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 통합의 1차 전제는 ‘탄핵 是非’ 뛰어넘는 일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자유 우파 대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함으로써 내년 4·15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통합 시도가 활발해질 조짐이다. 탄핵으로 정권을 내준 이후 보수 정치권이 지리멸렬 상태를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황 대표의 정치력, 친황(親黃)세력과 기득권 인사들, 현역 의원 반발 등을 고려하면 한국당 내부 정리부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통합의 당위성에는 보수 정치인뿐 아니라 보수 성향의 국민도 공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안보 실정(失政)을 견제하고 시정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야당의 등장은 필요하다.

황 대표는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모임’과 우리공화당 등 정당 세력은 물론 ‘자유와 공화’ 등 단체까지 포괄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한다. 유승민 ‘변화와 혁신’ 대표는 탄핵 극복, 개혁 보수 노선, 신당 창당을 제시하며 호응했다. 황 대표는 “한국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벌써 한계들이 보인다. 우선, 조국 사태라는 호재에도 거듭된 실책 때문에 당 지지율 정체와 리더십 논란이 일어나자, 충분한 준비 없이 국면 전환용 카드를 던졌다는 의구심이 있다. 절반 정도의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고, 3040 인사들로 채울 정도의 결기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통합의 첫 과제는 ‘뜨거운 감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정리하는 것이다. 탄핵과 무관한 인사들이 주도하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총선이 끝날 때까지라도 ‘탄핵 책임 시비(是非)’를 유예하자는 합의를 하는 게 차선책이다. 황 대표와 유 대표는 “미래로 나아가자”며 극복 의지를 밝혔지만, 우리공화당은 ‘탄핵 5적’을 앞세운다. 이번엔 동의하는 세력만으로 1차 통합을 하고, 총선 직전에 선거 연대를 하거나, 총선 뒤에 통합을 재론하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