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재생에너지 인정制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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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전력공사가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을 공고했다.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인증서(REGO: Renewable Energy Guarantees of Origin)를 발급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사용을 공인받고, ‘RE100’ 캠페인 참여를 증빙하는 용도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RE100이란, 2014년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라는 환경 단체가 주도한 캠페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180개 넘는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기업이 이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적은 기업이나 국가가 수출을 하는 데 제약 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우려를 확산시키는 이들이 있다. 이는 국가적 차원의 ‘태양광 팔아주기’에 불과하다.

첫째,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는 원자력 발전이나 석탄 발전의 2∼3배로 높다. 에너지 전환을 주장하는 정부나 환경 단체도 2030년 되면 싸진다고 하는데 이런 값비싼 설비를 경제성이 없는 지금 보급을 확대하려는 이유가 뭔가? 둘째, 보급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한다던 주장도 허구인 것이 드러났다. 값싼 중국산 패널만 수입돼 보급되고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은 도리어 도산하는 상황이다. 셋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전압과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전기 품질이 나빠진다. 이것은 첨단산업을 발전시키는 데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력망의 안정화를 위한 보강계획은 미미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끼워팔기라는 또 다른 보조금 정책만 제시되고 있다.

넷째, RE100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 하더라도 다른 나라, 다른 기업에 이것을 강요할 일은 아니다. 나라마다 재생에너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자원이 좋은 몇몇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더욱 낮기도 하다. 다섯째,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구글도 CF(Carbon Free)100으로 바꿨다. 구글은 보고서에서 여러 나라에 소재한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을 무탄소로 공급하는 노력을 소개하며, 재생에너지원은 여건에 따라 전력 생산이 불가능하거나 들쭉날쭉해 24시간 내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정부와 탈원전 환경 단체가 쉬쉬하고 있는 점을 오히려 CF100에서는 원자력 발전을 무탄소 전원에 포함시켜 무탄소 전원으로 전환하는 실적으로 삼고 있다.

여섯째, RE100이라는 정책은 목적을 상실하고 수단에만 치우친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탈(脫)탄소가 목적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수단을 강조하다 보니 사실상 목적을 역행하는 수단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이산화탄소를 아직 크게 줄이지 못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이용률이 2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80%는 화력 발전이 공급해 줘야 하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없는 것이다.

일곱째, 태양광 발전의 전력생산단가가 원자력 발전의 20배에 이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보급된 태양광 설비는 아직도 우리가 낸 전력기금에서 차액보조금을 받고 있다. 이때 태양광 설비를 보급하자고 했던 주장이 옳았던 것인가? 그렇다면 여전히 비싼 재생에너지를 지금 보급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과연 옳은가.

공무원을 늘리는 정책이 결국 퇴직연금이라는 빚을 국가에 안겼듯이, 지금 보급한 재생에너지 설비는 수명 기간까지 값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빚을 국민에게 떠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