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국내 교단 “기혼 사제, 우리 현실엔 안 맞아”

바티칸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아마존 사제기근 해법 제시에
“일부 특수한 지역에만 가능성
전반적 허용 아니다” 선 그어

지난 27일 바티칸에서 폐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서 남미 아마존의 사제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혼 남성에게도 사제품을 주는 권고안이 채택됨에 따라 가톨릭교회의 오랜 전통에 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가톨릭계에서는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며 전반적으로 허용되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시노드의 권고안 자체가 사제독신제를 대폭 손질하자는 취지가 아니라 사제 부족을 호소하는 남미 아마존 지역에 국한해 예외적으로 기혼 남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하는 안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교수인 박정우 신부는 “시노드 권고안은 사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기혼 남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아마존 기혼 사제 문제는 그런 차원에서 허용할 가능성 크지만 교회 전반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홍보국장인 안봉환 신부도 “해당 지역은 경제·교육·문화적으로 개발이 덜 된 나라로 교회 지도층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곳이어서 그 같은 제안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노드의 보고서는 최종 결정권한은 교황이 지니고 있지만 구속력 없는 일종의 권고안이다. 그러나 비록 제한적이라도 해도 “수백 년 로마 가톨릭 전통을 뒤집는 역사적 제안”, “사제 독신 규율에 획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 등이라는 평가 속에 국내 교단에서도 “아직은 한국 교회와 거리가 있는 얘기이지만 사제 수가 급감할 경우 한번 성찰해 볼 수는 있는 문제”라는 의견도 일부 내놓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사제 독신제는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를 통해 교회법 규율로 명문화됐다. 이후 수백 년을 거치며 16세기에는 제도로써 자리를 잡았다. 현재 모든 가톨릭교회에서 사제독신제가 지켜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방정교회나 영국 성공회에서는 기혼 성직자를 받아들인 지 오래다.

시노드 보고서를 통해 함께 제안된 아마존 내 여성 부제 인정도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볼 문제다.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여성 사제는 물론 여성 부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제가 주교, 신부를 말한다면 부제는 신부처럼 미사나 성체성사를 주례하지는 못하지만 강론과 세례·혼인 성사는 집전할 수 있는 성직자를 말한다. 가톨릭교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가부장제에 기댄,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내놓는다. 향후 공의회 등 더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여성 부제가 인정되더라도 교회 안에서 여성 부제의 역할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