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의 가치’ 특별 대담>“조국사태는 공정성 강조했던 文정부의 드라마틱한 반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이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진보의 전유물이었던 공정성 문제는 보수의 가치로 확산됐다. 주병기(왼쪽) 서울대 경제학 교수와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가 지난 24일 문화일보에서 만나 공정을 주제로 대담을 벌이고 있다. 곽성호 기자

“기회불평등에 분노했는데… 檢개혁 내세워 ‘공정의 정치화’”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 교수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
사회 : 허민 전임기자

조국에 대한 법무부 장관 내정(8월 9일)과 임명(9월 9일), 그리고 사퇴(10월 14일)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는 내전(內戰)과도 같은 갈등을 겪었다. 지금도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2030 세대가 집권세력 지도층의 반칙과 특권에 분노해 공정성 담론을 주도했고 4050 세대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조국 사태’는 확실히 공정을 국정 운영의 핵심 가치로 내세운 정부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보여줬다. 사람들은 왜 불공정에 분노하나. 공정의 가치는 무엇인가. 공정은 과연 이 시대 대한민국에 뭘 말해주나. 주병기(50) 서울대 교수와 구정우(46) 성균관대 교수 두 전문가와 함께 공정을 화두로 지난 24일 문화일보에서 대담을 나눴다. 사회는 허민 문화일보 전임기자가 맡았다.


허민 전임기자 = ‘조국 사태’를 계기로 공정이라는 화두가 급속도로 떠올랐습니다. 공정이란 말이 정치권의 담론일 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담론이 됐다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역사적으로 공정이란 개념은 어떻게 쓰였나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공정은 뭘 뜻할까요.

△구정우 교수 =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시정적 정의와 분배적 정의 등 두 가지를 얘기했습니다. 고대 철학자들이 공정이라는 말을 쓴 건 아니고 정의라는 틀로 이야기한 겁니다. 굉장히 철학적이고 윤리학적인 면에서 이야기한 거죠. 이후에 근대로 넘어가 존 롤스의 ‘정의론’이 1970년대 초반에 나오면서 공정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롤스가 말한 것을 풀이해 보면 공정은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기본으로 삼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신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와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술적 비례나 결과적 평등을 중시하기보다는 행위자의 기여나 능력이나 노력 이런 부분은 인정하되, 어떤 격차가 있을 때 그걸 줄이는 방식으로 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관점으로 볼 수 있거든요.

△주병기 교수 =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관을 보면 노력에 비례해서 이익 배분, 즉 대가를 줘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오히려 공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와는 좀 다릅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두 가지 측면의 공정이 논의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어느 사회든 승자와 패자가 있는데, 승자에게 가는 이익과 패자에게 가는 피해 사이의 격차, 여기에서 발생하는 공정 혹은 불공정의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이슈가 된 ‘기회의 불공정’ 문제죠. 과연 우리 사회가 자신의 순수한 의지와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사회인가 하는 기회의 불평등과 관련된 이슈입니다.

△허 전임 = 결국 공정은 정의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언젠가 토마 피케티가 쓴 ‘Why democracy fails to reduce inequality’라는 논문을 본 일이 있습니다. 좌파 지식 엘리트든 우파 상인 엘리트든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평등 감소의 실패 책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근거를 제시합니다. 피케티의 개념을 빌리면 ‘브라만(Brahman) 좌파’, 우리 식으로는 ‘강남좌파’도 불평등 문제의 책임이 있다는 거죠. 우리의 경우에도 보수 정권이 진보 정권에 비해 불공정을 심화시켰다는 가설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구 교수 = 그렇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사실은 노무현 정권 때 심해진 측면이 있습니다. 공정을 내걸고 시작한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급등이라든지 소득 불평등 등 여러 측면에서 불평등을 완화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남녀 간 임금 격차, 계층 간 격차 이런 통계를 들여다보면 소위 진보 정권에서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우리 경제환경이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 또 기업이 역할을 해야 성장도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점 등에 미뤄 어느 정권이든 이런 틀을 바꾸기엔 어려운 점이 작용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허 전임 = 문재인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시작은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는 것이었죠. 그걸 실현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소득주도성장’이고요. 최저임금 인상이 상징적 정책으로 나왔습니다. 이른바 포용경제 슬로건이 등장한 거죠. 그런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해 사회의 불공정을 심화시킨 ‘소주성의 역설’이 나온 것 아닌가 하는데요.

△주 교수 = 저는 좀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높인 것은 하나의 ‘쇼크(shock)’거든요. 이런 쇼크가 오면 경제 주체들이 여기에 대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영업 등 직종에서 일자리가 줄고 그 사람들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인력 재배분이 이뤄집니다. 그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저는 소주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단기적 충격이 없는 정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책의 충격에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고 정책의 충격에 부드럽게 적응하도록 하는 정책 패키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요.

△허 전임 = 구 교수님은 불평등과 불공정의 문제가 글로벌 경제환경 속에서 진보 정권에서도 줄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말씀하셨고, 주 교수님은 어떤 정책이든 경제 주체가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 대응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최근 상황과 관련한 공정의 문제를 나눠보겠습니다. 조국 사태는 우리에게 뭘 남겼고, 뭘 말해주고 있는 건가요.

△구 교수 =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진 문제가 몇 가지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건 공교육의 불공정 문제입니다. 그게 누가 봐도 핵심입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때 그의 딸 정유라를 둘러싼 교육 불공정에 대한 집단적 기억이 있지 않습니까. 즉 공교육의 불공정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우리 미래를 좀먹는가 하는 거였죠. 그런데 이제 똑같은 일이 진보 정권 핵심 실세와 관련돼 벌어진 겁니다. 조국 사태는 그와 가족이 갖는 인맥, 재력, 사회적 자본, 이런 게 총동원돼 딸을 ‘메이크오버(makeover)’해준 사건이거든요. 이게 일반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봤을 때 불법 여부를 떠나 반칙과 편법이란 생각을 하게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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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임 = 특히 20, 30대 젊은층이 반칙에 더 민감한 것처럼 보입니다.

△구 교수 = 그렇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공정성 담론은 그런 점에서 2030 세대가 주도했다고 저는 봐요. 젊은 세대에서 먼저 터졌고 점점 더 ‘우리 아이들이 힘들어하는구나, 분통을 터뜨리는구나’ 하며 부모들이 공감했어요. 그러면서 4050 세대가 합류한 거죠. 그렇게 해서 세대와 계층을 넘어 공정성 담론으로 확장된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고요. 두 번째는 공직자들의 편법과 반칙 문제를 들춰냈습니다. 386세대, 특히 개혁의 상징처럼 평가됐던 조국이라는 인물이 바로 그 공정성을 깨트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공분했던 겁니다. 세 번째는 자본시장 교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더 주목하는 것은 문 대통령이 회의 등에서 공정을 언급하면서 이것을 검찰개혁과 연결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의 공정은 곧 검찰개혁으로 치환됩니다. 검찰개혁이 마치 공정성을 확보하는 지상 과제인 것처럼 프레임을 짜는 거죠. 저는 이것을 ‘공정성의 정치화’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주 교수 = 전반적으로는 구 교수님 의견에 공감합니다. 사실 차별이나 기회의 불평등 이런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죠. 어떻게 보면 이게 한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가장 밑바탕에 있는 제도적, 문화적 자산이거든요. 조국 사태는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가 부모의 배경이 없이도 내가 노력하면 좋은 교육을 받고 성공할 수 있는 사회냐 라고 하는, 즉 ‘기회의 공정’ ‘기회의 평등’ 문제를 자극했기 때문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확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국 사태는 사모펀드와 관련된 불법성 문제보다 교육 불공정성 문제가 학부모나 젊은이에게 더 큰 자극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사태가 ‘드라마틱’한 또 하나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문제를 최전선에서 주장했던 상징적인 인물(조국)이 그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불공정 문제에 얽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허 전임 =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기분이었겠군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내건 정권의 상징 같은 인물이 그러니까 더 분노했다는 말씀이시죠.

△주 교수 = 그렇습니다. 반복해 말씀드리는데 교육이라는 게 우리 사회에서는 성공을 위한 하나의 통로였잖아요. 가족이나 지역적 배경 이런 것과 무관하게 내가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런 믿음이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를 여기까지 발전시킨 상당히 중요한 동력이었죠. 한국, 대만, 일본 같은 나라가 나름 성공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이들 나라가 비교적 불평등도가 낮았고 교육을 통해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발전의 원동력이었는데, 조국 사태는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라는 희망에 균열을 준 사건인 거죠.

교수 =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와 국정 비전 등을 보면 정의나 공정 이런 것들이 정권의 ‘라이프 라인(생명선)’이었습니다. 특히 이 정부를 구성하고 있던 386 정치인이 그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한다고 믿었는데 이것이 근본부터 허물어졌고, 국민주권과 촛불 민주주의의 정당성도 무너졌다고 저는 생각해요. 통수권자가 조국 사태를 하루빨리 정리하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끌면서 촛불 유산, 광장 유산을 훼손시킨 것이 굉장히 아쉬운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주 교수 =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말씀 중에 검찰개혁 문제를 정권에 의한 ‘공정성의 정치화’ 프레임이라고 평가하셨는데, 저는 검찰개혁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건 ‘절차적 공정성’에 해당하는 문제거든요. 어찌 보면 절차적 불공정성은 기회의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절차가 공정해도 불공정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절차가 불공정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구 교수 = 검찰개혁은 과거 정권부터 오랫동안 제기돼온 문제였습니다. 당연히 검찰개혁은 필요합니다. 다만 조국 사태에서 그것이 제기되는 게 ‘의도치 않은 결과’를 빚어 문재인 정부의 공정성 정신을 훼손하지 않았나 하는 겁니다. 검찰개혁 문제가 ‘조국 수호’로 이어지는 상황에 동의할 수 있습니까.

△주 교수 = 아, 물론 검찰개혁의 논리가 조국 수호로까지 가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허 전임 = 검찰개혁은 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있어 필요한 과제이지만 이것이 조국 수호로 치환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한 것 같습니다. 검찰개혁이란 구호가 조국 문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 된다는 거죠.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집권층에서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이들이 주로 1987년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낸, 386세대입니다. 이 시대의 불공정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2030이라는 점에서 세대 간 갈등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주 교수 = 공정성 담론이 중요하지만, 이것을 세대 간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386세대 내에도 엄청난 불평등이 있고 격차도 심하죠. 그 세대가 지금 5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거고, 그래서 문제라는 것은 어폐가 있잖아요. 다만 ‘386 운동권’의 문제로 돌아가면, 조국 사태를 계기로 운동권 좌파는 과연 양심적인가 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죠. 좌파는 양심, 청렴, 도덕성 등과 관련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조국 문제로)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죠. 이 부분은 분명히 성찰하고 넘어갈 대목이라고 봅니다.

△구 교수 = 저는 좀 다른 시각을 갖고 있어요. 조국 사태를 두 달여 바라보면서 386세대의 ‘개혁 패러다임’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86세대의 정치적 정당성이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 조국 사태를 통해 보건대 386 정치인이나 집권세력은 큰 가치를 이루기 위해선 작은 가치는 눈감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런 게 민주주의의 훼손으로 갈 수 있다고 봅니다.

△허 전임 = 전체를 위해서는 개인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생각은 전체주의적 사고와 통한다고 봅니다. 키르케고르의 말처럼 개인 존중이 없는 집단이나 ‘떼’의 논리는 진실을 함몰시키는 법이니까요.

주교수 = 그런 면에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 또 386운동권 출신 내에 다원주의의 가치를 심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고가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여당이나 386 출신 정치인들의 사고방식이 상당히 후진적인 정치 행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획일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모습이 있는 겁니다. 이런 정치문화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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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임 = 지금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현상들, 즉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와 실망, 지도층과 정치권에 대한 신뢰감 상실, 이런 게 공정가치가 붕괴하면서 더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공정성이 붕괴하면서 몰고 올 후폭풍이 걱정되는데요.

△구 교수 = 가장 큰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불신이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불신이 쌓이면서 행복도는 떨어지죠. ‘울분 사회’로 진입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정치적 냉소주의가 생긴다는 겁니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내가 갖고 태어난 ‘수저’의 종류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면 그 후과(後果)는 어마어마하겠죠. 예컨대 ‘정동(情動·affect)’이 떠다니면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주 교수 =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자본과 신뢰를 훼손시킵니다. 사회적 신뢰가 무너질 때 개인이 이 사회에서 나름대로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거죠. 그런 문제가 정체된 사회를 만들고 사회의 부패를 심화시킵니다. 그럼 우리도 남미(南美)형 사회로 가게 되겠죠. 모든 사람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투자가 돼야 합니다. 그게 국가와 사회의 역할입니다. 사회가 모든 사람에게 투자하고, 기회를 주고, 보육과 교육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충분히 성숙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죠. 그런 걸 책임지는 게 공정성입니다.

△허 전임 = 끝으로 공정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해법과 제안을 말씀해 주시지요.

△주 교수 = 반복하자면 국가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포용적인 경제 발전을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교육 불평등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굉장히 중요한 화두죠.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이 공정사회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통로이니까요. 어떤 면에서 시장 환경을 바꾸는 건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교육 시스템을 잘 작동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는 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서울대 입시제도 중에 지역균형선발, 기회균형선발 등이 있는데 이를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이른바 ‘역경’을 극복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보고 ‘역경지수’를 개발해 대입에 반영하는 식으로 교육의 공정성을 살리고 있습니다.

△구 교수= 저도 교육제도 혁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대학 정시를 늘리는 건 절대 해결책이 안 되고요, 공교육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대학에 초점을 맞추자면 저는 편입 기회를 넓혔으면 좋겠어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년제 대학에 다니다가 컬럼비아대로 편입하고 대통령까지 된 것 아닙니까. 단 한 번의 대학 입학이 평생 꼬리표를 만들고 운명을 좌우하게 하는 시스템은 바꿔야 합니다. 즉 교육 혁신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공정을 위한 개혁을 하는 데 있어 관 주도가 되면 곤란합니다. ‘민 주도·관 지원’이 돼야죠. 세 번째는 국회에 청년과 여성 대표 의원을 대폭 늘리는 것입니다.

△허 전임= 오늘 토론이 대한민국을 공정사회로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좋은 자양분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