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첫 수업때 禮를 강조하신 선생님, 진정한 愛를 배웠습니다

초록우산재단 회장賞 김지현

안녕하세요. 저는 선생님이 1년 동안 가르치셨던 김지현이라고 합니다. 너무 늦게 편지를 씁니다. 그때의 저는 저 정도면 다 큰 나이라고 생각했고 선생님들 이야기는 다 듣기 싫었던 막무가내인 학생이었습니다. 숙제를 안 하면 딱밤을 하셨던 선생님이 계셨는데 오기로 숙제를 맨날 안 해갔고, 선생님이 부탁하는 심부름을 거절하고, 선생님들이 인사를 안 받아주시는 게 싫어서 일부러 인사도 안 하고 다닐 만큼 반항도 심했고 갈피를 못 잡았던 15살 때였어요. 그래서 그때 선생님의 첫 수업이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칠판에 이름 대신 커다랗게 한자로 禮(예)자를 쓰시고 “저는 여러분께 1년 동안 예를 가르칠 겁니다”라며 미소 지으시던 선생님의 모습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첫 수업 때 이름은 가르쳐주지 않을 테니 직접 맞혀보라는 말씀을 듣고 난 후 결국 출석부와 교무실에 있는 명함까지 다 찾아서 겨우 알아냈던 기억이 지금도 가끔 떠올라요. 다른 선생님들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4컷 만화를 조를 짜서 연극을 해보고, 수업 시작 전 10분 동안 파일에 끼워둔 신문기사를 읽어주시고, 점심시간에 먼저 들어가지 않고 질서를 지켜 줄을 서서 학생들과 같이 밥을 드시는 선생님이 너무 좋았고 존경스러웠어요.

지나가다가 마주치는 선생님들께 꾸벅 인사를 하고, 숙제를 안 해오면 수업이 끝난 다음 교무실로 가서 사과드리고, 친구들이 선생님을 욕할 때 최대한 말을 돌리면서 친구들을 진정시켜보고,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들이지만 저에게는 정말 큰 변화였어요.

어느 날 담임선생님께 “요즘 지현이가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저 스스로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변화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들이 습관이 돼 갈 때쯤, 저는 그때야 늦은 15살을 맞았습니다. 마지막 수업 하루 전, 1년 동안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는 평가지를 받았을 때 막상 무언가를 적으려고 하니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아 연필만 두드리다가 1년 동안 제가 선생님을 통해 변화된 점을 썼어요. “전에는 선생님들을 보면 인사도 잘 안 했는데, 요즘은 인사도 잘하고 있고 선생님들을 조금 더 존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예를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정말 존경하던 선생님이셨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인사드려본 적도 없고, 저는 그렇게 튀는 학생도 아니었기 때문에 제 이름이라도 알고 계셨으면 좋겠어서 점수란에 +999를 적고, 아래에 작게 제 이름을 썼어요. 그리고 다음 날, 선생님이 저에게 수업을 잘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작가가 꼭 될 수 있을 거라며 파이팅을 외쳐주셨을 때 정말 뛸 듯이 기뻤어요. 언젠간 또 한 번 저를 17살로 만들어주실 선생님을 기다리며, 저에게 愛(애)를 가르쳐주신 조상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