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과도한 분담금 요구, 同盟외교 실패 청구서 아닌가

올 것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국 측이 무려 5배 증액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가 6일 한국에 47억 달러(5조4600억 원)를 거론했다. 올해 분담금 1조389억 원에 비해 너무 급속한 증액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외에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및 한반도 방어와 관련 미국 지출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미국의 요구는 설사 협상안이라고 하더라도 과도하다. 방위비 분담 원칙에도 어긋난다. 방위비 분담은 주한미군 근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및 군수지원비 등으로 한정된 것인 만큼, 이 범위를 넘어서는 지원을 하려면 협상의 틀을 바꿔야 한다. 미국 측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담금 독배’를 일본이나 나토에 앞서 한국에 내밀었을지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노골적 친북 정책을 폈고, 중국과는 ‘사드 3불’ 합의까지 했다. 일본에 대해선 전임 정부 때의 위안부 합의를 폐기하고 반일 노선을 견지했다. 대법원 징용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했다.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한·미·일 3각 안보 체제에서 이탈하는 조짐까지 보였다. 동맹도 비용 차원에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에 불을 지른 셈이 됐다.

따라서 한국이 ‘징벌적 분담금’ 부과 첫 대상국으로 꼽힌 것은 문 정부에 대한 불신이란 점에서 47억 달러는 대미·대일 동맹(同盟) 외교의 실패에 따른 청구서의 측면이 있다. 이미 벌어진 일인 만큼 이제라도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분담금을 어느 정도 늘려 주고, 더 큰 것을 받으면 된다. 한·미 사이에는 미사일 사거리, 핵연료 재처리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안보 현안들도 많다. 전세계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그에 따른 한국 분담금을 방위비 분담과 연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이다. 이럴 때 전화 통화든, 긴급 회담이든 필요하다. 청와대는 두 정상의 좋은 관계를 강조해왔다.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입증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