엠의 이름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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