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한국과 反美 이슬람국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황성준 논설위원

“공관 지역은 불가침이다.…접수국은 어떠한 침입이나 손해에 대하여도 공관 지역을 보호하며,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과 함께 시작된 근대적 외교관계에 관한 폭넓은 관행을 하나의 협약으로 성문화하기 위해 1964년 4월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의 제22조 내용이다. 이 협약은 제1조에서 “공관 지역이라 함은 소유자 여하를 불문하고, 공관장의 주거를 포함하여 공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건물과 건물의 부분 및 부속토지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8일 주한미국 대사관저가 친북성향 단체에 무단 난입을 당했다. 배낭 메고 사다리로 담을 넘는 데도 “시위대가 다칠까 봐 무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성추행 시비를 우려해 여성 경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일까지 있었다. 난입 가담자 19명 가운데 10명은 묵비권을 행사하는 데도 약 30시간 만에 풀어줬다. 문재인 정권은 범법자 인권만 고려할 뿐 동맹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이런 수준의 경찰에게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맡겨놔도 될지 의문이다.

미국 외교관은 위험한 직업이다. 2012년 9월 리비아 벵가지 사건 등 미 대사가 부임 국가에서 공격 받아 사망한 사건만도 6건이다. 대개 이런 사건은 반미 이슬람국가에서 발생했다. 동북아시아는 안전지대로 여겨졌었다. 1964년 3월 에드윈 라이샤워 주일본 대사가 정신질환자에게 칼로 찔린 사건을 제외하면 비교적 조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주한 대사가 흉기로 공격당하더니, 대사관저까지 습격당했다. 대사와 그 가족의 생활공간이 침범당했다는 점에서 과거 미 문화원 점거보다 더 심각한 안전 문제로 여기고 있다.

파키스탄엔 미 외교관들이 개인 외출 시 ‘빨간 단풍잎’이 그려진 모자를 쓰고 나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캐나다 사람인 척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입으론 미·파키스탄 동맹을 외치면서도 내부적으론 이슬람주의 테러단체를 방조·지원하는 이중 플레이를 전개했다. 이에 2018년 1월 미국은 대(對)파키스탄 군사원조 중단을 선언했다. 그런데 파키스탄은 대테러 정보공유 중단으로 맞섰다. 이번 사건을 엄중히 처리하지 않는다면, 한·미 동맹이 파키스탄식(式)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