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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30일(水)
데이터 3法 외면한 ‘AI 강국’은 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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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 KAIST 교수·IT경영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데뷰(Deview, Developer’s View) 2019’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AI)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의지를 표명했다. 다수의 개발자가 참가한 이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할 국가 비전과 전략을 연내 제시하겠다고 했다.

AI는 이미 인간의 정보처리 및 추론 능력을 추월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의 응용은 2016년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기사를 제압한 ‘알파고’와 같은 단순한 영역을 넘어 제조·유통·의료·금융·교통·교육·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 확산돼 파괴적인 형태의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AI의 발전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율주행 서비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구글의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해 10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웨이모가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이미 지구 500바퀴가 넘는 1600만 마일을 운행한 상태였다. 이 데이터는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쓰고, 이를 바탕으로 운행 데이터를 더 생성해 주행 알고리즘을 더욱 개선하는 상승효과를 낸다.

이렇게 개발된 자율주행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130여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반면,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데이터를 양산하며 이를 기반으로 승자 독식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AI 강국을 위해, 적극적인 AI 인재 양성과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지원, AI 생태계 조성, 혁신을 포용할 수 있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등을 약속했다. 타당한 방향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AI 엔진을 구동할 데이터다. 전기가 없는 전기자동차가 작동하지 않듯이, 데이터가 없는 AI는 쓸모가 없다. 데이터가 없으면 이를 활용할 분야의 규제 개혁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원재료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회는 지난해 11월, 3개의 개정 법안을 발의했다. 흔히 ‘데이터 3법’이라고 하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그리고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식별이 어렵게 처리된 가명 정보를 이용해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활용 가치를 높이는 것이 주 내용으로, 개인 정보의 활용과 보호를 동시에 추구한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보호 거버넌스를 개선하며,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금융 분야의 핀테크 등 신규 비즈니스 발굴 등에 활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들 데이터 3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각각 회부된 채로 1년을 보냈다. 여야 간의 이견이 대부분 정리됐다고 하나, 관련 법안들은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4월 선거제 개편안과 검찰 개혁 관련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논란이 많은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놓고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반면, 여야 간에 이견이 별로 없고, AI 시대를 열어줄 데이터 3법은 국회에서 흥정 대상이 되고 있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법제화가 늦어져 본격 AI 시대를 열지도 못 하는 과오를 국회가 범하는 것이다.

이미 다가온 AI 시대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데이터 3법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패스트트랙에 첫 번째로 올라가야 할 법안은 선거법과 공수처 설치법이 아니라 데이터 3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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