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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美國에서 본 한반도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30일(水)
‘나토식 핵 공유’ 적극 고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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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1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만난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 연합뉴스

신기욱 스탠퍼드大 교수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비핵화 답보, 北 대남 공세 강화
文정부 후반기, 동맹에 집중해야
김정은 답방 매달리면 더 위험


한반도 안보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의 비핵화는 답보 상태이고, 북한은 연일 대남 공세를 펴고 있다. 한·미 동맹은 균열 조짐이 있고, 한·일 갈등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증가하는데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공조는 약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안보 위기에 처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북핵과 동맹을 관리하면서 상황을 개선해가야 한다. 야구 경기로 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과 같은 홈런 한 방을 노리기보다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해 수비를 다지면서 북핵을 관리하는 차분한 득점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북핵 문제는 이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이 열리면서 연내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낙관 속에 시작된 협상은 북한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결렬됐고, 언제 다시 만날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후에나 재개된다는 전망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적당한 거래를 제안할 것이라는 견해까지 분분하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을 ‘스몰 딜’로 봉합한 미국 측이 북핵 문제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스톡홀름 협상에서도 그러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전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전직 미 고위 관료는 내게 “트럼프의 속성상 이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확언했다. 지난 2년간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자제한 것을 외교 업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트럼프지만, 막다른 정치적 골목에 다다르면 외부와의 갈등 전략으로 이를 타개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스몰 딜’과 마찬가지로 ‘화염과 분노’ 전략도 사실상 어렵다. 결국엔 핵을 인정하고 관리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미 동맹 역시 변화 조짐을 보인다. 동맹을 계약관계로 보는 트럼프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워게임’에 돈 낭비하는 것으로 폄하하고 있다. 그와 일했던 고위 안보 참모들은 한결같이 트럼프는 늘 “왜 비싼 돈 내고 우리 군인들을 써가면서 한국, 일본같이 잘사는 나라들을 지켜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표해 왔다고 전한다.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워싱턴 반응은 싸늘하다. 한국 대학생들의 미국 대사관저 무단 침입은 충격이다. 이 외에도 한·미 동맹의 이상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한반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점에 주한 미국 대사직은 1년 이상 공백이었고, 현 대사인 해리 해리스 제독은 호주 대사로 가려다 급하게 한국으로 부임했다. 태평양 사령관을 지낸 터라 한국 안보에 대한 기본 이해는 있지만 대사를 할 만큼 한반도를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초대 주미 대사였던 조윤제 교수 역시 경제학자 출신으로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뚜렷한 한계가 있었고, 최근 부임한 이수혁 대사는 두 달 넘게 아그레망을 기다려야 했다.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 대통령의 마음은 착잡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 협력을 진전시키기 어렵다.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와 상대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럴수록 눈앞의 성과에 조급해선 안 된다. 후반부엔 북핵과 한·미 동맹이라는 근본적인 이슈를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운전자론’ ‘중재자론’ 등으로 들떠 있던 자세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북핵, 남북관계를 바라봐야 한다. 북한의 지속적인 단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금강산 내 남한 시설 철거를 단순한 대미, 대남용 메시지로만 봐서는 안 된다. 지속적 실험을 통해 낙후된 미사일 기술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관광사업도 한국에 기대지 않고 그들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대북 관여정책은 지속돼야 하지만, 북핵에 대처할 현실적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힘의 뒷받침 없는 평화는 허구다. 독자적 핵 무장은 어렵더라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방안 등 대북 핵 억지력을 높일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됐다. 국민 여론도 전술 핵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다. 독일, 터키 등 나토 5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미국과 핵무기 공유협정을 통해 핵전쟁 발발 시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에서 탈퇴해 자국에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하더라도 전술 핵무기 공유 등에서 미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전략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 지소미아 연장을 포함해 한·일 관계도 개선해 한·미·일 공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아직도 좌고우면할 여유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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