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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9년 10월 31일(木)
北, 관광재개 지연 불만… 단순위협 아닌 ‘독자 관광지구’ 개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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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1층, 지상 12층 건물인 남북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내려다본 북한 금강산관광 지구. 온정각과 문화회관, 옥류관은 한국관광공사와 현대아산 소유이며, 외금강호텔과 금강산호텔은 북측 시설이다. 연합뉴스

■ 北,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

北, 일방적 철거 가능성 높아…“외화난 타개 목적” 분석도
文정부, 우리기업 재산권 보호 뒷전… 계약 30년 남았는데 투자금 4300억 날아갈판


2008년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 초병에게 피살된 이후 남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금강산관광지구의 남측 시설이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싹 들어내라’는 한마디에 철거 위기에 처했다. 1998년 개시 이후 21년, 2008년 관광 중단 이후 11년 만에 총 4300억 원의 남측 정부·민간 투자금이 하루아침에 날아가게 생긴 셈이다. 이는 5일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한·미를 압박하는 차원이 강해 보인다.

▲  지난 2005년 8월 개관한 일연 인베스트먼트의 금강패밀리비치호텔(왼쪽 사진)과 2000년 10월 개관한 현대아산의 해금강호텔(오른쪽). 패밀리비치호텔은 지하 1층에 지상 3층 건물로 총 96개 객실을 갖추고 있다. 선박 위에 세워진 해금강호텔은 지하 2층, 지상 7층에 객실은 160개에 달한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통일부는 28일 북한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지만, 다음날인 29일 곧바로 퇴짜를 맞았다. 통일부가 금강산 개별관광 허용 카드를 통해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동시에, 꽉 막힌 북한과의 대화를 뚫어보겠다는 전략이 1차 무산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측 기업의 ‘재산권’ 보호보다 남북대화 재개에 더 진력을 쏟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의도와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언급한 ‘창의적 해법’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개월 전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 밝혔던 北, 왜 갑자기 입장 바꿨나 =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먼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불과 10개월 전인 올 1월 신년사에서만 해도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던 김 위원장이 갑자기 금강산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었다”면서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비판을 내놓은 것도 매우 이례적이었다. 일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합의한 금강산·개성공단 재개가 1년이 지나도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노골적 불만을 표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측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경고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북한이 김 위원장 지시 뒤 이틀 만에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고, 통일부의 회담 제의도 거절하면서 ‘서면 교환’ 방식 논의를 요구하자 실제 일방적인 철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북한이 대남 통지문에서 “국가관광총국의 개발계획에 따라 금강산지구에 새로운 종합적인 국제관광문화지구를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북제재로 인한 ‘외화난’을 타개하기 위해 독자적인 금강산관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도 높아지고 있다.

▲  북한이 소유하고 있는 금강산호텔은 지난 2004년 7월 개관했으며, 2008년 관광 중단 때까지 현대아산이 위탁 운영했다. 연합뉴스
◇21주년 맞는 금강산관광, 남측 투자액은 총 4300억 원 = 이에 따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관광 및 개발사업에 합의하면서 시작된 금강산관광은 아예 폐지 위기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강산을 다녀온 남측 인원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7만1637명, 육로관광이 개시된 2003년 9월 이후 2004년까지는 월평균 관광객이 2만 명이 넘는 전성기를 맞았다. 2005년 관광객 수가 30만 명에 육박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으며, 박왕자 씨 피살사건 직전인 2007년에는 관광객 34만5006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같은 해 현대아산은 북한과 2025년까지 2조1244억 원을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강산 관광지구 개발 종합계획’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 기간 남측 정부·기관이 금강산관광에 투자한 금액은 총 4300억 원에 달한다. 민간기업인 현대아산 1억9660만 달러(약 2296억 원), 한국관광공사와 에머슨퍼시픽 등이 1억2256만 달러를 투자했다. 정부도 이산가족면회소(550억 원)·관광도로(26억6000만 원)·소방서(22억 원) 등에 상당한 세금을 투입했다. 특히 현대아산은 2000년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2005년 2월까지 9억4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하고 50년짜리 금강산관광지구 독점사업권을 취득했는데, 아직 계약 기간이 30여 년 가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정부는 재산권 보호보다 ‘창의적 해법’에 몰두 = 하지만 정부는 재산권 보호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통일부 장관이 “북한 관광 전략이나 전반적인 환경을 고려한 창의적인 해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특히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한 ‘대량현금(벌크캐시)’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개별관광 허용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24일 국회에서 “금강산 개별관광은 안보리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한과의 ‘합작 사업’을 금지한 유엔 대북 제재 조항이나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보장 방안 등 난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유엔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지 않더라도 대북 제재 정신에 위배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대북 제재나 한·미 관계를 제쳐 두더라도 ‘시설 철거’라는 초강수를 두는 북한이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창의적 해법’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유엔 대북 제재의 전면 해제와 한·미연합훈련,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영구 중단을 요구하며 한·미를 압박 중이다. 금강산관광 시설 철거 통보도 이런 대남 압박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금강산관광 시설 처분 문제를 둘러싼 남북 갈등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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