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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06일(水)
‘고리1호’ 완전해체까지… 핵폐기물 처리기술 개발 등 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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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 가동 중지 후 2년반

현재는 사용후핵연료 냉각 중
승인·부지복원까지 최소 15년

해체작업에 필요한 핵심 기술
58개 중 13개는 미개발 상태
폐기물 임시 저장소조차 없어

원전해체시장 549兆 규모 달해
산업 선점 위해 로드맵 마련을


지난달 29일 오전, 우리나라 첫 원전이자 운영 40년 만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에 한창인 고리 원전 1호기를 찾았다.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21번째 원전 보유국으로 만들어준 이 ‘효자’ 원전은 영구정지와 함께 탈(脫)원전 정책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퇴역 후인 현재도 원전업계 새 먹거리인 해체 산업 선점을 위한 발판으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고리 1호기의 해체 작업 현황과 원전 해체 산업 전망을 살펴본다.

◇원자로 출력 0, 운영정지 2년 6개월…그 후 = 지난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던 고리 1호기는 부산 지역 전체가 8년간 사용할 수 있는 1560억Kwh의 전력을 생산해낸 뒤 지난 2017년 6월 18일 밤 12시를 기점으로 운영을 멈췄다. 고리 1호기는 설계 당시 수명인 30년이 지난 뒤에도 10년 더 연장운영을 했다. 한 번 더 연장할 계획도 있었지만, 정부는 2015년 영구정지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가동률 저하, 지역지원금 증액 가능성 등 낮은 경제성이 원인이 됐다.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 본부의 고리 1호기 주제어실(원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로 들어서자 원전 상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어반에 원자로 출력이 ‘0’으로 표시돼 있었다. 고리 1호기가 발전을 하지 않고 멈춰 있다는 의미다. 2년 6개월 전부터 발전소는 정지된 상태지만 쓰고 난 핵연료(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냉각설비, 전력설비, 방사선 감시설비 관리 업무는 이어지고 있다. 정상 운영 중일 때는 10명씩 6개 조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했지만, 지금은 5명이 5개 조로 나눠 근무하며 인원은 다소 줄었다.

원자력 발전은 농축 우라늄을 분열시켜 방출되는 열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물·가스·증기 등의 유체가 가지는 에너지를 유용한 기계적 일로 변환시키는 기계)을 돌려 전기를 생산해 내는 방식이다. 원전의 핵연료는 사용 뒤에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뿜어낸다. 이 때문에 잔열을 식히고 특히 중성자를 흡수, 핵분열을 억제하기 위해 농도 2000PPM 이상 붕산수에 일정 기간 넣어둔다. 고리 1호기 저장조에도 현재 핵연료 485다발이 수심 12m에 보관돼 있다. 우라늄 2∼5%를 농축해 만든 담배 필터 모양의 5g짜리 원통형 펠릿(pellet)이 원전 핵연료의 최소단위다. 펠릿 300여 개를 긴 막대 모양의 연료봉에 담가 놓는데 이 연료봉을 200개 가까이 모아 놓은 것이 1다발이다. 이 같은 다발 485개가 쓰임을 다한 뒤 고리 1호기 저장조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  원전의 사용후핵연료(핵폐기물)는 핵분열을 억제하고 식히기 위해 붕산수에 넣어둔다. 핵연료 다발이 들어 있는 발전소 내 습식 저수조. 한수원 제공

◇핵폐기물 안전보관·해체 기술개발 등 과제 산적…멀지만 가야 할 길 = 해체가 결정되긴 했지만 완료되기까지는 아직 첩첩산중이다. 원전해체는 해당 시설과 부지를 철거하고 방사성 오염을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포함한다.

우선 영구정지를 기점으로 사용후핵연료 냉각 및 안전관리에 5년 이상이 소요된다. 고리 1호기도 이 단계에 있다. 안전관리 기간 해체계획서를 만들어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고 계획서를 제출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해체 승인신청을 하게 된다. 승인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설 및 구조물 철거 등 해체에 들어가며 8년 정도 걸린다. 2년 이상의 부지복원까지 포함하면 운전 정지부터 해체 완료까지 약 15년이 필요한 셈이다. 고리 1호기는 지난해 말 해체계획서 초안을 작성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의견 수렴을 완료, 계획서 제출·승인 후 2022년 6월부터 본격적인 해체에 들어갈 전망이다.

관건은 사용후핵연료 보관 방법과 기술개발이다. 현재 붕산수에 담겨 있는 사용후핵연료, 즉 핵폐기물을 꺼내 옮겨 담을 곳도 확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기피시설 중 하나인 핵폐기물(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보관·처리할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

원전해체 기술·장비 개발도 문제다. 관련 기술이 총 58개인데 이 중 13개 기술이 미개발 상태고 핵심 장비도 11개 중 9개가 개발돼야 한다.

정부는 고리 1호기를 계기로 원전해체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데 해체시장 자체가 어떤 규모로 형성될지도 미지수다. 해체 결정 시기가 국가별, 원전별로 제각각이어서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건설 산업 감소분을 보완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전세계적으로 수명이 끝나가는 원전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에 해체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향후 100년 간 시장 규모가 549조 원에 달한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형 원전 개발책임자이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병령 박사는 “탈원전 정책과 별개로 해체산업에는 꼭 참여해야 한다”며 “해체산업 전망이 밝은 데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기술력도 축적돼 있어 우리나라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1982년부터 30여 년간 고리 1호기를 담당해온 권양택 고리1발전소장은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고리 1호기를 기회로 삼아 해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산 =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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