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 입력 2019-10-31 10:58
김수일(1954∼2005)
학명구고성문우천(鶴鳴九皐聲聞于天) 두루미(학)가 겹겹 언덕을 넘어 멀리서 울어도, 그 소리는 하늘에 미친다. 즉 묵묵히 열심히 사는 선비는 깊숙이 숨어 있어도, 명성이 자연히 세상에 높이 드러난다는 뜻으로 시경(詩經) 소아 학명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다. 고 김수일(전 한국교원대 교수) 박사의 삶이 그렇다.
그는 지극히 평범하고 겸손하게 살았지만,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2005년 51세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스트레스로 인한 뇌졸중으로 세상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삶은 후학은 물론 세상에 교훈이 되고 있다.
두루미를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평생을 멸종위기종 복원과 이를 위한 국제네트워크에 전념했다. 미국 위스콘신에서 잘 나가는 생태학자였지만, 온 가족을 데리고 고국으로 귀국해 세 남매를 지방학교에 보내며 가난한 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생전에 추구한 멸종위기종과 더불어 사는 세상의 꿈은 하나하나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황새복원, 따오기복원도 그의 작품이다. 멸종의 문턱까지 갔던 저어새도 그의 노력으로 개체가 많이 늘었다.
1999년 문화일보 한반도 멸종위기동물 살리기 캠페인을 하면서, 그와 함께 저어새 번식지를 탐사하고, 만주와 시베리아에서 두루미를 찾던 일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크낙새를 찾아 전국의 삼림을 뒤지고, 넙적부리도요를 찾아 갯벌을 탐사하면서 그는 우리의 미래에 늘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사회에 만연하는 특권 세력에 소외당하며 주변인 취급을 받았다. 기득권자들은 참신한 소장학자를 견제하고 시기했다. 돈 되는 프로젝트만 쫓는 교수사회는 결국 그를 세상에서 내몰았다.
고 김수일 박사는 환경보존에 기여한 공로로 2014년 사후에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폴리프로페서와 특권을 추구하는 일부 교수의 삶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오히려 많은 사람이 존경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사진가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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