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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30일(水)
“文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 만들어…지향점 몰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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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 개인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단풍이 든 가로수 길을 걸으며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신창섭 기자
■ 김형오 전 국회의장

文, 진영의 시각으로 사태보니
집권 반환점 눈앞인데도
아직도 국정철학·방향 불분명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
안보, 6·25이후 가장 불안한데
국론분열은 정부수립후 가장 심각

제대로 땀흘린적 없는 86세대
경륜·지혜 부족한데 기득권세력화
시대고민 풀지못해 외면당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오는 11월 9일 집권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며 “미지수 정부”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경제는 외환위기(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가장 안 좋고, 외교·안보는 6·25전쟁 이후 가장 불안하며 국론 분열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가장 심각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집권 기간 절반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 무엇인지, 나라를 어디로 어떻게 이끌어갈지 지향점이 불분명하다”며 “그래서 국민은 불안하고, 자각 있는 사람들은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임금인상 정책으로 경제 체질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다”며 “기업을 도둑놈 취급하며 적대시하는 바람에 기업의 활력과 의욕이 다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적폐청산’의 앞잡이로 삼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터지자 검찰을 개혁하자고 나오는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며 “공수처는 옥상옥이자, 대통령 직할 부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전 의장은 “보수 정당이 대통합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보수 대통합이 성공하려면 유권자의 강한 압력이 작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이슈는 누가 더 공정하고 정의롭고 공평하며 도덕적이냐는 싸움이 될 것”이라며 “이는 조 전 장관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5년 단임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권력을 국회와 당, 정부에 넘겨야 한다”며 “청와대가 강할수록 더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5일 김 전 의장의 마포 개인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11월 9일이면 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돕니다. 문 대통령의 지난 2년 반을 평가한다면.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이고 이 나라를 맡아서 어떤 책무를 하고 가겠다든지, 맡은 동안 이 나라를 어떤 식으로 향상시키겠다든지, 이런 걸 찾아보기 힘든 정부입니다. 역대 어느 정부와 정말 다릅니다. 딱히 내세우는 것도 없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 등 이런 레토릭(수사적) 차원의 얘기만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나라’ ‘미지수 정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를 비롯해 외교·안보, 사회, 정치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총체적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외교·안보 분야는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경제도 외환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습니다. 그럼 사회는 어떠냐. 4·19혁명이나 6·10항쟁 때처럼 국민적 분노와 불안, 불평이 들끓고 있습니다. 정치는 해방 이후 좌우가 극렬하게 대립했던 것처럼 국론 분열이 극에 달한 상황입니다. 현 정권은 적을 만들어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적을 눌러 희열감을 느끼는 식의 정치를 해 왔습니다. 순간순간 단기전에는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라가 파편 조각처럼 부서지고 있습니다. 국민이 나라 걱정을 어느 때보다 많이 합니다.”

―공정 요구와 함께 사회 주류층을 형성한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를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셉니다.

“86세대는 완전 기득권 세력이 됐습니다. 86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성공하면서 4·19세대나 6·3세대 등 다른 어떤 세대보다 투쟁에 비해 많은 수확을 얻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고민하고 고뇌하며, 연구하고 고통스러워한 기간이 짧다보니 시대 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경험, 경륜, 지혜가 부족하다 보니 시대의 고민과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력핵심 86세대의 특징은 제대로 땀을 흘려본 적이 없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다, 확고한 국가관이 없다는 겁니다. 나라의 중심에 이런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교체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올 경제 성장률이 2%를 넘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을 정도로 경제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회 시정 연설에서 ‘우리가 지금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국가적 재난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재정 확대가 현금 살포식 정책과 근로시간 단축, 임금인상, 고용 경직성으로 흘러 근로의욕이 상실되고 국가 경쟁력은 떨어지며 결국 미래를 잃게 됩니다. 일자리가 창출되는 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없어지게 되는 겁니다. 외환위기보다 더 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文대통령, 공정 앞세워 대입제도 개편 요구
정시확대?… 백년대계 교육정책 호떡처럼 만들어
임기동안 뭔가 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기업을 도둑놈 취급…기업활력·투자의욕 사라져
의장시절 3분마다 의사봉… 지금 국회, 너무 일 안해
보수 대통합? 유권자 압력 작용해야 가능



―정부는 경제 위기를 정책 실패보다는 미·중 무역 분쟁 등 외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이 정부의 경제 정책은 ‘4무(無) 정책’입니다. 첫째, 모든 면에서 그렇지만 특히 중장기적인 방향이 없습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 시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경제가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이냐에 대한 중장기 경제 방향이 없습니다. 둘째는 기업의 활력이 없습니다. 셋째는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없습니다. 넷째는 노사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없습니다.”

―기업들이 국내를 버리고 해외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습니다.

“경제 체질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습니다. 경기는 정부가 일으키는 게 아니라 기업이 일으켜야 합니다. 정부가 기업의 활력을 잃게 만들고 기업을 적대시했습니다. 한마디로 도둑놈 취급을 했다고 봅니다. 정부가 규제를 통해 기업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훼손하면서 기업 의욕이 떨어졌고, 관(官) 주도 경제가 강화됐습니다. 관 주도, 관치 경제도 경제 관료가 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 오더로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청와대 경제사령탑들이 민간 경제를 이끌 만한 능력이나 경험, 경륜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그 사람들이 반(反)시장주의 성향을 띠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낍니다.”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공정’을 언급하며 대입 제도 개편을 주문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문 대통령이 교육전문가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교육부 장관이 국회에서 ‘정시 확대는 답이 아니다’라고 말한 지 24시간도 안 돼 대통령이 정반대 주문을 하는 것은 교육부가 교육정책에서 ‘왕따’라는 얘기입니다. 교육은 백년대계입니다. 백년대계를 하루아침에 호떡 장수가 호떡 만들듯 이런 식으로 해선 안 됩니다. 교육 정책이야말로 정권에 관계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반 동안 무엇을 하려 하지 말고,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여야 정치권과 교수, 초·중등 교사, 전문가들을 모아 국가 교육 대계를 바로 세우는 논의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교육 정책을 적어도 5년간 그대로 유지한 뒤 보완 작업을 하고 10년 단위로 큰 방향을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 전 장관 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 임명 전에 문 대통령에게 임명은 절대 안 된다는 간곡한 요청을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을 임명하면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걸 듣지 않았습니다. 문 대통령은 ‘합법적 불공정’을 없애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국 사태는 합법적 불공정 문제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불법, 부정, 치부요 사취입니다. 공직자는 깨끗해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식을 뒤집고 엄청난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실망을 넘어 절망을 준 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이 저런 분이었나 하는, 신뢰에 의문을 들게 하는 실언을 한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진영의 시각으로 사태나 사물을 보기 때문입니다. 나와 뜻이 다르면 가혹하고 엄정하게 대하고,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는 것입니다.”

김 전 의장은 문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대입제도 개편을 꺼낸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의 자녀들이 ‘부모 찬스’를 이용, 탄탄한 스펙을 쌓아 명문대에 입학한 것에 대한 젊은층의 분노가 폭발하자 조국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입 ‘정시확대=공정’이란 카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으면 이런 졸속, 아니 졸속이라는 표현조차 어울리지 않는 정책을 내놓을 수 없다”며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타했다.

―그럼, 문 대통령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측근들은 5년 단임제 정권임을 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1987년 단임제 개헌 이후 웃으며 청와대를 나온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문 대통령도 자신 임기는 이제부터 지는 해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왜 실패했느냐 하면 자기 임기가 5년 단임제임을 잊고, 마지막까지 권력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20년 정권론, 100년 집권론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나라와 대통령을 망치는 허황된 얘기입니다. 간신배들이나 하는 망상에 불과합니다.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당이 대통령 말을 안 듣기 시작할 겁니다. 그 전에 대통령이 서운하다 생각하지 말고 당과 정부, 국회에 권한을 넘겨야 합니다. 청와대 힘이 세질수록 더 불행해집니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런 국회에 권한을 넘겨도 될까요.

“국회에서 왜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느냐 하면, 일을 안 해도 공천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여당 의원은 일로 평가받지 않고 청와대에 얼마나 잘 보이느냐로 평가받습니다. 야당은 당 대표 등 실세와 연결된 동아줄을 잡고 있느냐, 없느냐로 공천이 좌지우지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회에서 일 잘하는 것과 공천하곤 상관없으니까, 일을 안 하는 겁니다. 여야 간 대화가 사라지고 협상 정치가 실종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법률안 통과 건수로 따지면 우리 국회가 선진국 국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국회의장 때 100개가 넘는 법안을 3분마다 하나씩 처리하느라 의사봉을 쉴 새 없이 두드려 팔이 아픈 적도 있었습니다. 법안 처리 건수가 아니라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인 심의와 토론, 토의 등 이런 과정이 생략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런 과정과 절차가 철저하게 진행돼야 일하는 국회가 됩니다. 제헌의회에선 법률안을 놓고 읽으면서 토론과 심의를 하는 ‘독해(讀解)’ 절차가 1독해, 2독해, 3독해, 4독해까지 할 정도로 철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독해 절차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법률안을 소위원회에서 적당히 합의한 뒤 전체 회의에 올려 통과시키고 있으니 법률안 처리 이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유권자인 국민이 원하고, 국민적 압박이 있어야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만약 보수 대통합이 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장애물을 넘어야 합니다. 보수 대통합이 이뤄지면 총선에서 질 것으로 생각하는 여당에서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온갖 방해 책동을 할 겁니다. 둘째는 보수 정당 간 주도권 싸움입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대의명분에 입각하면 보수 대통합이 될 것이고, 소리(小利)에 따르면 통합은 물 건너갈 것입니다. 늦어도 내년 1월 중 대통합 원칙에 합의해야 합니다. 대통합이 안 되면 보수 정당에선 선거 연대론이나 연합론이 차선책으로 나오겠지요.”

―내년 총선 이슈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십니까.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누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공평하고 도덕적이냐는 싸움이 될 것입니다.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이기도 합니다. 가식과 진실의 대결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안보가 될 것으로 봅니다. 대통령의 첫 번째 임무이자 마지막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토를 보전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며 대통령을 조롱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 자존심이 엄청 상해 있습니다. 우리땅인 서해의 함박도에 북한이 레이더를 설치하는데 왜 가만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치 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습니까. 안보가 무너지면 끝장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전 의장은 “지역구 활동만 열심히 하는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지역구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 성숙해서 지역을 대표해 중앙 정치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는 자기들 대표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기승을 부리는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놓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격돌하고 있습니다.

“검찰 개혁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내건 공약 사항입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왜 안 했느냐 하면 검찰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가 터지고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려니까, 검찰 개혁을 들고나온 것 자체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방증입니다. 공수처는 옥상옥 기관이고, 대통령 직할 부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감찰관을 2년 반 동안 임명하지 않으면서 공수처 신설을 주장하는 것은 말 안 듣는 판·검사와 국회의원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현 정부 들어 한·미 동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자주국방을 하는 나라가 있나요. 우리보다 국방력과 경제력이 훨씬 높은 독일, 영국도 전부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선진국이라 해도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지 않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미 동맹 강화는 민족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존하는 길입니다. 국방비를 지금보다 두세 배 올리고 10년간 투자를 해도 자주국방은 힘듭니다. 강한 한·미 동맹이 있기에 북한이 함부로 못 하는 것입니다. 한·미 동맹을 자랑스레 생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한국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지엽적인 문제로 한·미 동맹이 흔들려선 안 됩니다.”

―한·일 관계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에 ‘배상을 받지 않겠다’ ‘우리 정부 돈으로 다 배상해 주겠다’고 하면서 ‘지난 과거 행동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고 했으면 합니다. 당당하게 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침략을 당해서 피해를 봤다는 얘기만 하는데, 그게 100년 됐습니다. 다시는 외세에 침략당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다져야 합니다. ‘계속 나쁜 놈이다’, 이 말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현 정부가 이런 걸 못해서 답답합니다.”

―북한을 대하는 자세가 답답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옵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당당해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독재적인 국가인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나니, 하루아침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정도로 대우가 달라졌습니다. 그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계속 저자세를 취할 경우, 북한은 갈수록 우리를 우습게 볼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럼 전쟁을 하자는 거냐’며 ‘평화냐 전쟁이냐’ 택일하라고 합니다. 이런 억지가 어디 있습니까. 굴종은 평화가 아닙니다. 평화를 지켜낼 힘과 각오가 평화를 지킵니다. 우리가 가진 많은 장점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당당한 對日觀

“‘징용 배상금을 받지 않겠다. 그러나 지난 과거 행동을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일본에 선언해라.”

인터뷰 = 유병권 정치부장 ybk@munhwa.com
e-mail 유병권 기자 / 정치부 / 부장 유병권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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