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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08일(金)
낙엽 따라 가버린 그들… 11월에 또다시 별이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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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중아 ‘내게도 사랑이’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몹시도 그립구나’. 책갈피 속에 단풍잎, 은행잎 한두 장 끼워본 세대라면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친구가 선창하면 바로 합창으로 이어지곤 했다. ‘푸르던 잎 단풍으로/곱게 곱게 물들어/그 잎새에 사랑의 꿈/고이 간직하렸더니’. 가을이면 청년의 빈 마음을 물들여주던 이 번안가요의 제목은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1966), 가수는 차중락(1942∼1968)이다. 원곡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1962년에 발표한 ‘애니싱 대츠 파트 오브 유(Anything that’s part of you)’다. ‘당신이 보낸 편지가 떠올라(I memorize the note you sent)/함께 거닐던 곳마다 들러(Go all the places that we went)/온종일 찾아 헤맸죠(I seem to search the whole day through)/당신의 흔적 모두를(for anything that’s part of you)’.

11월 10일은 차중락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26세였다. 공연장에서 노래하던 중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망우동 묘비엔 조병화 시인의 추모시 ‘낙엽의 뜻’이 새겨졌다. ‘이 세상/사는 자 죽는 자/ 그 풀밭/사람 가고 잎 지고/갈림에 소리 없다’. 이 앞에 ‘소리 없다’는 말이 네댓 번 반복된다.

하지만 무대의 소리는 사라져도 기억의 소리는 남는다. 망우동에 함께 영면해 있는 만해 한용운에게 물으면 답해줄 것이다.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님의 침묵’ 중) 요절가수 차중락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낙엽상’은 유망한 신인가수에게 주는 상으로 그 첫해(1969) 남자부문 수상자는 나훈아였다.

‘그대 없는 나날들이/그 얼마나 외로웠나/멀리 있는 그대 생각/이 밤 따라 길어지네’.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깔렸던 이 노래의 제목은 ‘풍문으로 들었소’다. ‘눈으로 본 건 반 정도만 믿고/귀로 들은 건 아예 믿지 마라(People say you believe half from what you see/Non non none from what you hear)고 조언한 CCR(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의 리메이크곡 ‘아이 허드 잇 스루 더 그레이프바인(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에서 영감을 받은 제목이다.

한국판 ‘풍문으로 들었소’의 작곡자이자 가수인 함중아(사진)가 지난 1일 세상을 떠났다. 음악동네엔 11월 괴담이라는 게 있다. ‘돌아가는 삼각지’의 배호(29), ‘하얀 나비’의 김정호(33), ‘난 정말 몰랐었네’의 최병걸(38), 듀스의 멤버 김성재(23) 등 젊은 가수들이 모두 11월에 세상을 떠나서다. 11월 1일은 ‘사랑하기 때문에’의 유재하(25)와 ‘내 사랑 내 곁에’의 김현식(32)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함중아는 ‘내게도 사랑이’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세 사람의 대표곡 제목이 모두 ‘사랑’을 품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내 곁을 떠나가던 날/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사랑하기 때문에’ 중). ‘저 여린 가지 사이로/혼자인 날 느낄 때/이렇게 아픈 그대 기억이 날까’(‘내 사랑 내 곁에’ 중). ‘긴 세월 흘러서 가고/그 시절 생각이 나면/못 잊어 그리워지면/내 마음 서글퍼지네’(‘내게도 사랑이’ 중).

영화 ‘코코’에서 죽은 자들의 날은 고작 3일이지만 음악의 날은 그보다 훨씬 길다. 그래서 주제곡도 ‘날 기억해줘’(Remember me)다. 노래는 집단의 기억이며 그 기억에는 스토리의 힘이 존재한다.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어두운 밤하늘에 흘러가리’(패티김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중). 세상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도 있지만 사람을 남기고 떠난 가을도 있다. 음악동네의 가을이 슬프지 않은 건 가슴마다 단풍나무 한 그루가 있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다시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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