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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경일기자의 여행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08일(金)
갯벌·석양·단풍 어우러진 백수해안도로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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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에서 저물녘에 바라본 칠산바다. 기울어가는 해가 반사돼 수면이 은박지처럼 반짝이고 있다.

■ ‘만추 드라이브’ 어디로

- 전북 진안 용담호
댐 일주 64㎞ ‘환상의 코스’

- 경북 성주 독용산성
참나무류 주황빛 단풍 빼어나

- 충북 제천 비봉산
충주호 달리는 82번 지방도

- 강원 정선 만항재
정상에 우람하게 솟은 낙엽송

-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
불갑사 가는 산책로 단풍 화려


# 호수에 비친 단풍…전북 진안 용담호

전북 진안군의 용담호는 가을에 최고의 경치를 빚어낸다. 큰 일교차로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가을이면 호수와 주변의 아름다운 산들이 어우러지는 몽환적인 풍광을 연출한다. 용담댐은 호남 지역 최대 다목적 댐. 저수량 8억 1500만t 규모로 소양댐, 충주댐, 안동댐, 대청댐에 이어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 댐 건설 과정에서 6개 읍·면 3300만㎡가 수몰되는 아픔을 겪어 호반 곳곳에 수몰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 주기 위한 망향의 동산이 조성돼 있다. 댐을 일주하는 64.6㎞의 도로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드라이브는 상류인 진안읍 운산리에서 30번 국도와 13번 국도, 795번 지방도로를 차례로 타고 호수를 한 바퀴 돌면 되는데, 상전, 안천, 용담, 정천 등 수몰마을에 세워진 4개의 전망대를 올라보고, 인근의 구봉산과 운일암반일암 등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권한다.

# 산성으로 달리는 길…경북 성주 독용산성

경북 성주군의 독용산성은 영남지방의 산성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이다. 산 아래서 독용산(995m) 정상 부근의 산성까지는 터널을 방불케 하는 숲길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 임도가 6㎞ 남짓 이어진다. 이 숲길이 온통 단풍이다. 붉은 잎의 단풍이 아니라 참나무류의 주황빛 단풍이 주된 색이지만, 굽이를 돌 때마다 빼어난 조망과 함께 펼쳐지는 단풍이 빼어나다. 첩첩이 겹쳐진 가야산의 산봉우리가 운치를 더해준다. 산성으로 오르는 임도는 폭이 좁은 데다 대부분의 구간은 가드레일이 없는 아찔한 벼랑길. 초보운전자에게는 권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포장이 잘 돼 있고 길의 높이와 굽이도 부드럽다. 가을 성주에서는 옥계천변에 들어선 작은 정자 만귀정을 빼놓을 수 없다. 뒤로는 가야산의 칼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맑은 계류가 단풍의 붉은빛으로 진하게 물드는 곳이다.

# 단풍의 호수를 내려다보다…충북 제천 비봉산

금수산은 발치에 충주호의 푸른 물을 두르고 있어 다른 계절에 찾아도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지만, 유독 가을 단풍색이 빼어나게 아름다운 산이다. 단양군수로 부임했던 퇴계 이황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에 감탄해 기존의 백암산이란 이름 대신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수산으로 바꿔 불렀다고 전해진다. 금수산의 산봉우리와 충주호를 바라보며 달리는 길이 82번 지방도로다. 제천시내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도로다. 이 길이야말로 가을 단풍과 호수를 즐기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다. 충주호의 담수로 수몰위기에 있던 문화재를 모아 조성한 청풍 문화재 단지에는 단풍나무와 활엽수가 조경수로 심겨 있다. 드라이브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로 오르는 제천 비봉산의 산정이다. 여기서 단풍으로 온통 물든 충주호 일대를 발아래로 다 내려다볼 수 있다.

▲  드라이브의 명소로 꼽히는 전남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를 승용차로 달리는 모습.
# 마지막 단풍을 만나다…강원 정선 만항재

강원 정선군은 가을 단풍이 이르게 물든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자락의 활엽수 단풍잎은 일찌감치 다 떨어졌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단풍이 있다. 낙엽송 단풍이다. 찬바람 부는 늦가을이면 낙엽송 잎마다 샛노랗게 단풍이 물들어 반짝인다. 정선 땅 곳곳에 낙엽송 군락지들이 흔하지만 그중에서 추천할만한 곳이 남한 땅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의 지맥이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자락을 타고 넘는 고개, 만항재다. 만항재 정상 부근에는 우람하게 솟은 낙엽송들이 촘촘하게 서 있다. 일교차가 큰 가을 이른 아침이면 자주 운무로 휩싸여 운치가 더해진다. 고한읍 쪽에서 만항재로 길을 잡아 오르다 보면 적멸보궁으로 이름난 정암사가 있다. 정갈한 맛이 풍기는 정암사의 가을 풍경도 나무랄 데 없다. 만항재에서 함백산까지 포장도로가 놓여 있으나 아쉽게도 차단기가 내려져 있다. 길 끝이 함백산 정상인데 걸어 올라간대도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는다.

# 단풍보다 붉은 노을…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

16.8㎞에 달하는 전남 영광군의 ‘백수해안도로’는 부드러운 해안선·광활한 갯벌·불타는 석양이 한데 어우러지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이다.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니 계절을 가리는 곳은 아니지만, 대기가 깨끗해지는 늦은 가을 무렵이 석양이 더 붉고 선명하다.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해변에 붉은 노을이 들어서면 바닷물이 온통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장엄한 풍경을 보여준다. 해안도로도 좋지만, 도로 아래 해안선을 따라 목재덱 산책로로 조성된 2.3㎞의 해안노을 길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백수해안도로를 지나면 영광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영광 칠산타워가 있다. 111m 높이의 전망대인데 여기서 칠산바다의 노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가을 단풍 드라이브라면 백수해안도로에서 불갑산으로 길을 잇는 것을 추천한다. 절집 들머리부터 불갑사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산책코스에서는 화려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가을로 물든 숲속으로 들어가 두 발로 걷는 것도 좋지만, 뒤로 물러서서 ‘지나쳐 가며’ 가을을 만끽하는 것도 좋다. 차창을 열고 도로를 달리며 가을을 감상하는 ‘드라이브 여행’ 얘기다. 차를 타고 가을 속으로 지나가면 마치 영상을 빨리 감아 돌리는 듯하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면서 가을의 정취를 흠뻑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명소를 골라봤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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