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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주필 게재 일자 : 2019년 11월 08일(金)
이런 정부에 세금 내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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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김명수 대법원장의 호화공관
재정에 대한 文정권 입장 상징
象箸玉杯 경고 망각하면 불행

나랏돈을 맘대로 물 쓰듯 하고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은 적대시
통일 대비 않고 미래세대 배신


목민심서에는 신임 공직자의 자세가 맨 앞에 나온다. 행장 꾸릴 때 의복과, 안장을 얹은 말은 본래 있는 그대로 써야 하며 새로 마련해선 안 된다. 검소함이 목민의 시작이다. 노회한 아전들은 차림새가 사치스럽고 화려하면 씽긋 웃으며 ‘알 만하다’ 하고, 검소하고 질박하면 놀라면서 ‘두렵다’ 한다.

대법원장 공관이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에 맞춰 호화롭게 치장됐음이 드러났다. 이탈리아 석재로 외관을 꾸미고, 가전제품과 가구도 싹 바꿨다고 한다. 재판 관련 예산까지 전용했다. 취임에서 입주까지 3개월 가까이 걸린 이유를 알 만하다. 국가 재물과 재정에 대한 대법원장 인식이 이렇다면, 현 정권의 다른 인사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미 2200년 전에 한비자는 ‘공직자의 상아 젓가락과 옥 술잔은 멸망의 시작’이라는 상저옥배(象箸玉杯) 경고를 남겼다.

문재인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측면에서 역대 정부,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도 크게 다른데, 재정 부문도 그렇다. 이전 정부들은 재정 건전성을 중시했다. 정부 수립 직후인 1949년 예산 중 조세 비중은 10% 남짓이었고, 90%는 미국 원조와 차입금이었다. 독립국이지만 재정 주권은 없었다. 6·25전쟁 뒤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되고 원조가 본격화했다. 원조물품을 팔아 재정을 충당한 ‘대충자금’이 1950년대 말엔 세입의 절반을 넘었고, 1973년에야 없어졌다.

1960년대 들어섰지만 산업 기반 구축은커녕 보릿고개조차 벗어날 수 없었다. 1962년 파독 광부와 간호원 월급을 담보로 해 처음으로 차관 3000만 달러를 서독에서 도입했다. 1964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들 앞에 섰다.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들에게만큼은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 열심히 합시다. 나도 열심히…”라며 눈물을 쏟았고, 광부들도 서로 부둥켜안고 우느라 애국가도 따라부르지 못했다.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총리는 “독일은 프랑스와 16번 전쟁을 치렀지만 2차 세계대전 뒤 악수했다. 한국도 일본과 그렇게 하라. 공산주의를 막는 길도 된다”고 조언했다. 결국 일본 청구권 자금과 월남 파병을 활용해 포항제철, 소양강 다목적댐, 경부고속도로 등 산업화의 기초 인프라를 만들었다.

이런 뼈저린 가난의 역사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엔 절약 DNA가 생겼다. 1997년 외환위기를 김대중 정부가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의 고통분담에다 공적 자금 투입을 가능케 한 재정 건전성 덕분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모두 복지를 확장했지만, 김 정부는 ‘생산적 복지’ 원칙을 지켰고, 노 정부도 국가재정법 제정 등 방만 재정을 경계했다.

그런데 문 정부 들어 완전히 바뀌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재정 지출을 늘리라고 다그친다. 타당성 조사도 건너뛰고 수백억 원 프로젝트들을 밀어붙인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파탄으로 몰아놓고 예산을 퍼부어 땜질한다. 온갖 코드 위원회와 공기업은 권력 주변 인사들의 생계용 빨대처럼 됐다. 천문학적 손실이 뻔한데도 탈원전을 고집한다. 인구는 감소하는데 공무원은 수만 명 늘리려 든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줄이고, 세금 먹는 일자리를 늘리면서 고용 개선이라고 우긴다. 핵무기 위협에도 북한에 퍼주지 못해 안달이다. 동맹 외교 실패에 따른 청구서도 날아들기 시작했다. 입으론 통일을 외치면서, 통일 대비에 필수적인 재정 건전성은 외면한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일도 개의치 않는다.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은 도둑, 기업은 적폐 취급을 받고, 세금에 기댄 사람들이 큰소리친다. 세금을 물 쓰듯 하면서 툭하면 법인세 소득세 인상을 협박한다. 누가 흔쾌히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 재산세를 급속히 올리면서 양도세는 그대로다. 집 한 칸 일구고 은퇴한 사람들에겐 그냥 값싼 집으로 가라는 ‘징발’과 다름없다. 중소기업을 물려주고 싶어도 상속세 때문에 힘들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남아로 탈출하는 행렬도 이어진다.

동서고금을 떠나 조세 불만은 격변의 도화선이었다. 프랑스혁명이나 미국 독립전쟁이 그랬고, 동학농민운동도 가렴주구(苛斂誅求)에서 촉발됐다. 그래도 납세 의무를 회피해선 안 된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가 한창이다. 누가 세금 도둑인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하고, 선거에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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