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해외 전문가 인터뷰>北, 核은 美와 최대협상카드 이익 없으면 절대 포기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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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

비핵화 실무협상 교착 원인은
美, 北에 반대급부 주지 않고

北은 핵리스트 제시 안한 탓
시진핑 주석 연내 방한 불확실
한· 중관계 본격적 회복위해선

사드 ‘가시’ 하루빨리 제거해야
北-中조약 있지만 ‘동맹’ 아냐
김정은, 중국 역할 강조하지만

美의식 너무 가까이 할순 없어

중국 외교학원의 대표적인 국제관계 전문가인 쑤하오(蘇浩·61) 교수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나름대로 균형적인 접근을 취했다. 무엇보다 1년 이상 이어진 미·북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로 “서로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꼽았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해 반대급부의 이익을 주지 않았고, 북한은 핵 리스트 제시 등 미국의 이해지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30일 베이징(北京) 시내 중심가에 있는 외교학원에서 만난 그는 “북한에 현재 핵무기는 협상의 최대 카드인 만큼 이익을 얻지 못하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쑤 교수는 한반도 문제에도 천착해온 ‘지한파’지만 한·중 관계의 본격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라는 ‘가시’를 제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북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돼 북핵 문제가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한 비핵화 문제가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뭐라 보는가.

“북한은 과거 핵 보유에서 비핵화로 장기 전략 목표를 전환했다. 그런데 왜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는가. 미국과 북한 모두에 원인이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그냥 원칙일 뿐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문제의 근본은 여기에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행동 대 행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한 발자국 걸으면 미국도 한 발자국 따라가야 할 뿐만 아니라 이익도 줘야 한다. 미국은 북한에 이익을 주는 그 어떤 실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북한이 비핵화를 행동으로 옮겼을 때 유엔의 제재 결의는 점차 완화돼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제재 해제 일정을 제시하지 않고 제재 문제를 비핵화 이후 한 번에 해결하려고 한다. 북한에 핵무기는 협상의 핵심 카드다. 카드로서 효과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문제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 이익을 얻지 못한다면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전략적 요구를 근본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했다. 먼저 북한이 핵 리스트를 내놓지 않으면 미국은 이익을 줄 수 없다. 아울러 미국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포기 약속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ICBM이 북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처럼 미국과 북한은 실제로 아주 큰 격차가 있다. 하지만 북한과 미국은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쑤하오 중국 외교학원 교수가 30일 문화일보와 중국 외교정책 등에 대해 인터뷰를 갖고 외교부장을 지낸 장군 출신의 천이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본 원칙이라고 명확하게 제시했다. 비핵화는 핵심 원칙으로 절대 타협할 수 없으며, 이런 원칙을 북한이 인식하게 했다. 과거 북한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환상에 자주 빠졌다.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비핵화는 중국의 원칙이며 북한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알려줬다. 북한도 이 점에 대해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회담 결렬 후 중국은 북한이 미국과 회담을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제3차 판문점 미·북 회담은 중국이 큰 역할을 해 북한에 영향을 주었기에 가능했다. 중국은 미국에도 북한의 요구를 전달했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해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의 기본 입장은 무엇인가.

“미국이 중국에 불만을 갖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북한이 잘 살아가려면 중국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중국과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 관계와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제재 결의 후, 특히 2017년 이후 중국은 엄격하게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상무부, 외교부, 심지어 단둥(丹東) 등 접경지역에서 북한으로부터의 수입에 대해 매우 엄격한 조처를 하고 있다.”

―유엔 제재하에서 중국이 북한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아주 중요한 문제다. 북한은 선군(先軍)정치에서 경제 발전으로 전환했다. 북한 경제 발전의 가장 큰 장애는 유엔의 제재로 중국의 북한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현재 상황에서 유엔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는 전제하에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 특히 인프라 구축이 문제다. 한국 역시 북한을 도와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남북 철도 개통이 양국의 염원이지만 현재로는 할 수가 없다.”

―지난 9월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다. 북한이 중국에 겉으로는 우호적이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럴 수 있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중국이 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대해 걱정했다. 김 위원장도 중국의 주도적인 역할을 우려해 늘 자주(自主)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 초 4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의식해 중국과 너무 가까이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은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김 위원장이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북한의 동맹이 될 수 없다. 양국 간에 1961년 북·중 조약이 있긴 하지만 동맹국은 아니다. 북한은 양국이 진정한 동맹이길 바라지만 중국은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본다. 중국 역시 북한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시 주석이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지 5년이 지났다. 시 주석 방한이 연내 가능한가.

“불확실하다. 한·중 관계가 사드 이후 아주 큰 손해를 본 뒤 최근 2년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한국은 시 주석이 한·중·일 정상회의 전에 방한하기를 바라지만 중국은 한반도 형세, 미국, 일본, 북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올해 내 한국을 방문하려면 중대한 사건 혹은 중요한 성과가 있어야 하기에 한·중 양국은 이를 상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삼성 시안(西安) 반도체공장 방문을 한·중 관계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있는가.

“한·중 관계의 공통점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양국은 공통 이익을 갖고 있다. 사실 북한 비핵화를 간절히 바라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바라지 않고, 일본 역시 진심으로 북한 비핵화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봤을 때 주한미군이 중국에 잠재적인 문제가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중 안보대화를 회복하고 싶어 하는 이유다. 또 일본이 한국에 경제 제재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과 더욱 좋은 경제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리 총리가 삼성 시안 공장을 방문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잠재 위협인 사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는 한·미 양측이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가시가 박힌 것과 같다. 우리는 향후 이 가시를 뽑기 위해 한국이 노력하기를 바란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탈퇴 이후 아·태 지역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왜 그런가.

“현재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최전방 군사기지와 한국, 일본, 필리핀 등지의 미 군사기지는 모두 중국의 현실적·잠재적 위협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역량은 중국에 비해 우세하다. 이러한 위협은 중국으로 하여금 군사적 준비를 강제하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선보인 군사장비는 크게 향상됐는데, 이는 미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목표는 전략적 균형과 안정일 뿐이다. 미국의 미사일 배치는 명확히 중국을 겨냥했다.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그동안의 평형 상태는 깨진다. 균형이 깨지면 미국은 강력한 지위와 수단으로 중국 내정, 특히 대만 문제에 간섭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강력히 반대하고, 매우 경계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이는 중국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한·중 관계는 철저하게 끝날 것이다. 한국은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지역협력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렇게 한다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본다.”

―미·중 갈등이 패권 경쟁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서구의 전통적인 세력 전이 이론은 미·중 관계를 소위 패권 경쟁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미국인들은 중국도 미국처럼 패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지만 이런 인식은 틀렸다. 중국은 미국이 아니며, 서방국가가 아니고 동방국가다. 중국은 패권을 추구해 미국처럼 세계를 지배하려는 의도가 없다.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이 최근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거라고 강조한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중국 문명의 기초 논리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하나의 산에 두 마리 호랑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미국의 방식이다. 우리는 하나의 산에 아빠, 엄마 두 마리 호랑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중국의 논리다.”

△베이징사범대 역사학과 △베이징사범대 역사학·국제관계사 석사 △외교학원 국제관계학 박사 △외교학원 교수 △외교학원 ‘전략 및 평화연구센터’ 주임 △중국 아시아태평양연구학회 이사

베이징 = 글·사진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