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오늘은 어땠어” 물어주던 친구야… 이젠, 내가 너를 닮아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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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재단 회장賞 김주현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설현이에게.

놀랬지? 편지쓰기대회 공모전을 통해 그동안 너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려고 해.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길 바랄게! 우리가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만났었지. 그때 누군가 전학 왔다는 소리를 듣고 누굴까 하고 되게 궁금했는데 화장실에서 너를 우연히 보게 됐어. 처음 봤을 때 흰 피부에 까만 생머리, 선하게 생긴 눈매가 너무 예뻐서 참 놀랐었는데 무엇보다 더 놀랐던 건 너의 목소리를 듣고 난 후였어. 가수를 꿈꾸고 있던 나에게 너의 목소리는 정말 귓가에 맴돌 만큼 곱고 예쁜 목소리였지. 그래서 네 목소리를 더 듣고 싶어서, 네가 궁금해져서 화장실에 볼일도 없는데 괜히 반복해 손을 씻으며 두 눈 동그랗게 뜨고, 두 귀 쫑긋 세우고 너에게 집중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 또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

너와 친해지고 싶던 중 친구를 통해 너와 처음 대면할 기회가 생겼었는데, 사실 티는 안 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 때보다 더 설레고 신났었어. 너와 첫마디를 나누는 순간, 너의 목소리가 내 귀에 닿았을 때 마치 피아노 소리를 듣는 것처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었어.

너와 친구가 된 지 몇 달 되지 않아서 우린 중학교를 졸업했고 이제 너를 자주 만날 수 없단 생각에 속상했지만, 한편으로는 내 인생 중 가장 재미있고 가장 소중했던 중학교 시절 너를 만나게 됐다는 사실 하나에 위로가 많이 됐던 것 같아. 너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내가 많은 걸 느끼고 바뀌게 된 것 같아. 내가 너한테 고민 상담을 할 때나 사소한 것들까지 다 얘기했을 때, 항상 자기 일처럼 잘 경청해주고 같이 고민해주는 모습에 고맙고 감동받았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고 요즘에 힘든 일은 없느냐고 내 일상을 매일 생각해주는 네가 너무너무 고맙고 좋았어.

아! 그리고 내가 너한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는데 너는 말을 정말 조리 있게 잘하는 거 같아. 다른 사람이 백번 말해주는 것보다 너의 그 한마디가 나한텐 정말 진심으로 와닿았고 네가 얘기를 할 때면, 그 한마디 속에 너의 진심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것 같아서 같은 나이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 왜 친구는 닮아간다는 말이 있잖아. 나도 너랑 대화하거나 같이 있을 때 통하는 것도 많고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맞을 때가 많아서 내가 너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했어.

설현아, 네가 내 친구라서 난 참 복 받은 거 같아. 내가 이제껏 수많은 친구를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넌 사뭇 다른 느낌이었어. 자아가 단단하게 갖춰진 사람 같았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의지도 많이 하고 투정도 많이 부리는 것 같아.

내가 너만큼은 못하더라도 경청 하나는 누구보다도 잘해줄 수 있으니까 설현이 너도 힘들거나 고민이 되는 일 있으면 숨기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 알겠지?

그런데 설현아, 우리가 벌써 19살이야. 난 아직도 내가 너무 부족한 게 많다고 느껴지는데 어른이 된다고 하니까 상상이 안 간다. 우리 지금 이 시기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 같고 나 혼자만 헤매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힘들겠지만, 그래도 난 네가 지금 이 시기를 맘껏 즐겼으면 좋겠어. 너의 뒤에 내가 있다는 거 잊지 말고 우리 힘내자!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