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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포커스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06일(水)
경제수준 높아졌지만 빈부격차·민주주의 위기… 극우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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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1989년 11월 9일)을 앞둔 4일 번화가로 바뀐 브란덴부르크 문 주변 알렉산더 광장에 새로 세워진 빌딩 벽면 위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에리히 호네커 전 동독 서기장의 영상이 투사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지난 8월 27일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 극우주의자들이 난민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켐니츠는 지난해 한 독일 시민이 시리아 난민과의 다툼 끝에 숨진 이후 극우주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AP 연합뉴스

■ ‘공산권 붕괴 30년’ 동유럽 국가는 지금…

“시장경제 만족” 대부분 70%대
“삶의 질 좋아져” 폴란드 81%
1991년 0%였던 러도 37%로

“정의가 위협받는다” 60% 이상
“1989년보다 세상이 안전하다”
40세 이상선 25% 수준에 불과


1989년 11월 동유럽 공산권이 연쇄적으로 무너진 지 30년, 이들에게 ‘민주주의’ 달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자유, 공정, 정의 역시 동구권 국가와 주민들에게 삶의 회의를 느끼게 하면서 꼭 달성해야 할 목표로 꼽히는 중요한 가치다. 이들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사이 포퓰리즘과 극우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도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문제다. 그해 11월 9일 냉전 종식과 동구권 몰락의 세계사적 상징으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자본주의 체제로 편입된 구공산권 국가의 국민은 과거보다 삶이 개선됐다는 점에는 긍정하고 있지만, 심각한 경제·사회적 불안감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권 주민들, 경제환경은 개선·불안감은 여전 =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한 17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구공산권 국가 중 폴란드, 동독,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에서 70% 이상이 ‘시장경제 체제를 수용한 데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 폴란드(74%), 체코(61%), 리투아니아(56%), 헝가리(47%), 슬로바키아(45%) 등지에서 ‘자신이 경제적으로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보다 많았다. 다만 러시아(27%), 우크라이나(25%), 불가리아(24%) 등지에서는 경제적 수준이 나아졌다고 대답한 응답자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낮았다. 불가리아를 제외하면 EU 미 가입국들의 발전 체감 속도가 더딘 편이라는 특징을 드러낸다.

삶의 질 관련 질문에서도 폴란드인의 81%, 체코인의 78%, 구동독 지역 거주민의 75%, 리투아니아의 70%가 ‘공산주의 당시보다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 같은 결과는 공산권 붕괴 직후였던 1991년보다 모두 높아진 수치다. 폴란드의 경우 14%에서 81%로 무려 67%포인트의 상승률을 보여줬다. 1991년 당시 0%대를 기록했던 러시아도 37%까지 긍정평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통일이 잘된 일이었다’는 응답이 전체의 89%였다. 구동독 지역만 보면 91%가 통일에 긍정적이었다.

삶의 질과 함께 ‘교육과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상승했다’는 답변이 많았다. 반대로 가치관, 가족의 가치, 법과 정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불안 심리 자극한 극우주의·포퓰리즘 발현 = 반면, 이들이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 위기감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소득불평등, 공정과 정의의 가치에 대한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체제의 변화 속에서 이득을 누린 게 누구냐’는 질문에는 독일과 체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위 ‘상류층’에 속하는 정치인(72∼96%)과 사업가(70∼89%)란 답변이 많았다. 일반 시민들이 이득을 봤다는 지적엔 국가별로 편차가 심했다. 체코와 폴란드는 각각 54%, 68%가 동의를 표한 반면, 불가리아·우크라이나·러시아는 각각 19%, 21%, 22%만이 동의했다. 독일 지역의 경우 동·서독의 소득 및 경제적 격차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독일 전체의 30%, 동독 지역에선 23%에 불과했다. 이는 기성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불가리아·체코·독일·헝가리·폴란드·루마니아·슬로바키아에서 1만2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독일을 포함한 6개국의 51∼61%가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1989년보다 세상이 안전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세 이상 응답자 중 4분의 1 미만에 그쳤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절대다수는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믿지 않고, 주류 미디어는 뉴스를 공정하게 보도한다고 믿지 않았다. 거의 모든 국가에서 다수는 언론의 자유, 법의 지배, 시위할 권리가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모든 조사 대상 국가에서 60% 이상은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답했다.

불안 심리 속에 유럽 국가들은 강력한 민족주의와 자국중심주의를 추구하는 포퓰리즘적 극우정당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구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각각 극우 성향으로 꼽히는 정당인 법과 정의당(PiS), 피데스당이 집권했다. 체코의 경우에도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불만족스러운 시민들의 행동(ANO)’이 집권 여당으로 활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정권은 과거의 극우 정권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난민으로 대변되는 외국계 유입을 반대하고 EU 중심의 통합에도 강한 반대의견을 보인다. 지난달 31일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엘리너 샤프스턴 특별법무관은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3개국이 EU의 난민 할당 프로그램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데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구권에선 오히려 공산주의 확산 = 구공산권 지역에서 ‘극우’가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 데 비해 기존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사멸한 것처럼 보였던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오히려 등장하고 있다.

그리스·덴마크·네덜란드·포르투갈·독일·핀란드 등지에서도 급진좌파 정당들이 경색된 기존 진보-보수진영 대립 속에 새로운 대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산권을 몰락시킨 일등공신인 미국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후보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샌더스 의원의 ‘좌파적’ 정책에 알레산드라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추종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마틴 불 런던정경대 교수는 “1917년 소련이 들어선 뒤 서유럽에서는 줄곧 대안적 성격의 사회주의 정당이 계속 존재해오다가 1989년 이후에는 거의 자취를 감췄는데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기존 체제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새로운 사상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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