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大入 대혼란과 文대통령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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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범 사회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 한마디에 정치권과 교육계가 ‘교육개혁’을 둘러싸고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특이하게도 진영 판세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구도다. 과거처럼 보수, 진보로 나눠 각자의 철학과 입장을 얘기하지 않는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정치권과 교육계로 편을 나눠 격하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대입 정시 모집 확대’를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 정치권은 되레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교육계에 “민심을 외면하고 이상만 판다”고 비판한다. 뒤집어 보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표심’을 외면한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누가 봐도 ‘총선’을 의식한 것이다.

교육계는 정반대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정시 확대 반대’를 외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4일 “정시 비중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냈다. 이들 교육감 17명 중 14명이 친(親)전교조 성향이긴 하지만 진보, 보수 모두 입장은 대동소이하다. 같은 날 진보 교육계 인사 1500여 명은 “조국 사태로 불거진 한국 교육 문제를 단지 정시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정시 확대 반대 시국선언을 내놨다. 한국교총도 정시 확대 요구 취지에는 공감하나 “특정 대학에 정시 30% 이상을 강제하는 것이라면 정치적 요구와 예단에 떠밀려 11월 중에 섣불리 결정하고 발표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현 체제를 결국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진정성 없기로는 교육계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 불신이 어느 때보다 깊은 데도 어느 누구 하나 자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대입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수시전형(수시)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강변만 할 뿐이다. 교원 권익이라는 잣대를 최상위에 놓은 채 ‘이상’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학종과 수시만큼 교원의 입김과 권한이 강하게 작용하는 전형도 없다.

교육계는 낯뜨겁게도 바닥까지 떨어진 공교육 신뢰 문제에 대해서는 되레 ‘고교 서열화’ 탓으로 돌리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등이 우수 학생을 독차지해 일반고가 황폐화하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고교 진학을 앞둔 중 3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 같은 주장은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다. 공립 일반고에 보낼 바에는 차라리 특성화고에 보내는 게 낫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심정이다. ‘교육자’가 아니라 ‘평가자’로 전락한 교단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전교조는 오히려 ‘교원 평가와 성과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만 할 뿐이다. 자사고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나 교사 모두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자사고의 경우에는 교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려고 분투한다”는 것이다. 공립 일반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교육개혁 논란을 둘러싼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학부모도, 학생도, 정책 당국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불안 마케팅 효과도 커질 것이다. ‘포퓰리즘’과 ‘기득권’ 사이에서 교육 개혁이 지금처럼 흔들릴 때 결국 웃는 것은 사교육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