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수녀가 쓴 詩, 노래로 만들어 주시니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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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명동성당 정기연주회 참석, 시 낭송하는 이해인 수녀

가톨릭남성합창단 ‘너울’공연
‘장미의 기도’ ‘해바라기…’ 등
작품에 곡붙인 가곡들 선보여

“우리 모두 온갖 시름 다 잊고
감사하며 합창에 귀기울이자”

‘합창을 할 때처럼／ 다른 사람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소리와 행동에／ 귀 기울이는 사랑의 인내를／ 실천하게 해주십시오／／ 합창을 할 때처럼／ 틈새의 침묵을 맛 들이면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겸손을 배우게 해주십시오.’

이해인(74·사진) 수녀 시인이 4일 오후 7시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열리는 가톨릭남성합창단 ‘너울’ 정기연주회를 이런 시로 축하했다. 이날 공연은 너울이 성가를 합창하고, 소프라노 한경성이 ‘아베마리아’를 부르는 등 다채로운 무대로 꾸며진다. 무엇보다 이 시인의 작품 ‘장미의 기도’ ‘11월에’ ‘해바라기 연가’ 등의 시에 최성욱 작곡가가 곡을 붙인 가곡을 선보인다. 공연에 직접 참석해 시를 낭송하는 이 시인은 “명동성당에서 뜻이 좋은 공연을 하기 때문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작은 수녀가 쓴 몇 편의 시도 노래로 만들어 불러주신다니 영광입니다. 오늘은 우리 모두 온갖 시름 다 잊고 한마음으로 감사하며 합창에만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시인은 지난 2008년 암이 발병했으나 항암 치료를 받으며 신앙생활과 함께 문필 작업을 지속해왔다. 시인 스스로 ‘명랑 투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을 오히려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부산 광안리 성베네딕도수녀원에 거주하고 있는 이 시인은 지난 2일엔 경북 칠곡 왜관수도원에서 열린 ‘구상 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 참석해 손수 쓴 기도 편지를 읽었다. 그는 편지 낭송에 앞서 구상 시인과의 인연을 특유의 위트를 섞어 되돌아보며 “아버지가 납북돼 부성의 결핍이 있는 내게 미남 시인 구상은 아버지처럼 의지가 되는 분이었다”고 전했다.

이 시인은 “26세 연상인 구 시인께서 나를 만날 때마다 ‘수녀질이나 잘하라’고 당부하셨는데, 시인으로 유명해진 내가 연예인처럼 살 것을 염려하셨던 듯하다”며 웃었다.

이날 음악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는데, 이 시인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 그의 건강을 염려했던 이들의 마음을 환하게 만들었다. 이 시인은 기도 편지를 통해 “모두가 힘든 이 시대에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이 구상 시인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생명을 키우는 밭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편 이 시인은 최근에 썼던 글을 모아 출판사 마음산책을 통해 이달 말쯤 새 책을 펴낼 예정이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