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혁신, 학교가 변하면 미래가 변한다>교도소보다 공사비 적은, 57년째 ‘사각 교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교도소와 닮은 학교 학교 공간이 획일화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창의력 있는 사고를 키워주지 못하고 억압·통제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왼쪽 사진은 지난 9월 26일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 복도 모습이며 오른쪽은 9월 24일 개방된 서울 가락동의 옛 성동구치소 내부로, 두 시설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아 있다. 곽성호 기자·뉴시스

1962년 학교표준설계도 영향
교도소 270만 > 학교 200만원

획일 공간선 창의 인재 안나와
미래 교육 맞는 공간변화 절실

대부분 초·중·고 학생들이 60년 동안 변화가 없는, 교정시설 구조와 비슷한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학교 공간혁신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교육이 중요하지만 우리 교육 인프라 현실은 과거에 머물러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재미없고 억압적인 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4일 교육 및 건축계에 따르면 전국 학교 대부분은 1962년 작성됐다가 1992년 폐지된 ‘학교시설 표준설계도’를 바탕에 두고 지어졌다. 빨리 짓고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학교 신축 시 ㎡당 공사비는 200만 원이 채 안 되며, 다른 공공건축물에 비해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당 270만 원인 교도소 등 교정시설의 70%에 불과한 규모다. 과밀 해소와 주입식 균등 교육을 위해 공장에서 물건 찍듯 학교를 건설하던 방식이 관행처럼 남아 적용된 결과다. 이에 현재의 학생들은 ‘할아버지 세대’ ‘아버지 세대’가 다녔던 교실과 똑같은 곳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최근 ‘어린이 국회’가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광주 연제초의 이유진 ‘어린이 의원’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모래가 가득한 운동장, 집단교육이 가능한 큰 강당, 문을 닫으며 똑같은 크기의 교실이 교도소의 공간과 매우 닮아 놀랐다”고 말해 기성세대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학교 공간 구조는 산업화 시대 ‘대량 교육 체제’에 적합할지 몰라도, 개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높이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3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도 전체 초·중·고 10곳 중 3곳에 달한다. 학교건축 전문가인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학생 한 명 한 명의 창의력과 역량이 중요하다”며 “지금의 교실은 지식을 주입하는 일제식 수업에 맞춰진 포맷으로, 미래 교육에 맞는 공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홍경숙 건축가는 “학교는 아이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의 공간”이라며 “최근 조금씩 시도되고 있는, 학생이 주체가 되는 학교 공간혁신이 교육 현장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